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유전자 치료제 (개발 역사, 부작용, 가격 문제)

by oboemoon 2026. 10. 18.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 번의 주사로 평생 가지고 살아야 할 유전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냥 흘려들었는데, 실제로 그 역사를 따라가다 보니 성공만큼이나 실패와 죽음이 촘촘히 박혀 있는 분야였습니다. 기술의 가능성보다 그 기술을 위해 치러야 했던 대가가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유전자 치료제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이 펜을 든 모습

성공에 취했던 순간, 그리고 두 번의 추락

1990년 9월 14일, 4세 아이에게 처음으로 유전자 치료제가 투여되었습니다. 중증 복합성 면역 결핍증(SCID)을 앓던 아산티 데실바라는 환자였는데, 이 질환은 면역 기능이 거의 없어 작은 감염에도 생명이 위험해지는 병입니다. 치료 후 약 10년간 감염 없이 살았고, 과학자들은 환호했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미 다 된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 황금기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1999년, 제시 갤싱어라는 고등학생이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를 전달체로 사용한 유전자 치료를 받고 4일 만에 사망했습니다. 아데노바이러스란 감기를 유발하는 흔한 바이러스 계열로, 유전자를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운반체로 활용되었습니다. 과면역 반응, 즉 외부 물질에 대해 면역 시스템이 과도하게 반응하여 오히려 몸을 공격하는 현상이 원인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 아이의 병이 단백질 섭취를 제한하고 혈액 투석으로 어느 정도 살아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점입니다. 제가 이 대목에서 느낀 건, 치료 자체보다 치료를 결정한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였습니다. 부작용 고지가 충분하지 않았고, 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험적 치료를 선택한 것이 윤리적 논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사건 이후 유전자 치료제 개발은 10여 년간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투자가 줄었고, 규제는 강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망 사고의 당사자였던 제임스 윌슨 박사가 조용히 연구를 이어가다 더 안전한 전달체를 개발하며 재등장합니다. 그가 내놓은 것이 AAV, 즉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Adeno-Associated Virus)입니다. AAV란 자연계에 존재하는 소형 바이러스로, 기존 아데노바이러스나 레트로바이러스와 달리 숙주 염색체에 삽입될 확률이 극히 낮아 유전자 치료의 안전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전달체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급여 등재된 망막 유전 질환 치료제 럭스투나, 그리고 혈우병 치료제 헴제닉스와 록타비안 모두 이 AAV를 기반으로 합니다.

윌슨 박사가 결국 젬마 바이오라는 회사를 설립해 지금도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저한테 꽤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실패한 과학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기술도 앞으로 나간다는 것, 그리고 제시 갤싱어라는 이름이 재단으로 남아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경고로 기억되고 있다는 것이 함께 생각났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급여 등재된 주요 유전자 치료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럭스투나: 망막 유전 질환 치료제, 현재 약 6.5억 원 수준이며 국가 보험 급여 지원
  • 졸겐스마: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약 20억 원 수준
  • CAR-T 치료제: 혈액암 대상 면역 항암 치료제, 현재 국내 활발히 사용 중

왜 이렇게 비싸고, 앞으로 달라질 수 있는가

제가 직접 이 부분을 따져보니, 가격 문제는 단순히 "기업이 욕심을 부려서"가 아니었습니다.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유전 질환은 환자 수가 극히 적습니다. 일반 화학 의약품이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개발 비용을 나눠 회수한다면, 희귀 질환 치료제는 수십 명이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여기에 제조 공정이 26단계에 달하는 세포 치료제처럼, 무균 환경에서 전문 인력이 고가 장비를 써야 하는 공정이 더해집니다.

또 하나, 세포나 유전자는 화학 물질처럼 상온에 방치할 수 없습니다. 냉동 보관, 특수 백(bag) 포장, 자동화 시스템이 필수입니다. LNP(리피드 나노 파티클)라는 전달체가 대표적인 예인데, LNP란 지질(지방) 성분의 나노 입자로 mRNA나 유전자 물질을 감싸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비바이러스성 전달체입니다. 코로나19 mRNA 백신에도 이 기술이 사용되었습니다. 이 LNP를 구성하는 이오나이저블 리피드, 포스포리피드, 콜레스테롤의 조합을 바꾸면 특정 장기에만 도달하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표적성이 높아질수록 필요한 투여량이 줄고, 투여량이 줄면 가격도 내려갑니다.

제 경험상 이런 과학적 원리가 가격과 직결된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100개를 투여했는데 목표 장기에 5개만 도달한다면 95개는 낭비인 셈입니다. 그 5개만큼의 효과를 내려면 20배를 넣어야 하고, 비용도 20배가 됩니다. 표적화 기술이 연구될수록 이 낭비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부작용 문제도 아직 진행형입니다. 2024년에도 임상 시험 중 사망 사례가 보고되었고, 최초 유전자 가위 치료 환자 역시 투여 후 일주일 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근육병 치료제를 맞은 환자가 간독성으로 사망한 사례를 분석해 보니, 이미 어린 시절 AAV와 유사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력이 있었고 그 면역 기억이 부스팅되어 간독성 반응이 증폭되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후 FDA는 사전 항체 검사를 의무화하는 가이드라인을 추가했습니다(출처: 미국 식품의약국(FDA)).

현재 연구자들이 집중하는 방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과면역 반응 제어: 외부 유전자 물질이 들어왔을 때 면역 반응 스위치를 일시적으로 오프 하는 신호 전달 시스템 연구
  2. 조직 특이적 전달: 간 치료제는 간에만, 근육 치료제는 근육에만 가도록 캡시드(바이러스 껍질 단백질) 구조를 변형하는 연구
  3. 비바이러스 전달체 개발: 바이러스 대신 LNP 등 비바이러스성 전달체를 활용해 염색체 삽입 위험 자체를 낮추는 방향

여기서 캡시드(Capsid)란 바이러스의 외피를 구성하는 단백질 껍질로, 어느 세포에 결합하고 침투할지를 결정하는 핵심 구조입니다.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형태의 캡시드를 설계하면 이전 감염 경험이 없는 환자에게 면역 반응 없이 치료제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국내에서도 이 분야의 플랫폼 기술 개발이 국가 과제로 진행 중입니다. 삼성, 셀트리온, CJ, 롯데, 코오롱 등 대기업들이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이유 중 하나는 임상 규모입니다. 일반 화학 의약품은 수만 명 규모의 임상이 필요하지만, 희귀 질환 유전자 치료제는 10~20명 수준으로도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국내 제약사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생긴 셈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유전자 치료제 관련 임상 승인 기준을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유전자 치료제가 가진 가능성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 분야를 공부하면서 느낀 건, "언젠가 다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임상 현장에서 예상 못 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AI 기반으로 후보 물질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플랫폼을 공공에 개방해 기업의 진입 비용을 낮추는 방향이 함께 맞물려야 가격도 내려가고 안전성도 높아질 것입니다. 희귀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치료제의 존재는 알지만 가격 때문에 손을 뻗을 수 없는 상황이 사라지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합니다.

 

참고: https://youtu.be/IIbkaKzBlBM?si=PSO0ErbU1w7LQAGL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