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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록시마 센타우리 (적색왜성, 슈퍼플레어, 거주가능구역)

by oboemoon 2026. 5. 13.

가장 가까운 별인데 아무도 거기 가본 적이 없습니다. 더 이상한 건, 그 옆에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있다는 것까지 알면서도 그렇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먼 별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파고들수록 이게 단순한 우주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프록시마 센터
우주를 향한 여정

작은 별이 조용할 거라는 착각, 적색왜성의 실체

저는 솔직히 작은 별이면 안정적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습니다. 크고 밝은 태양이 더 격렬할 것 같고, 희미하고 작은 별은 조용히 타고 있을 거라는 느낌이요. 일반적으로도 그렇게 알려진 편이고, 별도 크기가 힘이라는 직관이 꽤 자연스럽게 자리 잡혀 있었습니다.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알고 나서 그 직관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적색왜성(Red Dwarf Star)입니다. 여기서 적색왜성이란 태양보다 훨씬 질량이 작고 표면 온도가 낮아 붉은빛을 띠는 별로, 우주에서 가장 흔한 별의 종류입니다. 태양과 나란히 놓으면 농구공 옆에 구슬 하나를 갖다 놓은 수준이고, 밝기는 태양의 수천 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별이 내뿜는 에너지의 방식이 태양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태양은 내부에 복사층이라는 층이 있어서 에너지가 단계적으로 걸러지며 표면으로 나옵니다. 프록시마는 그 구조 자체가 없습니다. 별 전체가 통째로 대류(Convection), 즉 내부 물질이 끊임없이 뒤섞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쉽게 말해 두꺼운 암석층을 천천히 통과하는 지열이 아니라, 지각 전체가 동시에 폭발하는 화산 같은 구조입니다.

그 결과가 슈퍼플레어(Superflare)입니다. 슈퍼플레어란 일반적인 태양 폭발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까지 강력한 에너지가 단시간에 터져 나오는 폭발 현상을 말합니다. 기록된 사례 중에는 태양 활동 극대기의 가장 강력한 폭발보다 최대 100배에 달하는 에너지가 이 작은 별에서 터져 나온 경우도 있었고, 그것도 단 한 번이 아니라 수시로 반복됐습니다. 조용해 보이는 것이 가장 격렬할 수 있다는 이 역설, 제가 갖고 있던 직관이 얼마나 단순했는지 이 별 하나가 정확하게 짚어줬습니다.

거주가능구역 안의 행성, 희망과 장벽 사이

2016년 전 세계 천문대가 동시에 이 별을 향해 관측을 집중했습니다. 수십 년간 아무 신호도 없던 방향에서 몇 달 뒤 미세한 흔들림이 잡혔습니다. 별의 시선속도(Radial Velocity), 즉 관측자를 향해 오거나 멀어지는 방향의 속도 변화를 분석한 결과였습니다. 행성이 별을 잡아당기며 생기는 아주 미세한 떨림이었죠.

발견된 행성은 프록시마 b로 명명됐고, 크기는 지구와 비슷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위치였습니다. 이 행성이 별로부터 거주가능구역(Habitable Zone) 안에 있었습니다. 거주가능구역이란 별에서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아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온도 범위의 공간을 의미합니다. 저도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꽤 흥분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별 바로 옆에 지구 닮은 행성이라니요.

그런데 들여다볼수록 문제가 쌓였습니다.

프록시마 b가 별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고작 11일입니다. 별에 엄청나게 가까이 붙어 있다는 뜻이고, 그 거리에서는 조석 고정(Tidal Locking)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석 고정이란 행성이 별의 중력에 의해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일치하게 되어 항상 같은 면만 별을 향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달이 지구를 향해 항상 같은 면만 보여주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한쪽은 영원한 낮, 반대쪽은 영원한 밤이 되는 것이죠.

거기에 슈퍼플레어가 반복적으로 이 행성 표면을 직격 합니다. 별에서 쏟아지는 강력한 복사 에너지가 행성을 감싸는 대기를 서서히 벗겨낼 가능성이 있고, 대기가 사라지면 표면의 액체 상태 물도 유지될 수 없습니다.

프록시마 b를 둘러싼 핵심 조건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거주가능구역 안에 위치해 액체 물의 온도 조건은 충족
  • 조석 고정으로 인한 극단적인 낮과 밤의 공존
  • 반복적인 슈퍼플레어에 의한 대기 손실 가능성
  • 2022년 발견된 두 번째 행성 프록시마 d의 존재

희망이 열리는 속도보다 장벽이 보이는 속도가 더 빨랐다는 느낌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이유가 있었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환경에서 생명을 다시 묻다

일반적으로 극한의 환경은 생명이 없는 환경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지구가 이미 그 전제를 스스로 깨버렸습니다. 지구 심해의 열수구(Hydrothermal Vent) 주변, 빛 한 줄기 없이 엄청난 수압이 가해지는 환경에서도 생명체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열수구란 해저 지각에서 뜨거운 물과 광물이 분출되는 구조로, 광합성 없이 화학에너지만으로 생태계가 유지되는 극한 환경입니다. 미항공우주국(NASA) 연구에서도 이런 극한 환경 생명체, 즉 호극성 생물(Extremophile)의 존재가 외계 생명 탐색의 기준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출처: NASA Astrobiology).

그러자 과학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건 프록시마 b의 표면이 아니라 지하였습니다. 슈퍼플레어의 에너지가 닿지 않는 깊이, 방사선이 스며들지 못하는 곳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사막처럼 보이는 땅 밑에서 지하수가 흐르듯, 겉으로는 황폐해 보여도 그 아래에 전혀 다른 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조석 고정 문제도 다시 검토됐습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대기가 충분히 두껍다면 낮 쪽의 열이 밤 쪽으로 순환할 수 있고, 그 경계 어딘가에 극단적이지 않은 구간이 형성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닫히는 것 같았던 문이 조금씩 다시 열린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이 주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환경이라는 판단 자체가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을 때의 이야기라는 거, 그 기준 자체를 의심하는 순간 전혀 다른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 이 별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저 행성에 생명이 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생명이라고 부르는 것의 정의가 얼마나 좁은 지를 묻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닿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손을 뻗는 이유,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2016년, 세계적인 물리학자와 억만장자 투자자가 함께 기자회견장에 섰습니다. 프록시마 센타우리에 탐사선을 보내겠다는 내용이었는데, 그것도 20년 안에 도달하는 탐사선을요. 이 프로젝트가 브레이크스루 스타샷(Breakthrough Starshot)입니다.

브레이크스루 스타샷이란 손바닥 위에 올릴 수 있을 만큼 초경량 탐사선에 얇은 광자 돛(Light Sail)을 달아, 지상의 강력한 레이저로 가속시키는 방식의 성간 탐사 계획입니다. 광자 돛이란 빛 입자인 광자가 표면에 부딪힐 때 생기는 아주 미세한 압력을 추진력으로 활용하는 돛입니다. 연료가 없으니 무게 제한도 없고, 레이저가 계속 밀어주는 한 속도는 계속 붙습니다. 이론상 빛의 속도의 20%까지 가속이 가능하고, 그 속도라면 프록시마까지 20년이면 닿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제가 이 계획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왔습니다. 하나는 감탄이었고, 하나는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번째 감정이 맞았습니다. 실제로 구현에 들어가자 광자 돛 소재가 레이저의 강력한 에너지를 받아내면서 녹거나 찢기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는 물질이 없었고, 대기를 통과하는 레이저의 퍼짐과 왜곡을 막는 기술도 미완성이었습니다. 프로젝트 구현에 필요한 예산은 수조 원 규모였지만 실제 집행된 연구비는 그것의 0.09% 수준에 그쳤습니다. 기술보다 먼저 돈의 벽이 더 높았던 거죠. 결국 이 프로젝트는 사실상 무기한 중단 상태가 됐습니다.

다만 이 부분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느낀 게 있습니다. 참고한 내용들이 이 프로젝트를 꽤 낭만적으로 그려내는데, 솔직히 현실적인 기술 장벽이 생각보다 가볍게 넘어간 느낌이 있었습니다. 프로젝트가 중단된 이유, 자금 문제의 구체적인 맥락, 광자 돛 소재 개발이 실제로 어느 단계에 있는지가 좀 더 다뤄졌다면 메시지가 오히려 더 설득력 있어졌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프로젝트가 완전한 실패는 아니었습니다. 멈추는 동안 나온 연구들이 조용히 다른 문을 열고 있었거든요. 2025년에는 인공지능으로 광자 돛 소재 구조를 최적화해 제조 비용을 수천 배 낮추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브레이크스루 이니셔티브 공식 사이트에서도 관련 연구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Breakthrough Initiatives). 프로젝트는 멈췄지만 기술은 멈추지 않았던 겁니다.

닿지 못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 연구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 시도가 쌓은 것이 다음 세대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1915년 사진판 두 장을 비교하다가 프록시마를 발견한 천문학자 로버트 이네스(Robert Innes)가 자신의 발견이 100년 뒤 외계 행성 탐색의 출발점이 될 거라고는 몰랐던 것처럼요.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거기 있습니다. 우리 태양이 수명을 다해 사라진 한참 뒤에도 타고 있을 별입니다. 서두를 이유가 없는 쪽은 그 별이고, 서두르는 건 우리 쪽입니다. 그 조급함이 기술을 만들고 있다는 것, 장벽이 쌓이는 속도보다 우리가 알아가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 이게 이 이야기가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근거입니다. 오늘 밤 남쪽 하늘을 올려다볼 기회가 생긴다면 한번 시도해 보세요. 보이지 않겠지만, 그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가장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참고: https://youtu.be/y5yDC4c4lk4?si=nqxH2pXiG08w4rQ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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