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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놀라운 균형 (심장, 적혈구, 체온조절)

by oboemoon 2026. 2. 28.

우리는 정말 매 순간 숨을 쉬면서 살아가고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숨 쉬는 것'은 너무 당연해서 의식조차 하지 않는 행위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저는 최근 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 당연함이 사실은 엄청난 전환과 조율의 결과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태아가 자궁 밖으로 나와 첫 호흡을 하는 장면을 보는데, 가슴이 묵직하게 내려앉더군요. 지금 이 순간에도 제 몸속에서는 심장이 쉬지 않고 뛰고, 골수에서는 적혈구가 생산되고, 체온은 정교하게 조절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태아 3주부터 시작된 심장, 정말 멈추지 않을까

많은 분들이 심장을 '튼튼한 펌프'쯤으로 생각하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운동할 때나 긴장할 때만 빨리 뛰는 기관 정도로요. 그런데 실제로는 태아 3주 무렵부터 시작된 박동 세포가 평생 교체되지 않고 계속 일한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제가 지치거나 의욕이 없을 때조차도 심장만큼은 단 한 번도 쉬지 않았다는 게 실감 났습니다.

심장은 전기 신호에 따라 수축하고, 판막이 혈액의 역류를 막으면서 정교하게 작동합니다. 1분을 가만히 보내는 동안에도 약 5리터의 혈액을 온몸으로 순환시키죠. 프리다이버 허버트 니치 같은 사람은 한 번의 호흡으로 9분을 버티는데, 이때 얼굴에 닿는 찬물이 잠수 반사를 일으켜 심박을 낮추고 산소 소비를 줄인다고 합니다. 혈액은 뇌와 심장으로 집중되고 말초 순환은 제한되면서 극한 상황에 적응하는 거죠.

하지만 선천적으로 박동 조율 세포에 문제가 생기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다큐에서 본 케이틀린이라는 아이는 수술을 받고 체외 순환기에 의존했다가, 결함 세포를 제거한 뒤 다시 스스로 박동을 되찾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심장은 평생 멈추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런 사례를 보면 '멈추지 않는다'는 건 결국 무수한 조건이 맞아떨어졌을 때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임신이나 출산을 경험하지 않았지만,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 폐가 열리고 심장의 통로가 닫히면서 순환 체계가 완성된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우리가 숨 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복잡한 전환의 결과인지 새삼 느껴졌습니다.

적혈구와 체온,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균형

많은 분들이 적혈구를 '산소 운반체' 정도로만 이해하실 겁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골수에서 분당 1억 5천만 개의 적혈구가 생산되고, 수명을 다한 세포는 파괴되며 같은 속도로 새 세포가 채워진다는 걸 알고 나니, 제 몸이 단순히 '유지'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재건'되고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안데스 고지대처럼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는 몇 주 만에 적혈구 수가 증가해 적응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작은창자의 융모는 넓은 표면적으로 영양을 흡수하고, 미토콘드리아에서 산소와 음식이 결합해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과자만 먹어도 에너지 자체는 확보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죠. 솔직히 이건 좀 의외였습니다. 건강한 음식을 먹지 않으면 에너지 자체가 안 생길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거든요.

체온 조절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방관은 땀의 증발 작용으로 열을 빼앗기며 650도에 이르는 화염 속에서도 체온 상승을 억제합니다. 반대로 추위에서는 혈관이 수축하고 소름과 떨림으로 열을 만들어내죠. 아이슬란드의 빔 호프는 반복 훈련으로 냉수 속 충격을 견디고 장시간 헤엄칩니다. 일반적으로 극한 환경은 특별한 사람만 견딜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런 사례를 보면 '특별함'이라는 건 결국 훈련과 조건, 개인차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극한 환경에 도전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살아왔죠. 그런데 이 다큐를 보고 나서 제 몸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몸을 관리의 대상, 혹은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만 봤다면, 지금은 이미 최선을 다해 저를 살리고 있는 동반자처럼 느껴집니다. 가만히 앉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기적 한가운데에 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이 다큐는 분명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보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느꼈습니다. 프리다이버, 소방관, 빔 호프 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중심에 두다 보니, 마치 인간이라면 누구나 잠재적으로 한계를 초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 맥락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면 '의지만 있으면 된다'는 식의 단순화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생리 현상을 설명하는 방식이 다소 일방적이었습니다. 심장 박동, 적혈구 생성, 체온 조절 등은 매우 정교하게 다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패와 한계는 상대적으로 덜 조명됐죠. 선천성 심장 질환 사례가 나오긴 했지만, 전반적인 서사는 결국 "몸은 결국 이겨낸다"는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시선이 조금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이 다큐를 본 건 제게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제 심장이 뛰고 적혈구가 생산되고 체온이 조절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이상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제 몸에 조금 더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려 합니다.


참고: https://youtu.be/ENYK4KijL4o?si=N6__zH0xJh_2kdq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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