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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왜성과 생명체 (시간 스케일, 플레어, 대기 형성)

by oboemoon 2026. 5. 7.

적색왜성 주변 행성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저도 한동안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글을 읽으면서 그 전제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환경이 아니라, 우리가 보는 '시점'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적색왜성과 생명체
여러 행성들

시간 스케일

적색왜성이 우주에서 얼마나 흔한지 아시나요? 전체 별의 75~80%가 M형 별, 즉 적색왜성입니다. 태양처럼 생긴 별은 고작 5%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외계 생명체를 찾는다면 당연히 적색왜성 주변부터 눈길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발견된 지구형 행성들을 보면, 적색왜성 주변에 있는 것들 중 대기가 있다는 증거조차 찾기 어렵습니다. TRAPPIST-1 시스템 같은 경우도, 대기 존재 여부에 대한 결론은 아직도 유보 중입니다.

제가 처음 이 상황을 접했을 때 든 생각은 단순했습니다. "결국 살 수 없는 거 아닌가?" 그런데 좀 더 파고들어 보니, 그 판단이 너무 성급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적색왜성의 수명을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태양의 수명은 약 100억 년 수준인데, 적색왜성은 질량에 따라 다르지만 수천억 년에서 최대 200조 년까지 살아남습니다. 200조 년이라는 숫자는 직관적으로 잘 와닿지 않지만, 현재 우주의 나이가 약 138억 년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 규모가 조금은 실감이 됩니다. 우주가 지금보다 수만 배 더 늙어도 적색왜성은 여전히 타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 긴 수명이 생명체 가능성과 어떻게 연결될까요. 적색왜성은 초기 수십억 년 동안 강렬한 플레어를 쏟아냅니다. 태양 질량의 0.3배짜리 별은 약 12억 년, 0.1배짜리는 무려 44억 년 이상 활발한 플레어 상태를 유지한다는 관측 데이터가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주변 행성의 대기는 사실상 다 날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화성이 태양 플레어 때 대기 손실률이 평소의 20배로 뛴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훨씬 작고 가까운 별 주변에서는 그 강도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관점을 조금 바꿔보게 됐습니다. 플레어가 강렬하다는 건 분명 단점인데,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게 영구적인 조건이 아니라 초기 단계의 필터라는 점에 눈이 갔습니다." 플레어가 잦아드는 건 시간의 문제이고, 별의 수명이 수백조 년이라면 플레어 기간이 끝난 뒤에도 수조 년의 안정기가 남아 있습니다. 그 시간이 생명체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플레어 이후, 대기 형성 가능성

그렇다면 플레어가 끝난 다음이 진짜 문제입니다. 대기가 다 사라진 행성이 다시 대기를 만들 수 있을까요. 이 부분에서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논리가 생각보다 탄탄하게 구성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기가 만들어지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별이 처음 만들어질 때 끌어당긴 원시 가스, 화산 활동이나 지각 변동으로 내부에서 방출되는 기체, 그리고 소행성이나 혜성이 충돌하면서 외부에서 공급되는 물질입니다. 첫 번째는 플레어 기간 동안 이미 사라지니 제외하더라도,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수십억 년 이상의 긴 시간 위에서 꾸준히 작동할 수 있습니다.

물론 "화산 활동이나 충돌 정도로 지구 같은 대기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현재 지구와 금성의 화산 활동 수준만 놓고 보면 수십억 년을 기다려도 현재 대기만큼의 양이 축적되기는 어렵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종류의 주장은 데이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낙관적 방향으로 해석될 때 과장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솔직히 "가능은 하지만, 얼마나 현실적이냐"는 물음표가 남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논리에서 무시하기 어려웠던 건, 시간의 스케일입니다. 지구 질량의 백만분의 일 정도만 있어도 지구 같은 두께의 대기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있습니다. 수조 년 단위의 시간 동안 초대형 화산 폭발이 반복되고 소행성 충돌이 꾸준히 일어난다면, 그 조건이 결국 충족될 수도 있다는 추론은 말 그대로 무한에 가까운 시간을 전제로 합니다. 지금 당장 그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불가능하다"라고 단정하는 건 너무 이른 결론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건 우리의 관측 자체가 얼마나 짧은 스냅샷인지입니다. 인류가 외계 행성을 직접 관측하기 시작한 건 30년이 채 안 됩니다. JWST가 LHS 475 b 같은 행성에서 대기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앞으로 수조 년 뒤에도 없을 거라고 말하는 건, 제 경험상 과학보다는 성급한 판단에 가깝습니다.

결국 이 논쟁은 "지금 있냐 없냐"에서 "언젠가 가능하냐"로 질문 자체를 바꿔야 하는 문제로 보입니다. 어쩌면 지금 이 우주는 생명체가 막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에 불과할 수도 있고, 인류는 그 긴 역사에서 유난히 이른 시기에 등장한 존재일 수 있습니다. 그 생각이 여전히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적색왜성을 지금 기준으로 포기하는 건, 결론을 너무 서두르는 것일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bigthink.com/starts-with-a-bang/red-dwarfs-uninhabi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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