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사이 지역의 조용한 섬, 아와지 섬(淡路島)은 아직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행자 사이에서 '나만 알고 싶은 비밀 여행지'로 천천히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입니다. 효고현에 속한 이 섬은 고베와 오사카에서 버스로 1~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자연과 전통,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현지인들도 추천하는 아와지 섬의 진짜 명소 5곳을 선정해, 그 매력을 서술형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관광지 중심의 여행보다 ‘쉼’을 찾고 싶은 분들께, 아와지 섬은 진심으로 추천드릴 수 있는 곳입니다.
1. 아와지 유메부타이 – 건축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아와지 유메부타이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환경의 공존을 주제로 한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원래 이 자리는 채석장으로 쓰이던 곳이었지만, 한신대지진 이후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과 생태가 공존하는 장소로 거듭났습니다. 콘크리트와 식물이 공존하는 이 공간은 걷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곳곳에 있는 연못과 산책로, 전망대는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은 휴식을 선사합니다.
관광객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이른 아침에 방문하면, 건물 벽면을 타고 내려오는 햇살과 풀 내음이 조용히 섬을 감싸는 풍경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백단의 정원’이라 불리는 테라스 구조의 정원은 수백 종의 꽃과 식물로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복잡한 관광지가 아니라, 차분히 걷고 사색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사람들에게 명소입니다.
2. 이자나기 신궁 – 일본 신화의 근원이 깃든 장소
아와지 섬은 일본 신화 속에서 ‘처음 만들어진 섬’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중심에 있는 이자나기 신궁은 일본 창조신화의 주인공인 이자나기노미코토를 모신 곳입니다. 약 1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신궁은 관광지라기보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기도와 신앙이 스며든 장소입니다. 커다란 삼나무가 울창한 참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조용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자나기 신궁은 특히 아침이나 해질 무렵의 분위기가 좋습니다. 햇살이 나무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들고,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때, 신화가 전설이 아니라 현실처럼 느껴집니다. 이곳은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도, 그 자체로 마음이 차분해지고 무언가 정리되는 느낌을 주는 장소입니다. 그래서인지 현지 어르신들도 ‘마음이 복잡할 때 그냥 다녀오면 좋아진다’고 말하곤 합니다.
3. 아와지시마 팜파크 잉글랜드의 언덕 – 소박하지만 따뜻한 공간
아와지 섬 남쪽에 위치한 '잉글랜드의 언덕'은 대형 놀이공원이나 리조트처럼 화려한 공간은 아닙니다. 대신 넓은 목장과 온실, 허브 정원, 동물 체험장이 함께 있는 소박한 복합 체험 농장입니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아이들과 함께하기에도 좋지만, 어른들에게도 '느림'과 '순함'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관광지라기보다는 일상적인 여유를 담은 시골 풍경에 가까운 이 공간은 도시의 소음을 완전히 잊게 만들어줍니다.
팜파크 내에서는 직접 허브 비누 만들기, 야채 수확 체험, 양이나 알파카 먹이주기 같은 작고 귀여운 체험들이 가능합니다. 특히 온실 속에서 자라는 토마토를 직접 따서 먹는 경험은 별것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즐겁습니다. 주변 풍경과 함께 산책을 하거나, 잔디밭에 앉아 책을 읽는 시간은 여행이 아닌, 그냥 '좋은 하루'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장소들이야말로 아와지 섬의 진짜 매력이죠.
4. 아와지 하이웨이 오아시스 – 고속도로 휴게소 이상의 가치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지나치기 쉬운 장소지만, ‘아와지 하이웨이 오아시스’는 단순한 고속도로 휴게소 그 이상의 매력을 가진 공간입니다. 아카시 해협 대교와 바로 연결되어 있어 오사카나 고베에서 차량으로 접근하기도 좋고, 전망대에서는 바다와 섬이 한눈에 들어오는 파노라마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해질 무렵 이곳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아와지 섬을 대표하는 장면 중 하나로 꼽힙니다.
또한, 오아시스 내에는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마켓과 아와지 소고기, 양파 요리 등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점이 있어 식도락 여행자들에게도 제격입니다. 번잡한 관광지 대신, 이런 곳에서 현지의 맛을 조용히 음미하며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야말로 ‘나만 알고 싶은 섬 여행’의 본질일지도 모릅니다. 계획 없이 들렀다가 반해버리는 장소랍니다.
5. 세이단 온천 유우아리 – 현지인들이 찾는 조용한 온천
많은 사람들이 일본 여행에서 ‘온천’을 떠올리지만, 시끄럽고 인파가 많은 유명 온천지보다 차분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세이단 온천 유우아리를 추천합니다. 이곳은 관광지 중심이 아닌 현지인이 애용하는 온천시설로, 가격도 합리적이고 분위기도 무척 조용합니다. 시설은 깔끔하고 단정하며, 큰 욕탕 창밖으로는 들판과 바다가 멀리 펼쳐져 있어 탁 트인 개방감을 줍니다.
온천수는 약알칼리성으로 피부 자극이 적고, 피로 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밤 시간대에는 불빛이 적어 별이 또렷하게 보이는 것도 이 온천의 숨은 장점 중 하나입니다. 관광객보다 현지 노부부, 직장인들이 조용히 들러 피로를 푸는 모습에서 이곳의 진짜 매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단순히 피로를 푸는 장소를 넘어, 하루를 마무리하며 사색에 잠기기 좋은 온천입니다.
결론
아와지 섬은 크고 화려한 볼거리를 내세우는 곳이 아닙니다. 대신 작은 순간들이 깊은 여운으로 남는 장소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다섯 곳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와지 섬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장소들입니다. 여유롭게 걷고, 가만히 앉아 바라보며, 차분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아와지 섬은 더없이 완벽한 여행지가 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