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저출산 문제라고 하면 단순히 아이를 안 낳는 개인의 선택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일본 사회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도쿄 한가운데 번화가에도 방치된 빈집이 수두룩하고, 60억 원짜리 집이 풀만 무성하게 자란 채 10년 넘게 비어 있다는 장면을 보면서 이건 단순한 인구 감소 문제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상속 문제, 고령자 고독사, 복잡한 권리 관계가 얽혀 빈집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도쿄 번화가 빈집,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도쿄 세타가야구는 교통이 편리하고 상권도 발달한 곳입니다. 겉으로 보면 전혀 빈집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동네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도쿄에서 빈집이 가장 많은 지역이라고 합니다. 사거리에서 100m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15년 넘게 방치된 집들이 나타납니다. 60억 원 가치의 집이 창문은 깨지고 안에는 풀이 무성한 채 그냥 버려져 있는 겁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자식이 없거나, 상속 문제가 복잡하거나, 집주인이 요양원에 들어가면서 집을 관리할 사람이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도쿄 전역의 빈집은 지난해 90만 채에 육박했습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세대주 중 32.6%가 1인 고령자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빈집은 단순히 공간이 비는 문제를 넘어 범죄 온상이 되거나 주변 환경을 해치는 사회 문제로 이어집니다.
저도 처음엔 사람이 없어서 집값이 싸지면 그냥 빈집이 되는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권리 관계, 상속, 세금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나중에 부모님 집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일본의 현실을 보니 이게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 청년들은 왜 결혼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일본도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지만,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일본 청년들을 만나보니 결혼하고 싶다고 손 드는 사람이 여럿 있었고, 실제로 20대에 결혼하는 비율도 한국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대학 졸업하면서 취업이 거의 결정되고, 결혼할 때 집 살 걱정을 크게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솔직히 부러웠습니다.
한국에서는 대학 졸업 후 1~2년 동안 스펙 쌓고 영어 점수 올리느라 취업 준비에 매달립니다. 결혼하려면 집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이 엄청납니다. 하지만 일본 청년들은 "집 살 걱정? 별로 안 해요"라고 답했습니다. 월세도 많고 공공 임대도 충분해서 굳이 집을 사지 않아도 결혼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만난 한일 부부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인 남편은 "한국에서는 돈 준비 제대로 안 하면 결혼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라고 했습니다. 반면 일본인 아내는 "결혼하고 싶어서 했지, 경제적 준비를 엄청나게 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차이가 결혼 진입 장벽을 크게 좌우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 하나 놀라웠던 건 육아 환경입니다. 일본에서는 수험생이 아니면 학원을 많이 보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부활동이나 운동 같은 걸 시키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한국은 초등학생도 학원을 다섯 개씩 다니는 게 흔한데, 이 차이가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일본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여성이 정규직에서 파트타임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고, 경력 단절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여성들이 다시 일자리를 찾기 쉽다는 점입니다.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일자리가 많아서 "굶어 죽을 일은 없겠다"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게 사람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일본 기업들도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한 대형 종합상사는 오전 7시 출근을 권장하고 오후 4시 퇴근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재택근무도 적극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근무 환경 개선 이후 여성 직원의 출산율이 세 배 이상 올랐다고 합니다. 근무 방식을 바꾸니 아빠가 어린이집에 아이를 직접 데리러 갈 수 있게 됐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겁니다.
제 경험상 한국에서는 출산과 육아를 돈으로 환산하는 문화가 강합니다.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얼마" 이런 식으로 계산부터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만난 부부는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며 "이런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차이가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를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일본도 완벽한 사회는 아닙니다. 장기 경기 침체, 비정규직 문제, 여전히 낮은 출산율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본 사회가 20년간의 혼란을 겪으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청년 정규직 확대, 주거 안정, 근무 환경 개선 등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한국도 지금 일본이 겪었던 길을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똑같이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일본의 시행착오에서 배우고, 우리만의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입니다.
저출산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환경의 문제입니다.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주고, 집 걱정 없이 결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 이런 변화가 없다면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일본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무엇을 바꿔야 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https://youtu.be/TQj5ypfX5Q8?si=0wkv0v6D2Gnjsy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