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방울토마토 한 봉지 넣어두고 과자 대신 집어먹은 적, 한 번쯤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도 그렇습니다. 딱히 건강을 챙기겠다는 의지보다는 손이 가서, 부담이 없어서 먹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토마토의 영양 성분을 제대로 들여다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같은 토마토라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흡수율이 수십 배 차이 나는 성분이 있다는 사실, 저는 솔직히 몰랐습니다.

라이코펜 흡수율, 생으로 먹으면 4%밖에 안 됩니다
토마토의 핵심 성분은 라이코펜(Lycopene)입니다. 라이코펜이란 토마토 특유의 붉은 색소를 만드는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항산화 물질로,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세포 손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세포가 산화되어 늙는 속도를 늦추는 물질입니다.
문제는 흡수율입니다. 토마토를 생으로 먹거나 그냥 갈아 마시면 라이코펜 흡수율은 약 4% 수준에 그칩니다. 그런데 열을 가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88도에서 2분만 가열해도 6%, 15분이면 17%, 30분이면 35%까지 흡수율이 오릅니다. 가열 과정에서 세포벽이 파괴되면서 라이코펜이 더 쉽게 유리(遊離)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유리란 성분이 세포 내 구조에서 분리되어 체내에서 흡수 가능한 형태로 방출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저는 이 수치를 보고 꽤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생으로만 먹어왔으니 사실상 라이코펜은 거의 못 먹고 있었던 셈입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라이코펜은 지용성(Lipid-soluble) 성분입니다. 지용성이란 물이 아닌 기름에 녹는 성질로, 지방과 함께 섭취할 때 소장에서의 흡수율이 크게 높아집니다. 연구에 따르면 기름과 함께 먹을 경우 흡수율이 최대 9배까지 상승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올리브유에 토마토를 볶아 먹는 방법이 영양학적으로 꽤 근거 있는 조리법입니다.
토마토 흡수율을 높이는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가열 조리: 88도 이상에서 15
30분 가열 시 라이코펜 흡수율 1735% 향상 - 올리브유와 함께 볶기: 지용성 성분 특성상 기름과 함께 섭취 시 흡수율 최대 9배 증가
- 껍질째 섭취: 라이코펜은 과육보다 껍질에 약 5배 이상 집중되어 있음
- 방울토마토 선택: 동일 중량 대비 껍질 비율이 높아 라이코펜 섭취량에서 유리함
그렇다고 생으로 먹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타민C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생으로 먹을 때 더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습니다. 목적에 따라 조리법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토마토와 함께 먹으면 시너지가 나는 음식들
토마토만 잘 먹어도 충분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궁합이 맞는 식품과 함께 먹으면 효과가 실질적으로 달라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조합까지 신경 쓰는 게 번거롭다고 생각해 왔는데, 수치로 보니 무시하기 어렵더라고요.
대표적인 사례가 브로콜리입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연구팀이 수행한 실험에 따르면, 토마토 단독 섭취 시 전립선 종양이 34%, 브로콜리 단독 섭취 시 42% 감소한 반면, 두 가지를 함께 섭취한 그룹에서는 종양이 52%까지 감소했다고 합니다(출처: 일리노이 대학교). 단순 합산이 아니라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는 설포라판(Sulforaphane)의 작용과 관련이 있는데, 설포라판이란 브로콜리에 풍부한 이소티오시아네이트 계열의 항암 물질로, 라이코펜과 함께 작용할 때 세포 내 항산화 경로를 더 강하게 활성화시킵니다.
아보카도도 주목할 만한 조합입니다. 아보카도에는 단일불포화지방산(MUFA, Monounsaturated Fatty Acid)이 풍부합니다. 단일불포화지방산이란 탄소 이중 결합이 하나인 구조의 불포화 지방으로,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이른바 '좋은 지방'입니다. 라이코펜이 지용성이라는 특성상, 아보카도의 이 지방 성분이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따로 기름을 두르지 않아도 아보카도와 함께 먹는 것만으로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육류와의 조합도 이유가 있습니다. 토마토에 함유된 구연산(Citric acid)이 고기의 단백질과 지방 분자를 분해하는 연육 작용을 도와 위장 부담을 줄여줍니다. 고령층에서 육류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근감소증(Sarcopenia) 예방을 위해서는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필수입니다. 근감소증이란 노화 과정에서 근육량과 근력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증상으로, 낙상, 골절, 인지 기능 저하와 직결됩니다. 토마토와 육류를 함께 먹는 것은 맛과 소화 두 측면에서 실용적인 조합입니다(출처: 대한노인병학회).
한 가지 덜 알려진 주의 사항도 있습니다. 덜 익은 초록색 토마토에는 솔라닌(Solanine)이라는 독성 물질이 소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솔라닌이란 가지과 식물에서 발견되는 알칼로이드 계열의 천연 독소로, 과량 섭취 시 구토, 복통, 신경계 자극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초록빛이 남아 있는 토마토를 냉장고에서 후숙 하면 솔라닌이 분해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실온에서 자연 숙성시켜야 합니다.
결국 토마토 하나가 모든 건강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식의 접근은 무리입니다. '효과 200%', '만성 염증을 싹 없앤다'는 표현이 건강 콘텐츠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저는 그런 표현이 조금 과하게 느껴집니다. 연구 결과가 근거로 제시되더라도 연구 대상, 규모, 조건이 일반인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토마토는 좋은 식품이지만, 특정 음식 하나보다 전체적인 식단의 다양성과 꾸준함이 훨씬 더 큰 변수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저는 이번에 알게 된 것들을 반영해서, 방울토마토를 그냥 씻어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올리브유에 가볍게 볶아보거나 브로콜리와 함께 조리하는 방법을 조금씩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