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항생제 내성이 그냥 "약을 오래 먹으면 효과가 줄어드는 것"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제 몸의 반응이 아니라, 세균이 살아남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꽤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 내성이 제 몸 바깥으로까지 퍼질 수 있다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항생제 내성이 생기는 원리, 생각보다 훨씬 정교합니다
항생제 내성(antibiotic resistance)이란, 세균이 항생제의 공격을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사람의 몸이 내성을 갖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약을 많이 먹어서 약이 안 듣는 게 아니라, 항생제에 노출된 세균 중 살아남은 개체가 퍼지면서 내성이 확산되는 것입니다. 처음에 이 차이를 몰랐는데, 이걸 구분하지 않으면 내성의 진짜 위험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내성이 생기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돌연변이(mutation)입니다. 세균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항생제가 결합하는 표적 단백질의 구조가 바뀌면, 약이 더 이상 세균을 인식하거나 공격하지 못하게 됩니다. 마치 특정 색깔의 군복을 입은 적군을 공격하도록 설계된 무기가 있는데, 적군이 군복 색깔을 바꿔버린 것과 같습니다. 제가 처음 이 비유를 들었을 때 직관적으로 이해가 됐습니다.
둘째는 수평적 유전자 전달(horizontal gene transfer)입니다. 여기서 수평적 유전자 전달이란, 세균이 자손이 아닌 옆에 있는 다른 세균에게 유전자를 직접 넘겨주는 방식을 말합니다. 사람은 유전자를 자식에게만 전달하는데, 세균은 옆에 있는 전혀 다른 종의 세균에게도 내성 유전자를 건네줄 수 있습니다. 플라스미드(plasmid)라는 작은 원형 DNA가 이 역할을 합니다. 플라스미드란 세균의 주 염색체와는 별도로 존재하는 소형 DNA 분자로,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가 담긴 경우 이것만 따로 옆 세균에 전달될 수 있습니다.
내성 전달 경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접합(conjugation): 세균끼리 직접 연결되어 플라스미드를 주고받는 방식
- 형질전환(transformation): 죽은 세균에서 방출된 DNA를 살아있는 세균이 흡수하는 방식
- 형질도입(transduction): 박테리오파지 바이러스가 세균 DNA를 다른 세균으로 운반하는 방식
제 경험상 이 중에서 형질도입 방식이 가장 낯설었습니다. 바이러스가 내성 유전자를 운반하는 매개체가 된다는 발상 자체가 생소했기 때문입니다.
수평전달, 세균이 집단으로 내성을 공유합니다
수평적 유전자 전달이 무서운 이유는 속도와 범위입니다. 세균은 수직 전달, 즉 분열을 통해 자손에게 유전자를 물려주는 것만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옆에 있는 세균에게도 내성을 나눠줄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섬뜩했습니다. 한 마리가 진화하면 그 유전자가 주변 수천, 수만 마리에게 퍼질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가 등장하는 지점이 특히 흥미롭습니다. 박테리오파지란 세균을 숙주로 삼아 번식하는 바이러스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DNA를 주입해 복제하듯, 박테리오파지는 세균 안에 자신의 유전 물질을 집어넣어 수백, 수천 개의 새 바이러스를 만들어냅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세균의 DNA 일부가 실수로 함께 포장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거기에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가 들어 있다면, 바이러스가 다른 세균을 감염시킬 때 그 내성까지 함께 전달하게 됩니다.
우리 장 속에는 수십조 마리의 세균이 있습니다. 항생제를 과다 복용하면 이 공간에서 내성이 진화하고, 그 DNA가 장내 세균 전체로 퍼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분변을 통해 하수도로 빠져나가고, 환경 속에서 또 다른 세균들에게 전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가 항생제 사용을 개인의 선택 문제로만 봐왔는데, 이 경로를 보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을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보건 위협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며, 적절한 대응이 없을 경우 2050년까지 연간 1,000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출처: WHO).
슈퍼박테리아와 인류의 대응,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슈퍼박테리아(superbacteria)란 기존의 여러 항생제에 동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을 말합니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가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입니다. MRSA란 일반적인 항생제인 메티실린에 내성이 생긴 황색포도상구균으로, 병원 내 감염에서 특히 위험한 균입니다. 병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슈퍼박테리아가 진화하기 가장 좋은 환경입니다. 항생제가 집중적으로 사용되고, 면역이 약한 환자들이 모여 있으며, 수평 전달이 이루어지기 쉬운 조건이 동시에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찾아보면서 알게 된 것인데,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대안 중 하나가 바로 앞서 언급한 박테리오파지를 치료에 활용하는 파지 치료법(phage therapy)입니다. 파지 치료법이란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해 병원성 세균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치료 전략입니다. 화학 약물이 아니기 때문에 내성 발생 속도가 다를 수 있고,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더 빠르게 진화하는 특성이 있어 세균이 저항성을 키우더라도 파지 역시 이에 맞춰 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 확산을 막기 위한 환경 차원의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가축 사육 과정에서 예방 목적으로 대량 투여되는 항생제가 분뇨와 토양을 통해 생태계로 퍼지면서 내성균을 확산시킨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도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이 마련되어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OECD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을 줄이는 것이 내성 확산을 늦추는 핵심 과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단순히 개발된 항생제를 쓰고 내성이 생기면 더 강한 항생제를 개발하는 방식은 창과 방패의 싸움입니다. 세균의 진화 속도가 신약 개발 속도를 앞지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항생제 내성 문제는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행동은 의사가 처방한 항생제를 용량과 기간에 맞게 끝까지 복용하는 것, 그리고 처방 없이 항생제를 구하거나 임의로 중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의 변화가 미래의 의료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게 과장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는 이번에 그 가능성을 꽤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