전체 글286 응급실 이용법 (중증도 분류, 골든타임, 과밀화) 새벽 두 시, 갑자기 배가 심하게 아프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응급실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응급실은 아프면 언제든 빨리 진료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막연히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이 믿음이 절반쯤은 틀렸다는 걸, 응급의학 관련 자료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응급실이 말하지 않는 것들: 중증도 분류와 골든타임일반적으로 응급실은 먼저 온 순서대로 진료받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전혀 다릅니다. 국내 응급실에서는 환자가 도착하는 순간부터 K-TACS(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라는 기준으로 중증도를 나눕니다. 여기서 K-TACS란 환자의 생명 위협 수준에 따라 1단계부터 5단계까지 긴급도를 분류하는 시스템으로, 쉽게 말해 "얼마나 빨리 치료해야 .. 2026. 10. 18. 유전자 치료제 (개발 역사, 부작용, 가격 문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 번의 주사로 평생 가지고 살아야 할 유전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냥 흘려들었는데, 실제로 그 역사를 따라가다 보니 성공만큼이나 실패와 죽음이 촘촘히 박혀 있는 분야였습니다. 기술의 가능성보다 그 기술을 위해 치러야 했던 대가가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성공에 취했던 순간, 그리고 두 번의 추락1990년 9월 14일, 4세 아이에게 처음으로 유전자 치료제가 투여되었습니다. 중증 복합성 면역 결핍증(SCID)을 앓던 아산티 데실바라는 환자였는데, 이 질환은 면역 기능이 거의 없어 작은 감염에도 생명이 위험해지는 병입니다. 치료 후 약 10년간 감염 없이 살았고, 과학자들은 환호했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미 다 된 .. 2026. 10. 18. 라돈·미세플라스틱 (라돈, 환기, 미세플라스틱, 플라스틱용기) 담배를 한 번도 피우지 않은 사람이 폐암 진단을 받는 경우, 간접흡연보다 라돈이 원인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솔직히 믿기 어려웠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는 기체가 담배 연기보다 폐에 더 치명적이라니. 그런데 과학적 원리를 알고 나니 오히려 더 무서워졌습니다.라돈이란 무엇인가라돈(Rn)은 비활성 기체(noble gas)입니다. 비활성 기체란 화학적으로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 원소를 말합니다. 그런데 라돈은 단순한 비활성 기체가 아니라 방사성 물질이기도 합니다. 이 조합이 문제입니다.라돈은 땅속 암반이나 토양에 소량 존재하는 방사성 우라늄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생성됩니다. 우라늄은 고체인 광물이지만, 붕괴하면서 만들어진 라돈은 기체 상태입니다. 기체이기 때문.. 2026. 10. 17. 통증의 비밀 (통각수용기, 플라시보, 만성통증) 솔직히 어딘가 아프면 저는 늘 "그 부위에 뭔가 문제가 생겼겠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통증이 완성되는 곳은 결국 뇌라는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제가 통증을 얼마나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통증은 몸의 신호이지만, 그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증폭하는지는 뇌가 결정한다는 것, 그리고 그 뇌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통증의 경험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오늘 이야기의 핵심입니다.통증이란 무엇인가, 정의부터 다시 봤습니다혹시 통증에 공식적인 '정의'가 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저는 이 부분에서 처음에 좀 어리둥절했습니다. 아픈 게 아픈 거지, 거기에 무슨 정의가 필요할까 싶었거든요.국제통증연구학회(IASP,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 2026. 10. 17. HSP 기질 (예민함, 자극 민감성, 편안한 삶) 인구의 약 15~20%는 HSP, 즉 고도로 예민한 기질을 타고난 사람으로 추정됩니다(출처: Elaine Aron HSP Research).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놀랐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저와 비슷한 고충을 안고 산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위로가 됐거든요.예민함은 성격 문제가 아니라 기질의 문제입니다HSP(Highly Sensitive Person)란 신체적 자극, 정서적 자극, 사회적 상황에서의 자극 모두에 일반인보다 훨씬 강하게 반응하는 기질을 가진 사람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기질'이란 타고나는 것으로,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성격'과는 구별됩니다. 다시 말해 HSP는 의지가 부족해서 예민한 게 아닙니다.저는 제 스스로도 꽤 예민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평소와 다른 말.. 2026. 10. 16. 난청과 이어질 수 있는 치매 (유모세포, 노화성난청, 보청기) 귀가 잘 안 들리는 게 단순히 불편한 문제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얼마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모와 대화를 나누다가 제가 한 말을 세 번이나 다시 말씀드려야 하는 순간이 생기면서, 이건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난청은 소리가 덜 들리는 문제가 아니라, 뇌로 들어오는 정보 자체가 줄어드는 문제였습니다.유모세포, 한 번 망가지면 끝납니다달팽이관, 즉 와우(cochlea) 안에는 유모세포(hair cell)라고 불리는 청각 감각세포가 약 2만 개 존재합니다. 여기서 유모세포란 소리 자극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청각신경으로 전달하는 세포로, 이름처럼 표면에 미세한 털 모양의 돌기가 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세포가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피부 세포나 .. 2026. 10. 16. 이전 1 2 3 4 ··· 4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