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하면 근육도 같이 빠지고, 근육을 키우면 체지방도 같이 는다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그런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는 게 실제로 가능하다면 어떻겠습니까.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요가와 필라테스를 다니면서 체중계 숫자보다 몸의 밀도가 달라지는 걸 느끼기 시작했을 때, 제가 운동과 식단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인슐린이 핵심이었다
운동을 꾸준히 해도 체지방이 잘 안 빠진다면, 인슐린 문제를 먼저 봐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서 인슐린이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탄수화물 섭취 후 혈당이 오르면 분비되어 혈당을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하고, 남은 분은 체지방으로 전환시킵니다. 쉽게 말해 체지방을 쌓는 데 직접 관여하는 호르몬입니다.
그런데 이 인슐린이 근육 성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단백질이 소화되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는데, 인슐린이 그 아미노산을 근육 세포로 운반하는 수송체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슐린 수치가 적절히 올라가면 mTOR(엠토르)라는 단백질 합성 스위치가 활성화됩니다. 여기서 mTOR란 근육 세포 안에서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신호 경로로, 근 성장의 핵심 스위치라고 보면 됩니다.
정리하면, 체지방을 빼려면 인슐린 분비를 줄여야 하고, 근육을 키우려면 인슐린 분비를 적절히 높여야 합니다. 상반된 목표처럼 보이지만, 여기에 영리하게 파고들 틈이 있습니다.
단백질 섭취가 만들어 내는 균형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모두 인슐린을 올립니다. 다만 그 정도가 다릅니다. 탄수화물을 100으로 봤을 때 단백질은 약 50, 지방은 10 수준입니다. 이 차이가 체지방 감량과 근 성장을 동시에 노리는 핵심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탄수화물을 줄이되, 단백질 섭취를 평소의 1.6배에서 2배까지 올리면 인슐린을 급격하게 올리지 않으면서도 근 성장에 필요한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도 이 원리를 알고 나서 식단을 조금씩 바꿔봤습니다. 밥 양을 줄이는 대신 계란, 두부, 고기를 더 챙겨 먹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포만감이 오래가고 에너지가 안정적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공복 유지도 중요한 전략입니다. 16시간 정도의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을 활용하면 인슐린이 충분히 낮아지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간헐적 단식이란 일정 시간 동안 음식을 먹지 않아 인슐린 수치를 낮추고, 글리코겐이 소진된 후 체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식이 방법입니다. 다만 이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요가나 필라테스 수업 전에 너무 공복 상태이면 오히려 힘이 빠지는 경우가 있어서, 제 몸 상태를 보면서 조절하고 있습니다.
탄수화물 섭취 기준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참고 수준으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 여성: 순탄수 기준 하루 약 70g에서 시작
- 남성: 순탄수 기준 하루 약 120g에서 시작
- 이후 몸 상태와 활동량을 관찰하며 조정
점진적 과부하가 없으면 근육은 성장하지 않는다
운동 강도에 관한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입니다. 제가 처음 요가와 필라테스를 시작할 때도 그랬습니다. 천천히 움직이는 운동이라 쉬울 것 같았는데, 복부 인게이지먼트(복근 수축)를 유지하면서 자세를 버티는 것 자체가 예상 밖이었습니다. 다음 날 뻐근하게 오는 근육통은 제가 그동안 얼마나 이 근육들을 쓰지 않았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줬습니다.
여기서 점진적 과부하(Progressive Overload)란 운동 강도, 횟수, 중량을 서서히 높여가며 근육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는 훈련 원칙을 뜻합니다. 우리 몸은 동일한 자극에 빠르게 적응하기 때문에, 같은 강도로만 반복하면 어느 순간 근 성장이 멈춥니다. 근육이 "이 정도는 이제 별거 아니다"라고 학습해 버리는 것입니다.
고강도 운동은 속근(Fast-Twitch Muscle Fiber)을 자극합니다. 여기서 속근이란 순간적인 폭발적 힘을 발휘하는 근섬유로, 훈련을 통해 크기가 커지고 강해질 수 있는 근육입니다. 반면 걷기나 조깅에서 주로 사용되는 지근은 크기가 잘 늘어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1회 최대 중량(1RM)의 80% 수준으로 6~8회 반복하는 강도가 속근 자극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강도 근력 운동은 테스토스테론과 성장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근손실을 막는 안티카타볼릭(Anti-Catabolic) 효과도 줍니다. 안티카타볼릭이란 근육이 분해되는 것을 억제하는 상태를 말하며, 다이어트 중 근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나이와 운동 종류를 넘어 가능한 이유
이 방법이 특정 나이대나 운동 종류에만 통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 저에게는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연세대학교 스포츠응용산업학과 전용관 교수의 사례를 보면, 50대 나이에 간헐적 단식과 저당질 식단, 적절한 단백질 섭취를 병행하면서 한 학기 동안 체중 5kg 감소에 근육량 2kg 증가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나이가 있어도 체성분 개선이 가능하다는 실제 사례입니다.
실제로 단백질 섭취와 저탄수화물 식단이 체성분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단백질이 근육 합성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국내외 스포츠 영양학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출처: 한국영양학회), 운동 강도와 근 성장의 관계 역시 체계적인 훈련 원칙으로 정립되어 있습니다(출처: 대한스포츠의학회).
저는 헬스장보다 요가와 필라테스를 선택했지만, 동작 난이도를 조금씩 올리고, 자세를 더 정확하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강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어떤 운동이든 점진적으로 부하를 높여가는 원칙 자체는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헬스장에서만 통하는 논리가 아닙니다.
체지방 감량과 근육량 유지를 동시에 노리는 핵심 전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탄수화물 섭취 조절 (여성 70g, 남성 120g 기준으로 시작)
- 단백질 섭취를 평소 대비 1.6배 이상으로 늘리기
- 16시간 내외의 간헐적 단식으로 인슐린 안정화
- 점진적 과부하를 적용한 고강도 운동 병행
체중계 숫자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체성분 변화를 놓칩니다. 몸이 얼마나 탄탄해지고 있는지, 근력이 실제로 올라가고 있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 훨씬 의미 있는 지표입니다. 저도 아직 가는 중이고 빠르지 않지만, 제 몸의 속도에 맞춰 꾸준히 쌓아가는 것이 결국 오래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적게 먹고 강하게 운동하기보다, 원리를 이해하고 내 몸에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