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고혈압이라니, 아직 내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국물을 들이켜다가 문득 "나 짜게 먹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검색을 하다가 DASH 식단을 접했고, 고혈압 환자를 위한 식단이라는 말에 처음엔 창을 닫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생각보다 저와 꽤 관련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고혈압 치료 식단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기까지
DASH 식단(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은 말 그대로 고혈압을 멈추기 위한 식이 접근법입니다. 여기서 DASH란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여러 대학과 공동 연구를 거쳐 개발한 식단 체계로, 단순히 "짜게 먹지 말라"는 수준을 훨씬 넘어섭니다. 과일, 채소, 전곡물(정제하지 않은 통곡물), 저지방 유제품을 중심으로 하되 붉은 고기, 당류, 포화지방은 줄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보니 이 식단이 고혈압 환자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실제 연구에서는 DASH 식단만 실천한 그룹의 수축기 혈압이 11.2mmHg 감소했고, 여기에 운동까지 병행한 그룹은 무려 16.1mmHg가 낮아졌습니다. 수축기 혈압이란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관에 가하는 압력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집니다. 저는 혈압이 정상 범위지만, 이 숫자를 보면서 "지금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솔직히 들었습니다.
한 가지 짚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를 접할 때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사람마다 기저 건강 상태, 운동량, 기존 식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수치는 어디까지나 평균값입니다. 그 부분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뭘 얼마나 먹어야 하는가
DASH 식단의 핵심 원리는 나트륨을 줄이고, 칼륨·칼슘·마그네슘 같은 무기질 섭취를 늘리는 데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무기질은 혈압 조절에 직접 관여하는데, 쉽게 말해 나트륨이 혈압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면 이 무기질들은 반대로 혈관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채소, 과일, 콩류, 견과류를 늘리면 자연스럽게 이 균형이 맞춰집니다.
한국 보건복지부는 NIH의 가이드라인을 한국인 식습관에 맞게 수정한 기준을 별도로 제시하고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하루 권장 섭취량이 2,000kcal인 기준으로 각 식품군을 어느 정도 먹어야 하는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곡물류: 하루 6~8회 제공량, 반드시 현미밥·통밀빵·메밀국수 등 전곡물 기준
- 채소: 생채소 1.5컵 또는 익힌 채소 0.5컵을 하루 여러 차례
- 과일: 소형 사과 1개 또는 과일 주스 1컵 수준
- 저지방 유제품: 우유 또는 요구르트 1컵
- 육류: 익힌 고기 기준 한 끼에 60g 이내 (손바닥 절반 크기 정도)
- 견과류·콩류: 일주일 단위로 관리, 콩은 7일 합산 약 500g 수준
- 지방: 요리에 들어가는 식용유 기준, 큰 술의 10분의 1 정도
- 당류: 설탕은 일주일 5큰술 이하
제 경험상 이 기준을 처음 봤을 때 제일 당혹스러웠던 건 견과류와 당류였습니다. 콩 500g을 일주일에 나눠 먹으라는 게 막막하게 느껴졌는데, 차라리 종이컵으로 2컵 반 정도를 미리 덜어두고 밥에 조금씩 섞어 먹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걸 직접 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설탕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통에 일주일 치 분량을 미리 담아 두면 얼마나 쓰는지 눈으로 확인하게 돼서, 그게 의외로 절제에 도움이 됐습니다.
30대 정상 혈압인 제가 이걸 시작한 이유
저처럼 혈압이 정상이고, 딱히 지병도 없는 사람에게 DASH 식단은 치료보다는 예방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맞습니다. 미국심장협회(AHA)에 따르면 고혈압은 증상 없이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불립니다(출처: 미국심장협회).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자각하기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DASH 식단을 들여다보다 보니 제가 평소에 얼마나 나트륨 과잉 섭취를 당연하게 여겼는지를 새삼 실감했습니다. 찌개 국물을 아무 생각 없이 마시고, 라면을 끓이면 국물까지 다 마시는 게 일상이었으니까요. 국물 한 그릇의 나트륨 함량이 하루 권장량의 절반을 넘기도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넘겼던 거죠.
저지방 유제품을 DASH 식단에서 강조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저지방 유제품은 칼슘 섭취를 보장하면서도 포화지방산, 즉 상온에서 굳는 성질을 가진 동물성 지방의 과잉 섭취를 막아줍니다. 포화지방산은 혈관 내 LDL 콜레스테롤,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부르는 수치를 높여서 심혈관 질환 위험을 키웁니다. 그러니 우유 한 잔을 마시더라도 저지방 제품을 고르는 작은 습관이 쌓이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8가지 식품군을 완벽하게 맞추는 건 저도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실천하고 있는 건 딱 두 가지입니다. 국물 섭취를 줄이는 것, 그리고 채소 반찬을 한 가지 더 챙기는 것. 거창하게 시작하면 오래 못 가는 걸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이것부터 몸에 익히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혈압이 높지 않더라도 오늘의 식습관이 10년 뒤 혈압 수치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저도 아직 완벽하게 따르지는 못하지만, 짠 음식을 줄이고 채소를 조금 더 챙기는 것만으로도 몸이 조금씩 달라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한 번에 전부 바꾸려 하기보다는 오늘 국물 한 숟가락 덜 마시는 데서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게 가장 오래가는 방법이라고, 제 경험상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