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80 소행성 시료 분석 (핵염기 발견, 열관성 역설, 행성 방어) 바위 덩어리 하나가 지구 생명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저는 이 연구들을 처음 접했을 때 딱 그 느낌이었습니다. 소행성 류구와 베누에서 직접 채취한 시료가 각각 생명 분자의 우주 기원 가능성과 십수 년간 풀리지 않던 열물성 역설을 동시에 해결했습니다. 두 연구가 전혀 다른 질문에 답하면서도, 결국 같은 결론으로 수렴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류구 시료에서 꺼낸 핵염기, 뭐가 다른가솔직히 "소행성에서 유기물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구에 떨어진 탄소질 운석에서도 비슷한 사례는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류구 연구를 읽으면서 제가 느낀 건 "같은 발견인데 무게가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핵심은 핵염기(nucleobase)입니다. 핵염기란 DNA와 RNA의 유전 정보를 암호화하는 .. 2026. 5. 9. 오리온 우주선 재진입 (열 차폐막, 삭마, 충격파) 2026년 4월, 아르테미스 II 임무를 마친 오리온 우주선이 음속의 33배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했습니다. 표면 온도 2,800도. 그런데 캡슐 옆면의 성조기는 그을음만 묻은 채 멀쩡했습니다. 저도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뭔가 이상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파고들수록 오히려 공학의 정밀함에 감탄하게 됩니다.2,800도인데 왜 안 탔을까 — 열은 고르게 퍼지지 않는다뜨거운 냄비를 들 때 손잡이 쪽은 잡을 수 있지만 바닥은 절대 못 만지는 경험, 다들 있으시죠? 열이 물체 전체에 균일하게 분포하지 않는다는 건 일상에서도 경험하는 사실인데, 막상 우주선 얘기가 나오면 그 감각이 흐려집니다. "2,800도면 다 녹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직관이 먼저 튀어나오거든요. 저도 솔직히 그랬습니다.오리온 캡슐은 .. 2026. 5. 9. 외계 생명 탐사 (두 번째 사례, 스티븐 킹, 통계의 함정) "우주 어딘가엔 분명 뭔가 있겠지."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글 하나가 그 막연한 확신을 꽤 냉정하게 흔들어놨습니다. 외계 생명 탐사를 다루면서 스티븐 킹의 소설을 끌어오는 구성이 처음엔 낯설었는데, 읽고 나서는 묘하게 찝찝한 여운이 남았습니다.나 혼자 살아남은 건지도 모른다는 공포스티븐 킹의 소설 『The Stand』에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인류 대부분을 쓸어버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생존자들은 서로를 찾아 헤매면서 한 가지 질문을 반복합니다. "혹시 나만 살아남은 건 아닐까?"이 장면을 외계 생명 탐사에 연결하는 발상이 꽤 직관적이면서도 강하게 꽂혔습니다. 지금 인류가 딱 그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수천 개의 외계행성을 발견했고, 화성과 유로파, 타이탄까지 탐사를 이어.. 2026. 5. 8. 오리온자리 유성우 (핼리혜성, 관측조건, 기대치) 밤에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별똥별 하나 제대로 못 보고 들어온 적, 한 번쯤은 있지 않으십니까. 저도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유성우 피크 날짜에 맞춰 나갔는데, 30분 내내 멍하니 서 있다가 하나 겨우 보고 들어온 기억이요. 그날 이후로 '유성우는 그냥 타이밍만 맞으면 되는 게 아니구나'를 실감했습니다. 2025년 10월 오리온자리 유성우는 그 타이밍이 꽤 잘 맞는 해입니다. 다만 그게 어떤 의미인지, 어디까지 기대해도 되는지는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핼리혜성이 남긴 흔적이라는 것오리온자리 유성우는 매년 10월 하순에 찾아오는 유성우입니다. 피크는 2025년 기준으로 10월 20일 밤부터 21일 새벽 사이, 특히 자정을 전후한 세 시간 안팎이 핵심 구간입니다.그런데 이 유성우의 출발점이 핼리혜성이라.. 2026. 5. 8. 적색왜성과 생명체 (시간 스케일, 플레어, 대기 형성) 적색왜성 주변 행성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저도 한동안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글을 읽으면서 그 전제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환경이 아니라, 우리가 보는 '시점'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시간 스케일적색왜성이 우주에서 얼마나 흔한지 아시나요? 전체 별의 75~80%가 M형 별, 즉 적색왜성입니다. 태양처럼 생긴 별은 고작 5%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외계 생명체를 찾는다면 당연히 적색왜성 주변부터 눈길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발견된 지구형 행성들을 보면, 적색왜성 주변에 있는 것들 중 대기가 있다는 증거조차 찾기 어렵습니다. TRAPPIST-1 시스템 같은 경우도, 대기 존재 여부에 대한 결론은 아직도 유보 중입니다.제가 처음 이 상.. 2026. 5. 7. 별의 일생 (몰입 서사, 핵융합 구조, 별의 종말) 별이 죽을 때 무언가가 '탄생'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저는 별의 일생을 다룬 콘텐츠를 보다가 그 지점에서 잠깐 멈췄습니다. 탄생과 죽음을 따로 설명하는 글은 많지만, 그 둘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낸 구성은 솔직히 흔하지 않습니다. 오리온성운에서 출발해 알데바란의 종말까지 따라가는 방식이 그 지점을 제법 잘 짚어냈다고 생각했습니다.몰입 서사: 우주선 여행이라는 설정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가별의 탄생과 죽음을 다루는 글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이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교과서처럼 변한다는 겁니다. 미래 우주선을 타고 직접 현장으로 이동한다는 설정은, 처음엔 좀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그런데 실제로 읽어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지구에서 1,344.. 2026. 5. 7. 이전 1 2 3 4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