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12 유영국 추상미술 (고독한 선택, 밀도의 시간, 자연의 기억) 유영국은 1930년대부터 2002년까지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 그 자체를 살아낸 화가입니다. 400여 점의 작품을 남긴 그의 삶은 단순한 예술가의 여정이 아니라, 시대를 거스른 결단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는 최근 그에 관한 다큐를 보면서 추상화에 대해 갖고 있던 막연한 편견이 완전히 깨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솔직히 그동안 저는 추상화를 보며 "이게 왜 대단하지?"라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삶을 따라가며 작품을 보니, 색면 몇 개 속에 숨겨진 시간과 태도가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고독한 선택1935년 도쿄 문화학원에 입학한 유영국은 당시 대부분의 조선인 화가들이 선택하던 인상주의나 구상 회화가 아닌, 추상이라는 길을 택했습니다. 군국주의 이데올로기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 속에.. 2026. 3. 3. 김홍도 풍속화의 진실 (씨름도, 사실성, 서양화법) 솔직히 저는 김홍도를 그냥 교과서 속 유명한 화가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씨름도도 시험 때문에 외운 작품 중 하나였고요. 그런데 최근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의 그림을 제대로 들여다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27센티미터 남짓한 작은 화폭 안에 22명의 인물을 배치하고, 각자의 표정과 감정까지 살려냈다는 게 믿기지 않더군요. 일반적으로 옛날 그림은 정적이고 딱딱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제 경험상 김홍도의 풍속화는 오히려 현대 사진보다 더 생동감 있게 느껴졌습니다.씨름도가 보여준 조선 후기 사실성의 정점김홍도의 씨름도는 단순히 씨름 장면을 그린 게 아니라 한순간의 공기를 통째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씨름꾼 두 명이 힘을 겨루는 중심부뿐 아니라, 주변 구경꾼 한 명 한 명의 시선과 자세가 모두 다릅니다... 2026. 3. 3. 노상추 일기로 본 조선 양반 (과거 제도, 당쟁, 개인 기록) 저도 한때 일기를 쓰겠다고 다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시작했지만 일주일도 채우지 못하고 흐지부지됐죠. 그런데 조선 후기 양반 노상추는 18세부터 85세까지 68년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다고 합니다. 단순히 오늘 뭘 먹었다는 식의 기록이 아니라 당쟁 속 좌절, 가족의 죽음, 사회 변화에 대한 불안까지 모두 담은 기록이었습니다. 이 일기를 통해 우리는 역사책에서 이름 석 자로만 보던 조선 양반이 실제로 어떤 고민과 선택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과거 제도 속 현실, 합격해도 끝이 아니다노상추는 본래 문관을 꿈꿨지만 가문의 현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경북 선산 출신으로 무과 급제자가 많았던 집안이었지만, 영남 남인 계열이라는 이유로 문과 진출은 사실상 막혀 있었죠. 당파.. 2026. 3. 2. 초등학생 독서 동기 (자율성, 보상 효과, 권장도서) "책을 많이 읽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걸, 저는 제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며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최근 전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독서 동기 검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2%가 자발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읽기 흥미가 떨어지고, 긴 글을 지루하게 느끼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초등학교 시절 도서관에 가면 독서록을 쓸 책만 찾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저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록할 거리'를 찾고 있었던 겁니다.리딩스타 대회가 오히려 독서를 망치는 이유보상을 내걸면 아이들이 책을 더 읽을까요? 많은 학교에서 리딩스타 선발 대회를 열어 가장 많이 읽은 학생에게 상을 주는 방식을 씁.. 2026. 3. 2. 생명의 기원 (화학 진화, 밀러-유리 실험, 창발) 평소에는 아침에 눈을 뜨고, 물 한 잔 마시고, 하루를 시작하는 게 너무나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과학 다큐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제가 숨 쉬고 생각하고 있는 이 순간이, 사실은 수십억 년 전 암석과 물과 가스에서 시작된 거라는 사실이요. 탄소 몇 개, 수소 몇 개가 모여서 결국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조금은 아찔하게 느껴졌습니다. 생명의 기원이라는 주제는 그렇게 제게 다가왔습니다. 시험공부할 때는 그냥 외워야 하는 내용이었는데, 이제는 제 존재 자체에 대한 질문처럼 다가오더군요.화학 진화, 무생물에서 생물로 가는 길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생각해 보면, 무생물과 생물 사이에는 분명 건너기 어려운 간극이 있습니다. 암석이 어느 날 갑자기 살아 움직이는 건 .. 2026. 3. 1. 노화 속도 늦추기 (생체 나이, 저속 노화, 건강수명) 솔직히 저는 노화라는 게 나이 들면 자연스럽게 오는 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노화는 단순히 시간이 흐르면서 겪는 변화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인 과정이더군요. 더 놀라웠던 건, 같은 나이라도 사람마다 몸의 실제 나이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30대인데 몸은 40대일 수도 있고, 반대로 40대인데 30대의 건강을 유지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생체 나이, 숫자로 측정할 수 있을까?여러분은 본인의 생체 나이를 알고 계신가요? 주민등록증에 적힌 나이와 실제 몸의 나이는 다를 수 있습니다. 생체 나이는 DNA 메틸화라는 과정을 통해 측정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정확하다고 합니다. 스티브 호바스라는 과학자가 개발한 기술은 수백 개의.. 2026. 3. 1. 이전 1 2 3 4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