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미래 먹거리를 두고 벌이는 기술 패권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합니다. 미국 정부가 동맹국들의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는 가운데, 각국은 인공지능, 첨단 바이오, 양자 기술이라는 세 가지 국가 전략 기술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 세 분야를 핵심 게임 체인저로 선정하고 도약을 준비하고 있지만, 과연 우리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요?
인공지능: 공간 지능으로 진화하는 AI의 미래
2024년 노벨위원회는 인공지능 연구의 선구자인 제프리 힌튼 교수에게 물리학상을,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에게 화학상을 수여했습니다. 오랫동안 과학의 변방에 있던 인공지능이 마침내 주류 과학기술로 인정받은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2020년 등장한 생성형 AI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이제 우리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AI에게 질문합니다. 질문에 답할 뿐 아니라 자료를 찾아 정리하고, 이미지와 영상까지 생성하는 AI는 마치 개인 비서처럼 우리 곁에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생활용품에서 공장까지 전 산업 분야에 파고들고 있습니다. 자동차, TV, 휴대폰은 물론 건물 전체가 AI 비서 역할을 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AR 증강현실 지도를 통해 건물 내 위치를 안내받고, 디지털 트윈 기술로 건물 곳곳을 클라우드로 통제하며, 블라인드 조절부터 온습도 관리까지 자동화 시스템이 담당합니다. 신분증 없이도 생체인식으로 출입이 가능하고, 로봇이 커피를 배달해 주는 풍경은 더 이상 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공지능이 컴퓨터와 모바일 안에만 갇혀 있지 않고 물리 세계로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이를 '공간 지능'이라고 표현하며, 로봇이나 자율주행 차량을 통해 AI가 현실 세계와 직접 소통하는 시대를 예고합니다. 5G 특화망으로 연결된 로봇은 건물의 지도를 완벽하게 학습하고, 엘리베이터를 찾아가며, 장애물을 피해가는 등 3년 넘게 실수 없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세계 세 번째로 생성 AI를 만들어낸 한국 기업은 초거대 AI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불과 몇 년 안에 더 똑똑한 몸체를 가진 새로운 인공지능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선두주자는 여전히 미국입니다. LMM 차세대 모델로서의 월드 모델 개발에 전 세계 연구자들이 집중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실생활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월드 모델이 필수적입니다. 뉴욕대 얀 르쿤 교수를 비롯한 AI 4대 천왕들도 생활 밀착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모두 차세대 인공지능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자국 보호 정책으로 문을 잠그고 있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인공지능이 판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첨단 바이오: 신약 개발과 합성 생물학의 가능성
첨단 바이오 분야는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 박기덕 교수 연구팀은 10년의 연구 끝에 치매 치료 물질을 찾아냈습니다. 기존 치매 치료제들이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과 달리, 이 연구팀은 우리 몸 스스로 치매와 싸울 수 있도록 돕는 방어 기전 스위치를 켜는 약물 CV01을 개발했습니다. 나이가 들거나 질환이 발생하면 작동하지 않는 방어 기전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 방식입니다.
5년이 넘는 동물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공간 기억 회복을 측정하는 골드 스탠다드 실험에서 치매에 걸린 쥐가 약물 투여 후 정상 쥐처럼 20초 만에 목표를 찾아가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약물이 승인된다면 최초의 근원적 치매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연구팀은 직접 스타트업을 설립해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이탈리아 제약사로부터 5천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 다른 성공 사례로 표적 폐암 치료제 개발이 있습니다. 한 제약 회사 연구원 황윤화 씨는 5년 동안 매달린 신약 개발이 최종 완성되어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 약물은 기존 치료제의 내성을 극복할 수 있고 먹는 약이어서 환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폐암의 뇌 전이 환자에게 효과적이며, 선택성이 뛰어나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 기술 도입 후 임상 실험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한 결과, 업계에서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합성 생물학은 첨단 바이오 산업의 또 다른 핵심 분야입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 연구센터에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새로운 의료용 미생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12시간 안에 90% 분해하는 미생물 개발은 전 지구적 미세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연구진은 바이오파운드리라는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DNA 조립부터 유전체 연구까지 나노리터 단위의 정밀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28년까지 의약품 원료의 25%를 합성 생물학으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중국 역시 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국가 바이오 파운드리 착공을 앞두고 있어 경쟁력 확보가 기대됩니다.
양자 기술: 양자 컴퓨터 시대의 도래와 한국의 도전
2023년 미국의 전략 컨설팅 업체는 양자 기술의 가치가 18조 원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202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알랭 아스페 교수는 양자 얽힘 현상을 실험으로 입증해 양자 컴퓨터 시대를 열었습니다. 양자 역학의 프레임이 정확하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 아니라, 양자 컴퓨터와 양자 암호 같은 응용 기술 개발의 기반을 마련한 것입니다. 양자 컴퓨터는 현재 최고 수준의 슈퍼 컴퓨터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능을 자랑합니다. 0과 1의 두 상태가 중첩되는 큐비트 연산 방식 덕분에 더 빠르고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한 선도 기업은 2015년 양자 컴퓨터 개발을 선언한 지 10년 만에 영하 273도 극저온에서 운영되는 초전도 방식의 최신형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1년 전 모델에 비해 성능이 두 배 향상되었고, 데이터 처리 속도는 50배나 빨라졌습니다. 특히 모듈식 시스템이 주목받는데, 모듈을 연결할 때마다 성능이 확장되어 필요에 따라 크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 양자 컴퓨터는 신약 개발, 신소재 개발, 군사기술 연구에 활용되고 있으며, Amazon, Google Cloud, Microsoft Azure 등의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기업은 이온 트랩 방식을 도입해 상온에서 구동되는 양자 컴퓨터를 개발했습니다. 극저온이 필요 없어 설치가 간편하고 오류도 비교적 적어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이제는 36 큐비트 시스템을 거쳐 100~200 큐비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클라우드 방식으로 양자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해 적은 비용으로 이용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한국도 양자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 양자 컴퓨팅 시스템 연구단은 초전도 방식의 20큐비트 양자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QPU(양자 프로세서 유닛) 칩 하나의 가격이 3억~5억 원에 달하지만, 불과 2년 반 만에 이룬 성과입니다. 2026년에는 50 큐비트 급 양자 컴퓨터를 만들어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양자 분야는 컴퓨터뿐 아니라 양자 암호, 센서, 영상, 의료 등 다양한 응용 분야가 있어 실용적 활용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원자를 이용한 양자 컴퓨터 연구에서는 레이저로 원자를 냉각하고 제어하는 기술도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가 아직 양자 오류 정정 기술을 도입하기 전 단계에 있어 극 초반이라고 평가합니다. 각국이 양자 기술 관련 부품 수출을 금지하는 상황에서, 자체 개발하지 않으면 영원히 외산 장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 골든 타임이며, 이를 놓친다면 미래 양자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첨단 과학기술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의 목표는 세계 정상,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입니다. 다만 좋은 기술이 사업화되고 산업화되는 생태계가 아직 건강하지 못해 많은 연구개발비 대비 성과가 낮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속도와 자신감입니다. 미래 생존이 걸린 이 과제 앞에서, 연구자들은 오늘도 잠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희망과 가능성만큼이나 구조적 한계와 정책적 지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냉철한 평가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A5seH97pl3w?si=8wR3xYGs2DvNwl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