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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패션의 진실 (헌옷 수출, 환경오염, 지속가능성)

by oboemoon 2026. 1. 27.

매년 1000억 벌의 옷이 만들어지고 그중 330억 벌은 1년도 지나지 않아 버려집니다. 저렴한 가격에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패스트 패션 시대, 우리는 헌 옷수거함에 옷을 넣으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그 편리함의 대가는 과연 누가 치르고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버려진 옷들이 향하는 곳과 패션 산업이 만들어낸 환경 파괴, 그리고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향한 방향을 살펴봅니다.

 

헌 옷 수출이 만든 거대한 옷 무덤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 인근에는 서아프리카 최대 중고 의류 시장 칸타만토가 있습니다. 가나 인구는 약 3천만 명이지만 매주 이곳으로 들어오는 옷은 1500만 벌에 달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 헌 옷 수출국으로, 칸타만토 시장에서도 한국에서 온 옷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수거된 헌 옷의 95%는 해외로 수출되며, 빈티지 매장 등 국내에서 소비되는 양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팔리지 않은 새 옷들조차 포장도 뜯지 않은 채 헌 옷이 되어 바다를 건넙니다.

그러나 칸타만토 시장에 풀린 옷 중 약 40%는 끝내 팔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남은 옷들은 강으로, 매립지로, 불길 속으로 사라집니다. 시장에서 불과 1km 떨어진 오다우 강에는 의류 쓰레기가 쌓여 흐르고, 강은 더 이상 생명을 품지 못합니다.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대서양 연안에서는 어부들의 그물에 물고기 대신 미역처럼 엉킨 옷더미가 걸려 올라옵니다. 이곳 사람들이 산 적도, 입은 적도 없는 먼 나라의 옷들이 파도를 따라 흘러와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생계를 위해 받아들인 헌 옷이 오히려 생존을 위협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가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헌옷 기부가 선행이라는 믿음 뒤에는 글로벌 불평등 구조가 숨어 있습니다. 선진국의 과잉 소비가 개발도상국의 환경 파괴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우리의 작은 소비 습관이 누군가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헌 옷수거함 덕분에 옷을 버릴 때 죄책감을 느끼지 않지만, 현실은 우리가 믿고 싶은 것과 전혀 다릅니다.

 

환경오염을 부추기는 패션 산업의 실체

 

패스트 패션을 넘어 울트라 패스트 패션의 시대, 유행은 일주일 단위로 바뀝니다. 온라인 쇼핑과 알고리즘은 소비를 끊임없이 부추기며, 한 번 입고 사진을 찍으면 옷은 다시 입지 않습니다. 1980년대에 비해 1인당 옷 구매량은 5배로 늘었고, 구매한 옷의 12%는 한 번도 입지 않은 채 버려집니다. 이러한 과잉 생산과 소비가 만들어낸 환경 비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방글라데시 다카는 세계 2위 의류 생산국입니다. 이곳에는 수천 개의 공장이 밀집해 있고 수백만 명이 의류 산업에 종사합니다. 낮은 임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옷들은 전 세계로 수출되지만, 염색 폐수는 여과 없이 강으로 흘러들고 강은 검은 물결로 뒤덮입니다. 패션 산업이 사용하는 물의 양은 전 세계 산업용수 사용량의 20%에 달하며,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는 2700리터의 물이 필요합니다. 청바지 한 벌은 33kg의 탄소를 배출하며, 패션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합니다. 이는 항공과 해운 산업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많은 옷이 합성섬유, 즉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폴리에스터는 페트병과 같은 PET 소재로, 우리는 플라스틱을 입고 살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세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은 하천과 바다로 흘러갑니다. 한강에서도 합성섬유 기반 미세플라스틱이 다량 검출되었으며, 옷 1kg을 세탁할 때 최대 수십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합니다. 깨끗함을 위해 하는 세탁이 또 다른 오염을 낳고 있는 것입니다. 값싼 옷의 즐거움 뒤에는 오염된 강과 파괴된 삶이 남지만, 우리는 이 비용을 체감하지 못합니다.

 

지속가능성을 향한 진짜 해법은 무엇인가

 

폐페트병으로 만든 친환경 의류가 각광받고 있지만, 이것 역시 완전한 해답은 아닙니다. 페트병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재활용되던 귀중한 자원입니다. 옷으로 만드는 것은 소비를 정당화할 뿐,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일부 기업은 여전히 재고를 소각하고 있으며, 이는 환경 파괴를 가속화할 뿐입니다. 핵심은 생산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다행히 변화를 시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재고를 해체해 새 옷으로 만들거나, 제로웨이스트 디자인으로 폐기물을 최소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팔리지 않은 옷은 쓰레기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 거기서부터 지속 가능한 패션은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문제를 만든 기업과 국가의 책임, 제도적 해결책에 대한 분석과 실행이 필요합니다.

소비자 개인의 성찰도 중요하지만, 구조적 변화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패션 산업 전반의 생산 시스템 개혁, 기업의 환경 책임 강화, 국제적 규제 마련 등 제도적 차원의 접근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어제 산 옷, 오늘 버린 옷. 책임지지 않는 풍요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매년 1000억 벌의 옷이 만들어지는 이 세계에서 우리는 단순히 소비를 줄이는 것을 넘어,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어떤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옷 무덤 앞에 서 있습니다. 이제는 구체적인 행동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패션 산업이 만들어낸 환경 파괴와 글로벌 불평등은 단순한 소비의 문제를 넘어 구조적 개혁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에서 나아가, 기업과 국가의 책임을 묻고 제도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향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출처]
EBS 다큐프라임 - 옷 무덤 / EBS 공식 채널: https://youtu.be/ErjAylpoFWs?si=Oz0rRe5BWayVBHM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