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들이 밥을 산에 묻는 장면은 낯설지만, 그 속에는 흙과 생명을 이해하는 깊은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현대 농업이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는 동안, 일부 농부들은 흙 속 미생물과 함께 농사짓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이들이 밥을 묻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 밥이 토착미생물의 완벽한 배지가 되어, 죽어버린 농지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기 때문입니다. 흙은 단순한 토양이 아니라 수십억 생물이 살아가는 소우주이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순환과 관계야말로 진정한 농사의 시작점입니다.
토착미생물, 흙을 살리는 보이지 않는 힘
농부들이 대나무 밭 아래 밥을 묻는 행위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농법입니다. 일주일 뒤 다시 찾은 밥은 수억 미생물들이 사는 완벽한 생태계로 변해 있습니다. 대나무 뿌리에 사는 미생물들이 밥으로 옮겨가면서, 먹는 밥이 미생물 밥이 된 것입니다. 이렇게 얻은 토착미생물은 원시 상태의 건강한 균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농부들은 이 미생물 덩어리에 설탕을 넣고 버무려 휴면 상태로 만든 뒤, 농지로 가져와 물에 개어 희석시킵니다. 깨어난 미생물들은 불과 3일 만에 농지를 자신들의 영토로 만들어버립니다.
흙속을 들여다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가 펼쳐집니다. 숟가락 하나에도 5천여 종 약 1억 마리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습니다. 크기는 100만 분의 2m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쉴 새 없이 주위의 산소와 온도를 측정하며 살 만한 곳을 찾아다닙니다. 박테리아는 흙에 딱 붙어서 흙의 일부처럼 살아가며, 인산을 먹고사는 박테리아는 영양 과다가 된 흙을 다이어트 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가 없는 박테리아는 온몸에서 분해 효소를 내어 온몸으로 먹잇감을 녹여 먹으며, 가장 빠른 녀석은 18분마다 분열해서 순식간에 개체수를 두 배로 불립니다.
방선균은 지오스민이라는 물질을 분비하여 비 온 뒤 산에서 나는 독특한 흙냄새를 만들어냅니다. 곰팡이 균사체는 가느다란 실을 뻗어 죽은 동식물의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흡수하며, 아무리 복잡한 화합물도 가장 단순한 원소로 돌려놓는 지상에서 가장 유능한 청소부입니다. 선충은 투명하고 가느다란 실처럼 생긴 몸으로 균사에 구멍을 내어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을 빨아먹으며, 식물의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의 가장 무서운 천적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 속에서 흙은 균형을 유지하며, 미생물이 살고 있는 흙은 스펀지처럼 발로 밟아도 쉬 주저앉지 않습니다. 곰팡이 균사가 흙 알갱이를 잡고 있기 때문에 흙이 먼지처럼 날아가지 않는 것입니다.
자연농법, 화학에서 생명으로의 전환
현대 농업은 생산량 증대를 위해 흙을 개척하고 살충제와 농약을 뿌려왔습니다. 하지만 길어봤자 세대 주기가 시간인 미생물들에게 그것은 핵폭발과 같습니다. 미생물이 죽어버린 흙은 껍질만 남은 빈집이 되어, 더 이상 생명을 품을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관행농법의 한계를 깨달은 농부들은 자연농법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농약 대신 토착미생물을 뿌리고, 비료 대신 흙과 쌀겨를 섞어 발효시킨 것을 사용합니다. 동물은 어찌 보면 미생물 관리자이며, 그 미생물이 작물을 키우는 것입니다.
자연농법을 실천하는 과수원에서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도록 내버려 둡니다. 먹고 먹히고 서로 기대고 경쟁하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이 농지에서도 일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이렇게 농사를 지어도 생산량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이 농지에 살았던 모든 생물들의 삶이 응축되어 열매가 나며, 그 열매에는 흙을 알게 된 사람의 몫도 담겨 있습니다. 식물의 뿌리는 광합성으로 얻은 당류 중 절반 정도를 다시 뿌리 끝으로 내려 보내고, 그 당류를 얻기 위해 수많은 미생물들이 뿌리 주변으로 몰려듭니다. 평생 태양을 보지 못하는 지하 세계의 미생물들은 뿌리를 통해 태양을 만나며, 대신 뿌리에게 스무 가지가 넘는 무기 영양을 제공합니다.
마이코리자 곰팡이는 식물에게 당류를 얻는 대신, 뿌리가 갈 수 없는 좁은 틈까지 가서 양분을 얻어오며, 척박한 땅에서는 식물의 양분 흡수율을 2천 배나 올려줍니다. 소나무는 척박한 곳에서도 뿌리를 잘 내리는데, 이는 송이버섯 균이 소나무 뿌리를 촘촘히 둘러싸 뿌리의 표면적을 확장시키기 때문입니다. 흙에서 생명이 나는 것은 이 작은 조절자의 힘이며,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로 지구 전체를 흔들어 움직입니다. 자연농법은 이러한 자연의 순환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농사 방식입니다.
지렁이, 흙과 사람을 잇는 최고의 농기구
지렁이는 흙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물 중 하나입니다. 녀석은 하루에 자기 체중만큼 먹으며, 썩은 식물을 특히 좋아합니다. 지렁이는 흙을 먹는다고 말하지만 사실 먹는 것은 흙속의 유기물입니다. 낙엽도 빼놓을 수 없는 먹이이며, 아랫입술과 입천장으로 꽉 잡고 깨끗이 청소합니다. 배설물에는 영양분들이 가득하여, 지렁이가 많은 곳은 아주 영양 많은 땅이 됩니다. 지렁이는 자기 체중보다 50배나 무거운 흙덩이를 밀치면서 굴을 파 나가며, 이 길은 물이 통하는 배수로, 공기가 통하는 통풍구, 식물 뿌리가 자라는 길이 됩니다.
지렁이의 몸에는 긴 소화 기관이 있고, 그 안에는 많은 미생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거친 흙이 긴 몸을 지나는 순간에도 미생물은 번식을 하며, 흙은 이 미생물로 코팅이 된 채 몸 밖으로 나갑니다. 농기구도 땅 아래 30cm 이상 파기가 어려운데, 지렁이는 보통 1m, 겨울잠을 잘 때는 3m까지 땅을 팝니다. 땅과 사람에게 지렁이는 최고의 농기구입니다. 지렁이가 만든 흙탑은 녀석의 배설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딱 알맞은 크기로 쌓아 올린 흙집은 비가 와도 떠내려가지 않고 천적이 와도 타고 넘지 못하는 천연 요새입니다.
흙속에는 지렁이 외에도 수많은 생물들이 살아갑니다. 길앞잡이 암컷은 꽁무니 끝으로 1cm가량 흙을 파고 알을 낳으며, 100만 종이 넘는 곤충 가운데 95%는 생애 얼마 동안 꼭 흙속에서 살다가 밖으로 나갑니다. 땅강아지는 들썩들썩 흙속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며, 녀석의 이동로는 빗물, 곰팡이, 세균, 더 작은 곤충들의 길이 되기도 합니다. 명주잠자리 애벌레는 깔때기 모양의 함정을 불과 15분 만에 만들어 개미를 사냥합니다. 흰점박이 꽃무지는 땅에서 보낸 세 계절 끝에 드디어 그 끈질겼던 땅의 중력에서 벗어나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알을 낳고 부화하고 먹이를 먹고 사냥하는, 평생의 드라마틱한 사건은 거의 땅속에서 일어나며, 덕분에 흙도 숨을 쉴 수 있는 것입니다.
흙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농사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흙을 살리는 일이 곧 우리 삶을 살리는 일이며, 토착미생물과 자연농법, 지렁이로 대표되는 흙 생태계의 회복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선택입니다. 농부들이 다시 밥을 묻는 장면은, 더 많이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래 함께 가기 위한 지혜로운 선택이었습니다. 보이지 않게 이 세계를 조절하는 미생물의 힘을 인정하고, 그들과 공존하는 농법을 실천할 때, 우리는 비로소 건강한 흙과 건강한 먹거리, 그리고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yZplpJJXwRA?si=f1KVZ0fxow0guV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