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저 별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저도 그런 의문을 품고 천문학 관련 글들을 읽어왔는데, 최근 'Cloud 9'이라는 별 없는 가스 구름 발견 소식을 접하면서 그 질문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튀어 올랐습니다. 별이 생기기 전 단계를 그대로 품고 있는 천체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까지 낯설게 느껴질 줄은 몰랐습니다.

별이 하나도 없는 가스 덩어리, 과학적으로 가능한 걸까
솔직히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반응은 "그게 말이 되나?"였습니다. 우주에서 가스가 충분히 모이면 당연히 별이 생긴다고 알고 있었는데, 수백만 태양 질량의 수소가 모여 있으면서도 별이 전혀 없다는 건 직관을 꽤 세게 흔드는 이야기였습니다.
Cloud 9은 지구로부터 약 1,600만 광년 떨어진 은하 Messier 94 외곽에서 발견된 천체입니다. 중성 수소(HI) 가스가 약 140만 태양 질량 규모로 분포해 있으면서, 동시에 별의 존재는 거의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중성 수소란 전자를 잃지 않고 원래 상태를 유지하는 수소 원자를 말하며, 우주 공간에서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핵심 관측 대상입니다.
이 천체를 처음 발견한 건 세계 최대 단일경 전파망원경인 FAST(Five-hundred-meter Aperture Spherical Telescope)였습니다. FAST란 지름 500미터에 달하는 중국의 구면형 전파망원경으로, 2020년 완공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민감한 전파 수신 능력을 갖춘 망원경입니다. 2023년 Messier 94 주변 탐사 과정에서 이 가스 구름이 포착되었고, 이후 허블 우주망원경의 정밀 광학 관측으로 이 영역 안에 별이 사실상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출처: NASA/ESA Hubble Space Telescope).
허블 관측에서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기 다른 항성 질량을 가정했을 때 얼마나 많은 별이 관측되어야 하는지를 계산했고, 그 결과 5-σ(시그마) 신뢰도 수준에서 1만 태양 질량 이상의 항성 질량이 완전히 배제되었습니다. 5-σ란 우연히 같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350만분의 1 미만이라는 뜻으로, 입자물리학과 천체물리학 모두에서 "발견"의 기준으로 사용되는 통계 기준입니다. 허블 데이터가 허용하는 항성 질량의 상한은 약 3,000 태양 질량 수준으로, 수소 가스 총량 대비 항성 비율이 400:1을 넘을 정도로 이례적입니다.
Cloud 9이 주목받는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중성 수소 질량 약 140만 태양 질량, 항성 질량은 최대 3,000태양 질량 이하
- 가스의 회전(디스크 구조) 없음 — 현재 또는 최근 별 형성 없음을 시사
- Messier 94와 후퇴 속도 일치 — 우리 은하 내 전경 가스 구름일 가능성 배제
- 10억 태양 질량 이상의 암흑물질 헤일로(halo) 존재 추정
여기서 암흑물질 헤일로란 은하나 천체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암흑물질 분포 구조를 말하며, 직접 관측되지 않지만 천체의 운동 속도를 분석해 간접적으로 추정합니다. 이 규모의 암흑물질 헤일로가 있다면 가스는 더 쉽게 중력 붕괴해 별을 만들어야 정상인데, Cloud 9은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이게 정말 우주 초기의 유물일까, 아직 섣부른 판단은 금물
읽으면서 솔직히 "이건 좀 결론을 너무 빠르게 잡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발견 자체는 분명 대단하지만, RELHIC이라는 특수 천체라고 단정 짓기에는 아직 검증 단계가 더 필요해 보였습니다.
RELHIC(Reionization-Limited HI Cloud)이란 우주 재이온화 시기에 형성된 이후, 우주 자외선 배경복사의 영향으로 냉각과 붕괴가 억제되어 별을 만들지 못하고 원시 상태로 남아 있는 중성 수소 가스 구름을 가리킵니다. 우주 재이온화란 빅뱅 이후 약 3억 년에서 10억 년 사이, 최초의 별과 은하들이 내뿜는 자외선이 중성 수소를 다시 이온화시킨 시기로, 현재 우주의 구조가 형성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과정입니다(출처: NASA Science).
이론적으로는 RELHIC이 존재해야 한다는 예측이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낮은 질량의 암흑물질 헤일로 안에서는 우주 자외선 배경복사가 가스를 가열해 냉각을 방해하고, 결과적으로 별 형성이 전혀 일어나지 않은 채 가스만 남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장 걸렸던 건 Messier 94의 환경이었습니다. Cloud 9은 Messier 94로부터 약 25만 광년 거리에 있는데, 이 정도면 완전히 고립된 원시 환경이라고 보기엔 주변 은하의 중력·복사 환경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문 저자들도 몇 가지 대안 시나리오를 검토했습니다. 우리 은하 내 고속도 가스 구름일 가능성, 마젤란 운(Magellanic Stream)의 일부일 가능성, Messier 94의 뜨거운 가스 헤일로와 열적 평형 상태인 구름일 가능성 등이 후보로 거론됐지만, 각각의 이유로 배제되었습니다. 그중 열적 평형 가능성은 우주 나이(약 138억 년)에 비해 주변 환경의 충압(ram pressure)에 의한 구름 불안정화 시간이 약 1,000만 년에 불과하다는 계산으로 기각되었습니다.
저는 이 분석들을 보면서 각 가능성을 배제하는 논리 자체는 납득이 됐지만, 동시에 "저표면밝기 은하(Low Surface Brightness Galaxy) 일 가능성은 얼마나 완전히 배제되었나?"라는 의문이 남았습니다. 저표면밝기 은하란 별이 매우 드문드문 분포해 전체 밝기가 극히 낮아 일반 관측으로는 감지하기 어려운 은하를 말하는데, 허블의 관측 한계 아래에 존재하는 극도로 희미한 항성 집단이 있을 여지는 여전히 완전히 닫혀 있지 않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Cloud 9이 지금까지 발견된 유사 천체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명확합니다. 기존에 발견된 별 없는 가스 구름 후보들은 대부분 1억 태양 질량 이상의 고질량이었고, 회전 구조가 있었으며, 항성 질량 상한도 수십만 태양 질량 수준으로 느슨하게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Cloud 9은 질량도 훨씬 작고, 회전도 없고, 허블 데이터로 확보한 항성 상한도 가장 엄격합니다. 이 조합은 이전 사례들과 확실히 다릅니다.
앞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나 허블의 추가 장기 관측, 혹은 배경 퀘이사를 활용한 흡수선 분광 관측이 이루어진다면 Cloud 9의 원소 조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수소와 헬륨만 검출되고 다른 중원소가 없다면, 이 가스는 정말로 어떤 별의 생애 주기도 거치지 않은 원시 물질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지금 단계에서 Cloud 9을 "빅뱅 이후 한 번도 변하지 않은 원시 유물"로 단정하는 건 조금 이른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는 기준이 "밝고 보이는 것" 중심이었다는 걸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천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조용히,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공간이 어쩌면 우주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품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읽고 나서도 한동안 머릿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참고: https://bigthink.com/starts-with-a-bang/cloud-9-starless-gas-clo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