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전 세계 아동 비만율은 10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영국에서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동의 약 21%가 비만으로 분류됩니다. 의사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인 크리스 반 톨레켄은 이러한 문제의 핵심 원인으로 '초가공식품'을 지목합니다. 개인의 의지가 아닌 우리를 둘러싼 식품 환경 자체가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초가공식품이 일으키는 뇌 변화와 호르몬 교란
초가공식품은 단순히 가공을 거친 식품이 아니라 여러 단계의 산업적 공정과 첨가물을 통해 만들어진 식품을 의미합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공중보건학자 크리스 밀렛 교수는 식품을 가공 정도에 따라 네 단계로 분류하며, 그중 네 번째 단계가 초가공식품이라고 설명합니다. 탄산음료, 즉석식품, 시리얼, 가공육, 과자류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현재 영국인의 전체 칼로리 섭취 중 약 57%가 초가공식품에서 나오며, 청소년의 경우 그 비율은 68%에 이릅니다.
크리스 반 톨레켄은 이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4주 동안 하루 섭취 열량의 80%를 초가공식품으로 채우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비만 연구 권위자인 레이첼 베테햄 교수의 감독 아래 MRI 촬영과 혈액 검사, 호르몬 분석이 병행되었습니다. 실험 시작 후 그는 수면 장애, 속 쓰림, 변비, 피로감, 집중력 저하를 겪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식욕이었습니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계속해서 음식을 찾게 되었고, 포만감을 느끼는 시점이 늦어졌습니다.
4주 후 그의 체중은 6.5kg 증가했습니다. 혈액 검사 결과 배고픔을 자극하는 호르몬은 약 30% 증가했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은 감소했습니다. 뇌 MRI에서는 보상 중추와 습관 형성과 관련된 영역의 연결성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중독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와 유사한 양상입니다. 단맛이나 짠맛처럼 강한 자극이 반복되면 뇌는 그 자극을 더 자주, 더 많이 요구하게 됩니다. 이러한 결과는 초가공식품이 단순히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 아니라 우리 몸의 생리학적 시스템 자체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다만 4주라는 비교적 짧은 실험 기간이 장기적 영향을 모두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존재하며, 개인차에 따른 변수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가공식품과 식욕 조절 실패의 메커니즘
미국 국립보건원 소속 연구자 케빈 홀 박사는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동일한 열량과 영양 성분을 가진 식단을 제공하되, 한 그룹에는 자연 식품 위주 식단을, 다른 그룹에는 초가공식품 위주 식단을 제공했습니다. 그 결과 초가공식품을 섭취한 집단은 하루 평균 약 500kcal를 더 섭취했습니다. 음식의 질감이 부드럽고 빨리 삼킬 수 있으며, 한 입당 칼로리 밀도가 높아 포만 신호가 뇌에 전달되기 전에 과잉 섭취가 일어난다는 설명입니다.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초가공식품은 섭취 속도를 빠르게 만들고, 뇌가 포만감을 인식하기 전에 과도한 열량을 섭취하게 만듭니다. 자연 식품의 경우 씹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고, 식이섬유가 소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이 적절히 형성됩니다. 반면 초가공식품은 이러한 자연스러운 조절 메커니즘을 무력화시킵니다. 식품 기업은 사람들이 더 많이, 더 자주 먹도록 만들기 위해 맛과 질감, 향, 포장 방식까지 과학적으로 설계합니다. 이는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환경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초가공식품이 값싸고, 보관이 쉽고, 조리 시간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초가공식품은 가장 접근성이 높은 선택지입니다. 특히 경제적 여건이 어렵거나 시간 빈곤을 겪는 가정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이 부족합니다. 신선한 재료로 식사를 준비할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초가공식품을 무조건 피하라는 조언은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에는 구조적 문제가 크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모든 초가공식품이 동일한 위험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가공 정도와 첨가물의 종류에 따라 건강 영향도 다를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초가공식품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과 정책적 과제
이 다큐멘터리는 초가공식품 문제가 개인의 식습관을 넘어 사회 전체의 식품 환경 문제임을 강조합니다. 지난 수십 년간 식품 산업은 점점 더 가공도가 높은 제품을 개발해 왔고, 이러한 제품들은 편의성과 경제성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앞세워 식탁을 점령했습니다. 동시에 정부 정책은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했습니다. 영양 성분 표시제도, 광고 규제, 학교 급식 기준 등에서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다큐가 초가공식품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묘사했다는 비판도 가능합니다. 모든 가공식품이 동일한 위험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선택의 폭이 제한된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인 대안이 부족합니다. 보다 구체적인 정책적 제안이나 식품 환경 개선 방안이 함께 제시되었다면 더 균형 잡힌 시각이 되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건강한 식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 식품 교육 강화, 지역 사회 기반의 식품 지원 프로그램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합니다.
또한 초가공식품의 정의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합니다. 네 번째 단계의 가공식품이라는 분류가 명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통밀빵, 요구르트, 두부 등도 어느 정도 가공을 거친 식품이지만 일반적으로 건강한 식품으로 인식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가공 단계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첨가물의 종류, 영양 밀도, 섭취 맥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식품 산업의 책임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기업들이 이윤 추구를 넘어 공중보건에 대한 책임을 갖도록 하는 규제와 인센티브가 동시에 작동해야 합니다.
이 다큐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식생활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단순히 무엇을 먹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환경 속에서 선택하고 있는가를 묻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습니다. 개인의 식습관 개선 노력과 함께 사회 구조적 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며, 이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1_4QGn2C4XY?si=mXupQwdIfC2iRlL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