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생명체가 우리뿐일 거라고, 사실 막연하게 그렇게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근거 없는 생각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이미 6,000개가 넘는 외계 행성이 발견된 세상에서, 우리가 혼자라는 쪽이 오히려 설명하기 어려운 주장이 됐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행성을 어떻게 찾는가
외계 행성 탐색이라는 말을 들으면 보통 거대한 망원경으로 행성을 직접 촬영하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알고 보니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직접 촬영은 극히 제한된 조건에서만 가능합니다. 과학자들이 실제로 쓰는 방법은 훨씬 정교하고, 어떻게 보면 더 기발한 방식입니다.
현재 외계 행성을 찾는 주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 트랜짓(Transit) 방법: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별빛이 주기적으로 어두워지는 현상을 포착합니다.
- 시선 속도(Radial Velocity) 방법: 행성의 중력에 의해 별이 흔들리는 정도를 측정해 행성의 질량을 추정합니다.
- 직접 촬영(Direct Imaging) 방법: 별빛을 가리고 행성 자체를 찍는 방식으로,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 미시중력렌즈(Microlensing) 방법: 중간에 지나가는 별의 중력이 빛을 휘게 해 뒤편 별이 순간적으로 밝아지는 현상을 이용합니다.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미시중력렌즈 방법이었습니다. 여기서 미시중력렌즈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라 질량을 가진 천체가 주변 공간을 휘게 만들고, 그 결과 원래라면 지구에 도달하지 못했을 빛까지 꺾여서 들어오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보이지 않는 천체가 거대한 돋보기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이 방법은 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장 주기 행성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방법이 가지지 못한 강점이 있습니다.
트랜짓 방법으로 외계 행성 발견의 역사를 바꾼 것이 바로 케플러(Kepler) 우주망원경입니다. 2009년 발사되어 지금까지 3,000개가 넘는 외계 행성을 발견했고, 이후 NASA는 테스(TESS) 우주망원경을 2018년부터 운영해 매년 100개 이상의 행성을 추가로 찾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발사되었는데, 여기에 탑재된 분광계를 이용해 해왕성급 행성은 물론 일부 지구형 행성의 대기에서도 물 분자가 검출되었습니다. 여기서 분광계란, 빛을 파장별로 분리해 어떤 원소나 분자가 포함돼 있는지 알아내는 장치입니다. 이를 통해 행성 대기의 성분을 지구에서 분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 천문학계의 관심은 단순히 행성을 발견하는 단계를 넘어, 그 행성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인지를 따지는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특히 해비터블 존(Habitable Zone)이라는 개념이 핵심입니다. 해비터블 존이란, 별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위치해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궤도 범위를 의미합니다. 지금까지 이 구역에서 발견된 지구형 행성만 70개가 넘습니다(출처: NASA Exoplanet Archive).
우리나라가 세계를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외계 행성 탐색 하면 NASA나 ESA 같은 거대 기관만 떠올렸는데, 한국천문연구원이 이 분야에서 세계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꽤 당황스러웠습니다. 좋은 의미로요.
한국천문연구원은 2009년부터 미시중력렌즈 방법에 특화된 독자적인 관측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KMTNet, 즉 한국 미시중력렌즈 망원경 네트워크(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입니다. KMTNet이란, 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칠레 세 곳에 동일한 사양의 1.6m 광시야 망원경을 설치해 24시간 연속으로 우리 은하 중심부를 관측하는 시스템입니다.
세 개의 망원경을 굳이 세 대륙에 나눠 설치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미시중력렌즈 현상은 언제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고, 목성급 행성 신호는 2~3일, 지구형 행성 신호는 불과 두세 시간밖에 지속되지 않습니다. 단일 지점에서 관측하면 밤이 끝나는 순간 데이터가 끊깁니다. 각 대륙에서 8시간씩 3교대로 관측하면 신호를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이 구조를 이해했을 때, 단순히 망원경을 많이 만든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설계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KMTNet이 가동되기 이전인 24년 동안 미시중력렌즈 방법으로 발견된 외계 행성은 전 세계 합산 43개였습니다. KMTNet은 9년 만에 250개를 발견했습니다. 2020년 이후로는 미시중력렌즈 방법으로 발견된 외계 행성의 90% 이상을 KMTNet이 관측하고 있고, 2022년부터는 사실상 거의 독점에 가까운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제가 더 인상 깊었던 건 단순히 개수가 아니었습니다. KMTNet 연구팀은 모성(별)에서 10AU 거리에 위치한 슈퍼지구를 발견해 사이언스(Science)지에 게재했습니다. 여기서 AU란 천문단위(Astronomical Unit)로,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인 약 1억 5천만 킬로미터를 1로 정의한 단위입니다. 10AU라면 우리 태양계로 치면 토성 궤도 근처에 해당합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슈퍼지구 대부분이 별에 바짝 붙어 있는 것들이었는데, 이렇게 멀리 떨어진 장 주기 슈퍼지구는 처음이었습니다. 같은 논문에는 행성 질량 분포 통계 분석도 포함돼 있었는데, 100개의 행성 중 약 35개가 슈퍼지구급이고 12개가 목성형 행성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지구형 행성과 목성형 행성이 서로 다른 메커니즘으로 형성된다는 행성 형성 이론을 뒷받침하는 최초의 관측 증거가 됩니다(출처: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은 현재 고분산 분광계를 자체 개발해 외계 행성 대기 관측 연구도 시작했고, 건설 중인 거대마젤란망원경(GMT)이 완공되면 이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이 이야기를 접하기 전까지, 우리나라 천문학이 이 정도 수준이라는 걸 몰랐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분야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소식이 들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아직 외계 생명체를 찾은 건 아니지만, 그 답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고 있는 연구자들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이유가 됩니다. 앞으로 GMT 시대가 열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개인적으로 꽤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