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000m가 넘는 파미르 고원은 세계에서 가장 극한의 환경 중 하나입니다. 이곳에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파미르인들과 키르기스 유목민들의 삶은 기후 변화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파미르 고원의 독특한 문화와 생존 방식, 그리고 기후 위기가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파미르 고원과 기후변화의 현실
파미르는 크게 동부와 서부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평균 고도가 4,000m 이상 되는 높고 평평한 고원지대인 동부에는 주로 키르기스 유목민이 살고, 반즈 계곡과 발탕 계곡이 있는 서부에서는 주로 농사를 짓습니다. 대륙에서 가장 큰 페드첸코 빙하가 있는 반즈 계곡은 인접한 발탕 계곡과 함께 서부 파미르의 주요 계곡 중 하나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파미르어라는 자신들만의 언어를 사용하며 스스로를 파미르인이라 부릅니다. 외모는 중앙아시아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유럽의 백인과 닮았으며, 과거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군 일부가 정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최근 파미르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50년까지 산지의 평균 기온은 2.2~3.1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낮은 곳에서만 볼 수 있던 꽃들이 고지대에서도 피어나고, 벌을 키우는 사람들도 자리를 옮기고 있습니다. 조류의 이동 시기와 산란기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빙하지대는 온난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습니다. 지난 40년간 페드첸코 빙하는 꾸준히 녹으며 아래로 흘러 내려왔고, 2010년에는 큰 홍수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2050년 경이면 최대 45%의 빙하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닙니다. 기후 변화의 주된 원인은 선진 산업국의 탄소 배출에 있지만, 그 피해는 파미르 같은 취약한 지역이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현대 산업 사회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가를 치르는 불공정한 구조 속에 놓여 있습니다. 국제 사회는 이러한 불평등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기후 적응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파미르의 유목문화와 전통적 삶
동부 고원지대는 연평균 강수량이 매우 적고 황량합니다. 그러나 암각화는 이곳에 수천 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음을 보여줍니다. 아이벡스를 비롯한 사냥 장면이 바위에 새겨져 있으며, 파미르의 암각화는 톈산이나 알타이 지역의 것과 닮아 있습니다. 파미르 고원에는 키르기스 유목민들이 살아갑니다. 이들은 양, 염소, 야크를 키우며 생계를 유지합니다. 야크는 고산 환경에 가장 적합한 가축으로, 젖은 버터와 치즈로 가공해 중요한 수입원이 됩니다. 가축은 이들에게 거의 전 재산과 같습니다.
서부 파미르의 농경 지역에서는 가파르고 험한 산악지대를 일궈 밀과 감자를 재배합니다. 토질이 나빠 곡물과 목초를 번갈아 심어야만 지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감자는 재배가 쉽고 수확량이 많아 고산지대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입니다. 이곳의 농사는 대부분 자급자족을 위한 것입니다. 이들의 주식은 난이라 불리는 빵으로, 밀가루 반죽을 화덕에 구워 만듭니다.
파미르 하이웨이는 두샨베와 오시를 잇는 유일한 도로로, 해발 4,000~5,000m를 넘나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로 중 하나입니다. 과거 영국과 러시아의 패권 다툼인 그레이트 게임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파미르의 유목문화는 고립된 전통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다양한 문화와 교류하며 형성되어 온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많은 젊은이들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고원을 떠나면서, 이러한 전통문화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극한 환경 속 생존방식과 그 한계
발탕 계곡은 길이 좁고 험해 접근이 어렵습니다. 겨울이 되면 눈사태로 외부와 고립되며, 식량을 미리 저장해야 합니다. 눈표범이 가축을 습격하는 일도 발생합니다. 굶주린 눈표범은 손쉬운 먹잇감인 가축을 노리다 사람과 충돌하기도 합니다. 이는 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야생동물의 행동 패턴까지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겨울은 길고 혹독합니다. 기온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고, 눈이 많이 내리면 가축이 먹이를 찾지 못해 죽습니다. 물과 전기도 부족해 얼음을 녹여 물을 사용하고 태양열과 기름 등불에 의존합니다. 연료는 야크의 똥과 테레스켄이라는 관목에 의존합니다. 테레스켄은 성장 속도가 느려 한 번 파괴되면 복구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른 연료가 없어 채취를 멈출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는 생존을 위해 환경을 훼손할 수밖에 없는 빈곤의 악순환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파미르의 삶은 극한 환경 속에서도 이어져 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떠났지만, 여전히 조상의 땅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힘들지만 이곳이 자신의 삶의 터전이라 말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고통과 희생이 자연의 섭리처럼 당연시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후 변화의 원인은 외부에 있는데 그 피해를 이들이 감당하는 구조는 명백히 부당합니다. 우리는 왜 이런 지역일수록 더 보호받지 못하는지, 기후 위기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그리고 이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질문해야 합니다. 단순한 동정이나 관찰을 넘어, 국제 사회의 구조적 책임과 연대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미르 고원의 사례는 기후 위기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정의와 평등의 문제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인간과 자연의 밀접한 연결 속에서 생존해 온 이들의 삶을 지키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책임 있는 국제 사회의 역할과 기후 정의 실현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KX_tooM8Mwo?si=uoqlZq-nBYJQj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