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감기몸살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수액을 맞으며 멍하니 앉아 있는데, 대기실을 채운 사람들 중 상당수가 위고비나 마운자로 처방을 받으러 온 젊은 분들이었습니다. 저도 주변에서 이 약을 맞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보고 있었는데, 막상 그 광경을 직접 보고 나니 이 약들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찾아보니 이건 단순한 다이어트 주사가 아니었습니다.

40년에 걸친 개발역사, 그 시작은 독도마뱀이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하루아침에 탄생한 신약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는 40년 가까운 연구의 산물입니다. 이 약들의 핵심 원리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인크레틴 호르몬에 있습니다. 여기서 인크레틴이란 음식이 소장에 들어오는 순간 분비되어 뇌에 "그만 먹어"라는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입니다. 혈당이 오르기 30분 전부터 선제적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일종의 생체 브레이크 시스템이라고 보면 됩니다.
문제는 이 GLP-1의 반감기가 고작 2분에 불과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반감기란 약물이나 물질의 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2분이면 사실상 약으로 쓸 수 없는 수준입니다. 몸속 곳곳에 DPP-4(디펩티딜 펩티다제-4)라는 분해 효소가 깔려 있어서, GLP-1이 나오자마자 바로 파괴해 버리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처음 돌파한 건 엑세나타이드(Exenatide)라는 물질이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생화학자 존 피사노 선생님과 소화기내과 의사 장 필립 오품한 선생님이 1982년에 미국 남서부 사막에 사는 길라몬스터의 침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DPP-4에 내성을 가진 덕분에 반감기가 2.4시간까지 늘어났습니다. 이후 존 엥겔 선생님이 이를 당뇨약 바이에타로 발전시켜 2005년에 출시했는데, 제가 이 대목에서 솔직히 감탄했습니다. 독도마뱀을 40년 넘게 연구한 결과가 지금의 비만 주사로 이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거든요.
이후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가 결정적인 도약을 이루어냅니다. 화학공학자 로테 비에 크누센 박사가 GLP-1 유사체에 지방산 꼬리를 붙이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깁니다. 지방산이 혈중에 떠돌면 알부민이라는 거대 단백질이 달라붙는데, 알부민은 덩치가 너무 커서 신장으로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GLP-1에 지방산을 달아 놓으면 GLP-1도 알부민에 딸려서 체내에 훨씬 오래 머물게 됩니다. 이 방식으로 반감기를 13시간까지 끌어올린 것이 빅토자였고, 지방산 종류를 바꾸자 160시간짜리 위고비까지 나왔습니다.
이 개발 단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단계: 길라몬스터 엑세나타이드 → DPP-4 내성 확보, 반감기 2.4시간, 체중 감량 약 3%
- 2단계: 지방산 꼬리 부착 → 알부민 결합으로 반감기 13시간→160시간, 체중 감량 8%→16%
- 3단계: GLP-1·GIP 동시 자극 → 마운자로 탄생, 체중 감량 22%
인크레틴 주사의 한계, 요요현상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각각 16%, 22%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다는 수치는 분명 놀랍습니다. 기존 비만 치료제들이 5% 내외의 효과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격이 다른 결과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위고비를 비만 치료제로 공식 승인한 것도 이 데이터를 근거로 합니다(출처: FDA).
그런데 제가 이 약들의 개발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한 가지 부분에서 멈추게 됐습니다. 바로 요요 문제입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외부에서 인크레틴 신호를 계속 공급해 주는 방식인데, 주사를 끊는 순간 그 신호가 사라지고 식욕과 체중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위고비 임상 연구에서 투약 중단 후 1년 내에 감량 체중의 상당 부분이 회복된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대한비만학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효과가 그렇게 뚜렷한 약이 끊으면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걸 처음엔 크게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제 주변에서 이 약을 맞고 있는 분들도 대부분 효과에 집중하고 있을 뿐, 언제까지 맞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였습니다.
물론 부작용 측면에서는 기존 비만 치료제들에 비해 상당히 안전한 편에 속하는 건 맞습니다. 구역·구토가 초기에 나타날 수 있고 드물게 췌장염, 담낭염이 보고되기는 하지만, 약리 작용 특성상 혈당이 높을 때만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기 때문에 저혈당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또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호르몬)까지 동시 자극하는 마운자로는 GLP-1 단독 대비 체중 감량 폭이 더 크면서도 같은 안전 프로파일을 유지합니다.
그럼에도 제 경험상 이 약을 둘러싼 대화에서 이 부분이 잘 언급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병원 대기실에서 처방을 받으러 온 분들이 얼마나 이 약의 구조적 한계를 알고 있을지, 그게 솔직히 좀 걱정이 됐습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수십 년간 이어진 과학적 성취의 결과물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다만 그 가치는 비만이라는 질환을 치료하는 맥락에서 가장 제대로 발휘됩니다. 유행처럼 소비하는 것과 질환으로 접근하는 것 사이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이 약을 고려하고 있다면 체중 감량 수치보다 장기적인 사용 계획과 생활습관 병행 여부를 먼저 의료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