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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의 물리학 (인간중심주의, 물리법칙, 과학보편성)

by oboemoon 2026. 5. 3.

솔직히 처음 이 주제를 접했을 때, 저는 "그게 무슨 소리야, 당연히 같은 물리 법칙을 쓰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외계인이 우주선을 만들 정도의 기술력이 있다면, 그 과정에서 우리가 발견한 것과 동일한 자연의 규칙을 알아냈을 거라는 논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관련 논의를 깊이 파고들수록, 그 "당연함"이 사실은 꽤 인간 중심적인 착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외계인의 물리학
외계인의 물리학을 표현한 그림

인간중심주의가 과학에 스며드는 방식

일반적으로 물리 법칙은 우주 어디에서나 동일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른바 코페르니쿠스 원리(Copernican Principle)가 그 근거입니다. 코페르니쿠스 원리란 지구가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확장하면 우리가 관측하는 자연법칙도 특별한 지구만의 것이 아니라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먼 은하의 스펙트럼을 분석해도 같은 원소, 같은 전자기파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 관측됩니다. 이 부분은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읽으면서 불편함을 느낀 지점은 바로 여기였습니다. 법칙이 같다는 것과, 외계인이 그 법칙을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발견하고 정식화할 것이라는 주장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인데, 이 둘이 슬쩍 혼용되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인류가 물리학을 발전시켜온 과정을 보면, 사실 감각기관의 한계에 상당히 의존합니다. 가시광선 스펙트럼을 눈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광학이 먼저 발전했고, 별을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었기 때문에 천문학이 인류 초기 과학의 중심이 됐습니다. 만약 외계 문명이 자기장을 직접 감지하는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요? 저는 그들이 전자기학(Electromagnetism)을 먼저 발전시켰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전자기학이란 전기와 자기 현상을 하나의 통합된 이론으로 설명하는 물리학 분야로, 인류는 이것을 19세기에야 맥스웰 방정식으로 정리했지만, 자기장을 몸으로 느끼는 존재라면 훨씬 이른 시점에 이 분야부터 파고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특히 설득력 있게 받아들인 주장은, 우리가 개발한 "기술적 눈"조차 결국 인간의 감각으로 번역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적외선 이미지도 우리 눈에 보이도록 색상이 재가공됩니다. 중력파(Gravitational Wave) 검출기가 감지한 신호도 소리로 변환해서 들려줍니다. 여기서 중력파란 거대한 천체의 충돌이나 합병으로 인해 시공간이 물결치는 현상으로, 2015년 LIGO 관측소가 처음으로 직접 검출했습니다(출처: LIGO Scientific Collaboration). 결국 우리는 모든 정보를 '인간이 익숙한 형태'로 변환해서 인식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른 감각 체계를 가진 존재라면, 같은 우주를 보면서도 완전히 다른 개념의 틀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리법칙은 하나인가, 아니면 가장 유용한 모델 중 하나인가

제 경험상 이 부분에서 논쟁이 가장 뜨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물리 법칙이 "실재의 정확한 기술"인지, 아니면 "가장 잘 맞는 근사 모델"인지의 문제입니다.

저는 솔직히 후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표준 모형(Standard Model)이 그 증거인데, 표준 모형이란 자연계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와 힘을 설명하는 현재 물리학의 핵심 이론 체계입니다. 힉스 보손의 예측과 발견으로 2013년 노벨물리학상이 수여될 만큼 정밀하게 맞아떨어지지만(출처: 노벨위원회), 이 이론조차 중력을 포함하지 못하고 암흑물질(Dark Matter)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암흑물질이란 우주 질량의 약 2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까지 직접 관측된 적 없는 물질로, 표준 모형의 가장 큰 미해결 과제 중 하나입니다. 이걸 보면 우리가 가진 건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지금까지 가장 잘 작동하는 설명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외계인이 우리와 다른 이론 체계를 가질 가능성은 단순한 공상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인류가 뉴턴 역학에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이행할 때, 단순히 '더 정밀한 같은 이론'이 된 게 아니라 시공간을 바라보는 개념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소모픽(Isomorphic) 관계에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두 이론이 완전히 같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소모픽이란 수학적 구조가 서로 다른 형태로 표현되더라도 본질적으로 동일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개념입니다.

이쯤 되면 정리가 필요한데, 이 논쟁의 핵심 갈림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물리 법칙은 발견되는 것이다: 우주에 하나의 진리가 있고,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면 누구든 그것에 수렴한다
  • 물리 법칙은 구성되는 것이다: 데이터를 설명하는 유효한 모델은 여럿 존재할 수 있고,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생물학적·문화적 맥락에 달려 있다
  • 두 입장 사이 어딘가: 핵심 구조는 수렴하되, 개념화 방식과 발전 경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제가 읽으면서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진 건 세 번째 입장이었습니다. 표현 방식이나 수학적 형식주의(Formalism)는 달라도, 결국 자연 현상을 정확히 예측하려면 비슷한 구조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형식주의란 물리 이론을 수학적 언어로 엄밀하게 기술하는 방법론으로,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이 수학적 형식은 다르지만 동일한 예측을 내놓는다는 점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읽고 나서 제가 결론 내린 건 이렇습니다. "외계인이 같은 물리를 발견할 것이다"라는 명제 자체보다, "우리가 그것을 너무 당연하게 전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외계인과의 첫 접촉이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그들이 같은 법칙을 아는지가 아니라, 같은 방식으로 '법칙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지가 될 것입니다. 과학이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개념 틀의 구성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외계인의 물리학은 낯설고 풍부한 의미에서 진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주제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관련 철학적 논의를 다루는 책이나 SETI(지구 외 지적 생명체 탐색) 분야의 자료를 찾아보시는 것도 꽤 흥미로운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참고: https://bigthink.com/starts-with-a-bang/aliens-might-not-speak-phys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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