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식탁 위의 음식들이 어디서,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푸드마일리지(Food Mileage)라는 개념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푸드마일리지는 식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이동한 거리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영향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수송 거리 개념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탄소배출, 식품 신선도, 영양 보존, 건강과의 연관성까지 확장되어 중요한 환경 및 건강 이슈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신선한 음식이 건강에 좋다”라고 말하지만, 그 신선함이 단순히 겉보기와 유통기한만으로 판단되기에는 불충분합니다. 어디서 왔고, 얼마나 오래 이동했는지까지 고려해야 진정한 신선함과 건강함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푸드마일리지가 어떻게 탄소배출과 연결되고, 이러한 배출이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푸드마일리지와 탄소배출의 관계
푸드마일리지는 기본적으로 식품의 이동거리와 무게를 곱한 수치로 계산됩니다. 예를 들어, 1kg의 사과가 5000km 떨어진 지역에서 수입되었다면, 그 푸드마일리지는 5000km입니다. 이 수치는 단순히 숫자에 그치지 않고, 그 거리를 운송하는 데 사용된 연료 소비량과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으로 직결됩니다. 대부분의 수입식품은 항공, 선박, 육로를 복합적으로 이용해 운송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발생합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14%가 운송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그중 식품 운송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렇게 발생한 온실가스는 지구의 평균 기온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고, 그로 인해 기후변화, 해양 산성화, 생태계 변화 등 다양한 환경 문제가 야기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지구 환경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WHO를 포함한 여러 보건기구는 기후변화가 인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합니다. 기온 상승은 전염병 확산, 식량 생산 불안정, 대기질 악화 등을 불러와 호흡기 질환, 영양 결핍, 열사병 등의 건강 문제를 유발합니다. 즉, 푸드마일리지가 길수록 탄소배출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우리의 건강이 위협받는 것입니다. 음식을 고를 때 그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단지 환경을 위한 일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건강을 위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유통거리와 식품의 품질 및 건강성
신선한 식품을 선택하는 것은 건강한 식습관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푸드마일리지가 긴 식품은 신선도 유지에 있어 구조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확 후 수천 km를 이동하며 유통되기 위해서는 장시간 보관이 가능해야 하며, 이를 위해 농약, 방부처리, 인공 성숙 촉진제 등의 개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수입 바나나는 수확 시점에는 미숙한 상태로 따고, 도착 후에는 에틸렌 가스를 이용해 강제로 익히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러한 방식은 외형상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실제 영양소는 상당 부분 파괴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비타민C나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 성분은 수확 직후 급속히 줄어들기 때문에 장거리 유통 중 대부분 손실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로컬푸드나 푸드마일리지가 짧은 식품은 수확 후 빠르게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화학적 보존처리가 필요 없고, 신선도 유지도 용이합니다. 더불어 미생물 오염이나 식중독의 가능성도 낮습니다. 실제로 식중독 사고 중 상당수가 대형 유통망을 거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교차오염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한 푸드마일리지가 긴 식품은 식품 포장에도 더 많은 자원이 사용되며, 이로 인한 미세플라스틱 노출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푸드마일리지가 짧을수록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사실은 명확하며, 이는 단순히 영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위생, 안전, 화학물질 노출 등 종합적인 건강 리스크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지속가능성과 건강한 소비의 연결고리
푸드마일리지를 줄이는 선택은 단지 개인의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지역에서 재배된 식품을 구매하면 지역 농업이 활성화되고,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도 높아지며, 식품 시스템이 보다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운영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역경제 순환에도 기여하게 되어 장기적으로는 식품 가격의 안정과 사회적 연대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제로마일 식단(Zero-Mile Diet)’이나 ‘슬로푸드 운동(Slow Food Movement)’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고 싶어 하며,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는 ‘의식 있는 소비’가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들도 이에 발맞추어 유통거리를 줄인 로컬 제품을 출시하거나, 푸드마일리지를 제품에 표시하는 등 투명한 정보 제공에 힘쓰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슈퍼마켓 내에 ‘로컬푸드’ 전용 구역을 마련해 소비자들이 손쉽게 푸드마일리지가 짧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우리의 작은 선택이 결국 건강한 몸, 지속 가능한 식생활, 그리고 살기 좋은 지구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결론: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똑똑한 소비
푸드마일리지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과 지구 환경, 그리고 건강 사이의 숨은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고 실생활에 적용하면 단순히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나와 가족의 건강까지 지킬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로컬푸드를 선택하고, 계절 식재료를 우선 구매하며, 생산자와 가까운 유통망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건강한 사회와 지속가능한 환경이라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장을 볼 때, 원산지 표기를 넘어 그 식품이 어떤 경로를 거쳐 왔는지, 그 거리만큼 우리 건강과 지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함께 고민해 보세요. 건강한 식습관은 푸드마일리지를 줄이는 데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저도 한번 관심을 가져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