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캠핑장 운영이 이렇게 고된 노동인 줄 몰랐습니다. 낭만적인 풍경과 여유로운 일상을 상상했던 제게, 홍천에서 30년 지기 친구 세 명이 운영하는 캠핑장의 하루는 거의 충격에 가까웠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눈을 치우고, 얼어붙은 배관을 녹이고, 개울에서 물을 길어 나르는 모습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였습니다. "이거 아니면 끝"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그들의 하루를 보며 실감했습니다.
친구들과 창업,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30년 지기 친구들이 함께 캠핑장을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 따뜻하고 든든한 동업 관계를 떠올립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니, 친구 관계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복잡한 면이 많았습니다.
우준기 씨는 원래 은행을 다니다가 세금 징수 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캠핑장을 준비했고, 이강명 씨는 큰 사업을 하다 실패한 뒤 방앗간을 4년간 운영하다 이곳에 합류했습니다. 송철민 씨는 주로 청소와 관리를 맡고 있고요. 각자 다른 인생을 살다가 한 곳에 모인 만큼, 일하는 방식도 생각도 제각각이었습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건, 이들이 서로를 "직원"이 아니라 "친구"로 대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준기 씨는 "저렇게 일하는 애들을 직원으로 썼으면 진작 내보냈을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결국 끝까지 함께 버티는 이유도 그 친구 관계 때문입니다. 티격태격하고, 서로 헐뜯고, "다신 만나지 말자"라고 말하면서도 다음 날 아침이면 또 같이 눈을 치우러 나가는 모습이 현실적이면서도 묘하게 따뜻했습니다.
다만 저는 이 관계가 마냥 이상적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머리가 없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는 강명 씨의 표정을 보면, 농담으로 넘기기엔 불편한 구석도 있어 보였거든요. 친구라서 편하게 말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 말들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경험상 가까운 사람과 일을 함께할 때 가장 어려운 건, 선을 지키면서도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는 거였습니다.
겨울 캠핑장, 낭만이 아니라 생존이었습니다
겨울 캠핑장을 운영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가혹한 일이었습니다. 이들이 겨울에 문을 연 건 이번이 처음인데, 그만큼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는 과정이 역력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제설 작업이었습니다. 캠핑장까지 이어지는 1.5km 비포장 진입로에 눈이 쌓이면, 그대로 얼어버려 누구도 오갈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눈이 온다는 소식만 들어도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자정쯤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새벽 3시에 일어나 6시간 넘게 제설 작업을 했습니다. 200m마다 교대하며 송풍기로 눈을 치우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어깨가 무거워질 정도였습니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배관 동결이었습니다. 하룻밤만 지나도 수도가 얼어버리고, 이를 녹이는 데만 몇 시간이 걸립니다. 그 사이 사용할 물은 개울에서 직접 길어 와야 하는데, 두꺼운 얼음을 깨고 물통을 나르는 일은 그야말로 고역입니다. 저는 도시에서 살면서 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을 거의 겪어본 적이 없어서, 이 장면이 특히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수도꼭지를 틀면 당연히 물이 나온다고 생각했던 제 일상이, 사실은 얼마나 큰 기반 위에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캠핑장은 여유로운 자연 속 사업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본 현실은 달랐습니다. 특히 겨울에는 손님도 적고, 시설 관리는 몇 배로 힘들어집니다. 준기 씨가 "생존의 문제"라고 말한 게 과장이 아니라는 걸, 그들의 하루를 보며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음식으로 매출을 채우는 전략, 그러나 한계도 보였습니다
겨울에는 캠핑 손님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들은 음식 판매로 매출을 보완하고 있었습니다. 닭갈비, 닭볶음탕, 닭백숙 등 닭 요리를 주 메뉴로 하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캠핑 없이 식사만 하러 오는 손님들도 생겼다고 합니다.
강명 씨는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했고, 한식과 양식 조리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습니다. 평소 친구들과 놀 때도 안주를 담당할 만큼 요리에 자신 있는 사람이었고, 실제로 손님들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해 주시는 줄 몰랐다", "백 번 다니면서 처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캠핑장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하는 건 차별화 포인트가 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전략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었습니다. 음식 준비부터 배달, 설거지까지 모두 인력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관리자가 세 명뿐인 상황에서 이 일까지 감당하려면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어 보였습니다. 실제로 강명 씨는 주방 일을 주로 맡으면서도, 물을 길어 나르고 화장실 물통을 채우는 일까지 병행해야 했습니다.
또한 음식 판매가 캠핑장 홍보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익 구조 자체를 개선하기엔 부족해 보였습니다. 손님들이 "공짜로 먹는 느낌"이라고 할 정도로 가성비가 좋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마진이 크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가 사업을 운영해본 경험은 없지만, 이렇게 노동 집약적인 방식으로는 규모를 키우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캠핑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분위기 덕분에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는 건 분명한 장점입니다. 하지만 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세 명이 새벽부터 밤까지 쉴 틈 없이 일해야 한다면, 이게 과연 지속 가능한 모델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5년간 캠핑장을 운영하면서도 겨울 시즌은 처음 시도해본 이들에게, 올해 겨울은 하나의 실험이자 도전입니다. 제설 작업부터 배관 관리, 음식 판매까지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았을 겁니다. 준기 씨가 말했듯, 손님이 만족하는 표정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그 마음이, 이들을 계속 버티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결국 중요한 건 환경이나 조건이 아니라 같이 버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서로 헐뜯으면서도, 결국 다음 날 아침이면 또 함께 일을 시작하는 그 관계가 이들의 진짜 자산이 아닐까 합니다. 다만 그 관계를 지키면서도, 시스템적인 개선과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까지 함께 고민해야 진짜 성공적인 사업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