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가 되면 새 화장품을 찾는 게 맞는 걸까요? 저는 오키나와 여행에서 등에 심한 자외선 화상을 입고 나서야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피부관리는 '무엇을 더할까'보다 '무엇을 빼야 할까'가 먼저일 수 있습니다.

환절기에 자극을 줄여야 하는 이유
환절기에 피부 트러블이 생기면 보습 크림이나 기능성 앰플을 더 얹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반대로 접근하는 쪽이 더 맞는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오키나와에서 직접 겪어보고 나서입니다.
물속에 있을 때는 시원해서 햇볕이 그렇게 강하다는 걸 몰랐습니다. 따갑다거나 뜨겁다는 느낌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숙소에 돌아오니 등 전체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습니다. 밤이 되면서 통증이 심해졌고, 결국 여행 내내 똑바로 눕지도 못했습니다. 그때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피부가 이미 강한 자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성분의 화장품도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9월이 되면 환경 변화만으로도 피부에는 상당한 부담이 생깁니다. 여름 내내 에어컨으로 일정하게 유지되던 실내 온습도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창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외부 공기의 영향도 받습니다. 외출 빈도도 늘어납니다. 날씨가 좋으니 밖에 나가고 싶은 건 당연하고, 저도 여름 내내 못 나간 한을 9월에 다 풀거든요. 이 모든 변화가 피부 입장에서는 동시에 들어오는 자극입니다.
여기서 트레티노인(tretinoin)이나 고농도 비타민 C 앰플 같은 고기능성 성분을 평소 루틴 그대로 밀어붙이는 게 과연 맞는 선택일까요. 트레티노인이란 레티노이드(retinoid) 계열의 의약 성분으로, 세포 재생을 촉진하고 콜라겐 합성을 돕는 효과가 있어 피부과에서도 처방되는 성분입니다. 효과가 강한 만큼 피부 장벽이 약해진 시기에 사용하면 따가움, 홍조, 각질 같은 피부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피부 장벽이란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가장 바깥층을 말하며, 각질층이 이 역할을 담당합니다.
실제로 피부 장벽 손상과 환경 변화의 관계는 여러 연구에서 다뤄지고 있습니다. 계절 전환기에 경피수분손실량(TEWL)이 증가한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으며, 이는 피부 내부의 수분이 더 빠르게 증발한다는 의미입니다(출처: 대한피부과학회). TEWL이란 피부 표면을 통해 수분이 증발하는 양을 측정하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피부 장벽 기능이 약해진 상태를 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피부관리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비타민 C 앰플, 레티놀, 트레티노인 등 고기능성 제품은 피부 상태를 보며 한시적으로 중단 또는 농도를 낮춰 사용
- 각질 제거(각질 케어)는 T존이나 코처럼 피지 분비가 많은 부위에 한해 최소한으로만 진행
- 보습은 얼굴 전체에 무조건 두껍게 바르기보다 건조한 부위에 필요한 만큼만 추가
물론 이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피부 타입과 현재 피부 상태, 사용 중인 제품의 농도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타민 C나 레티놀을 환절기에 무조건 끊어야 한다는 건 아니고, 내 피부가 지금 이 성분을 받아줄 수 있는 상태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 시각에 동의하는 분들도 있고, 루틴을 유지하는 게 더 낫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피부 상태를 보면서 조율하는 쪽이 맞다고 봅니다.
선크림과 수면이 만드는 피부 컨디션
환절기 스킨케어에서 가장 방심하기 쉬운 두 가지를 꼽으라면 자외선 차단제(선크림)와 수면입니다. 저도 오키나와에서 이걸 제대로 놓쳤습니다.
여름에는 자외선이 강하다는 걸 몸으로 느끼니까 자연스럽게 그늘을 찾고, 선크림도 꼼꼼하게 챙기게 됩니다. 근데 가을은 다릅니다. 햇볕 아래가 기분 좋으니까 그냥 걸어다니게 되고, 주변에 양산 드는 사람도 줄어드니 저도 어느새 안 들고 나가게 됩니다. 양산을 여름용품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이제 그냥 자외선 차단 도구로 생각합니다. 계절과 관계없이 들고 다닙니다.
자외선은 크게 UVA와 UVB로 나뉩니다. UVB는 피부를 붉게 타게 만드는 주범이고, UVA는 파장이 길어 구름이나 유리를 투과해 피부 깊은 층까지 침투하며 광노화를 유발합니다. 가을이 되어도 UVA 수치가 크게 줄지 않기 때문에, 선크림을 줄이거나 빼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계절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목 피부도 중요합니다. 얼굴에 선크림과 보습을 열심히 바르면서 목에서 딱 끊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저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목에서 건조함을 먼저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얼굴에 쓰는 제품을 그대로 목까지 내려서 바르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선크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환절기에는 몸 전체가 기온과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시기라 피로가 쌓이기 쉽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비싼 화장품을 하나 추가하는 것보다 사흘 연속 밤 10시에 자는 게 거울 속 피부 컨디션에 훨씬 더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일이 밀리면 자정까지 붙잡고 있는 날도 있는데, 환절기만큼은 우선순위를 바꾸려고 합니다. 지금 자고 내일 한두 시간 일찍 일어나는 쪽으로요.
수면 중에는 피부 세포 재생이 촉진되고 코르티솔(cortisol) 수치가 낮아집니다. 코르티솔이란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수치가 높으면 피부 장벽 기능이 저하되고 염증 반응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수면 부족이 반복되면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되어 피부가 예민해지고 트러블이 잦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환절기에는 몸 피부 보습도 함께 챙겨야 합니다. 여름에 가벼운 제형의 바디로션으로 유지했다면, 9월부터는 보습력이 조금 더 강한 제품으로 바꾸거나 사용량을 조금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가을이 다 지나고 나서 몸이 가렵기 시작한 후에 로션을 찾으면 이미 늦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미리 챙길수록 겨울철 건조함과 가려움이 확실히 덜했습니다.
환절기 피부관리를 오래 해오면서 느끼는 건 결국 강약 조절이 관리라는 것입니다. 좋은 성분이라고 365일 밀어붙이는 것도 답이 아니고, 환절기라고 모든 기능성 루틴을 무조건 멈추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내 피부가 보내는 신호를 먼저 읽고, 필요한 것을 더하기 전에 자극부터 하나씩 빼는 것, 저는 이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환절기에는 새 화장품을 고르기 전에 지금 루틴에서 뺄 것이 없는지 먼저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