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비금도 서북쪽 약 10km 해상에 위치한 칠발도는 평소 배가 다니지 않는 외딴섬으로, 수많은 바닷새들이 서식하는 천연의 새 낙원입니다. 이곳은 여름철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인 바다재비와 슴새의 중요한 번식지이며, 키 큰 나무 대신 밀사초가 넓게 자라 독특한 생태 환경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섬의 생태계는 태풍과 외래종, 그리고 인간의 무분별한 개입이라는 복합적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태풍이 드러낸 바다재비의 생존 전략과 번식의 취약성
바다재비는 다리가 몸 뒤쪽에 달려 있어 착지와 보행이 어려운 구조적 특징을 가진 바닷새로, 이러한 신체 구조 때문에 굴 형태의 둥지에서 생활합니다. 7월 번식기에 들어가면 한 해에 한 개의 알만 낳으며, 암수가 교대로 약 40일간 알을 품는 매우 신중한 번식 전략을 택합니다. 특히 한 번 짝을 이루면 평생을 함께하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데, 이는 번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진화적 선택으로 해석됩니다.
8월 말 새끼 바다재비가 부화하던 시기, 최대 풍속 53m에 달하는 강력한 태풍이 칠발도를 강타했습니다. 이 폭풍으로 인해 둥지들이 침수되고 알이 밖으로 튕겨 나오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새끼 바다재비들은 둥지를 잃고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지며 생존의 위기에 놓였습니다. 제작진은 밤에 어미가 돌아올 것을 고려해 새끼를 임시로 보호한 뒤 원래 위치에 돌려놓았고, 결국 새끼는 무사히 어미를 만나 먹이를 먹고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바다재비는 먼바다로 나가 새우나 작은 물고기, 오징어 등을 잡아 반쯤 소화한 뒤 새끼에게 먹이는 독특한 육아 방식을 보입니다. 이러한 번식 전략은 매우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극도로 취약합니다. 한 해에 단 한 개의 알만 낳기 때문에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그해 번식이 완전히 실패할 수 있습니다. 칠발도의 바다재비 이소율은 약 80%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일부는 둥지 떠나기에 실패하며, 살아남은 개체들은 몇 년 후 다시 이 섬으로 돌아옵니다. 이러한 회귀 본능은 섬 생태계의 안정성이 바다재비 개체군 유지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외래종 유입이 초래한 섬 생태계의 연쇄적 붕괴
칠발도를 비롯한 신안군 섬들에서는 인간이 의도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도입한 외래종이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과거도에서 발견된 족제비 문제입니다. 인간이 쥐를 잡기 위해 들여온 족제비는 천적이 없는 섬 환경에서 급격히 개체수가 증가했고, 쥐뿐 아니라 뱀과 도마뱀 개체 수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실제로 쥐 트랩 조사에서 쥐가 거의 잡히지 않았으며, 과거도에서는 쇠살모사가 거의 사라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구글도에는 독을 가진 쇠살모사가 다수 서식하고 있는데, 설치류가 적은 섬 환경 때문에 새를 먹이로 삼는 특이한 행동이 관찰됩니다. 유전자 분석 결과, 섬의 쇠살모사는 육지 개체와 약간의 차이를 보였는데, 이는 섬이라는 격리된 환경이 독특한 유전적 특성을 만들어냈음을 의미합니다. 홍도의 경우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500여 종의 식물과 200여 종의 동물이 서식하며, 멸종위기종 풍란과 홍도 원출 같은 섬 고유종 식물이 발견됩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외래 식물의 확산입니다. 쇠무릎 같은 외래 식물은 갈고리 모양 열매로 바다재비의 날개를 묶어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과거 조사에서 수백 마리의 바다재비가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실이 확인된 이후, 지자체와 연구기관은 외래 식물 제거와 밀사초 복원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사람이 살았던 지역일수록 외래 식물이 많고,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는 밀사초가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인간 활동이 섬 생태계에 얼마나 직접적인 교란 요인으로 작용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자연보호의 본질, 인간의 선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
이 다큐멘터리가 제기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인간의 개입이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입니다. 제작진이 새끼 바다재비나 거문도에서 발견된 희귀 철새 먹광새를 구조하는 장면은 분명 감동적입니다. 탈수와 쇠약 상태로 사람을 피하지 않고 상한 생선 찌꺼기를 먹는 이상 행동을 보이던 어린 먹광새는 야생동물 전문가와 협력해 육지의 야생동물 구조센터로 이송되었고, 치료와 영양 공급 후 체력을 회복하고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입이 장기적으로 자연의 질서를 바꾸지는 않는지에 대한 성찰도 필요합니다. 흑산도에는 매년 270여 종, 약 30만 마리의 철새가 지나가며, 연구센터에서는 가락지를 부착해 이동 경로와 생존 상태를 연구합니다. 이러한 연구는 분명 과학적 가치가 있지만, 동시에 인간의 개입이라는 측면에서 양면성을 가집니다. 약 1억 3천만 년 전 활발한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지형과, 마지막 빙하기 이후 해수면 상승으로 한반도가 섬들로 분리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이 생태계는, 인간의 존재 이전부터 스스로의 균형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 다큐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지만, 인간의 책임을 다소 간접적으로만 다루고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족제비 유입이나 외래 식물 확산처럼 분명 인간의 선택에서 비롯된 문제들이 등장하지만, 그 원인과 책임 구조에 대한 비판은 비교적 약하게 제시됩니다. 자연보호란 단순히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개입하지 말아야 할 선을 인식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섬 생태계는 단순히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무지한 선택에 의해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섬세한 균형 위에 놓인 존재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칠발도와 주변 섬들은 철새들에게 중요한 휴식처이자 번식지로 남아 있습니다. 거센 바람과 파도 속에서도 생명을 품어온 이 섬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은 결국 인간 스스로의 미래를 지키는 일입니다. 섬을 보존하는 일이 곧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 다큐가 던지는 메시지는 충분히 가치 있고 오래 기억되어야 할 교훈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bs_SCWnYbxQ?si=qSpU69hRAO2-dBp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