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성장'을 이야기할 때, 어느 지점에서든 ‘떠남’을 경험했다고 말합니다. 저도 sns에서 여행자들이 쓴 글에서 많이 봤기도 하고요. 지금 있는 곳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 발걸음을 내딛을 때,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하며, 이전까지 몰랐던 스스로의 모습과 조우하게 됩니다. 그 모든 과정이 때로는 두렵고 불편하지만, 결국 우리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익숙한 곳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떠남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떠남’이 우리에게 주는 근본적인 의미와 그것이 삶에 가져다주는 변화에 대해 서술해 보려 합니다.
익숙함의 틀에서 벗어나야 보이는 것들
우리는 대부분 익숙한 환경에서 안정을 느낍니다. 같은 동네, 같은 사람들, 같은 루틴. 이런 환경은 편안하지만, 때로는 사고를 갇히게 만들고 변화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합니다. 익숙함은 안전하지만, 동시에 정체를 부릅니다. 성장은 불편함에서 시작되고, 낯설음에서 오는 자극이 필요합니다. 그 자극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떠남’입니다. 떠난다는 것은 물리적인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정서적인 거리두기, 관계로부터의 분리, 혹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에 대한 일시적인 유보까지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한 도시에서만 살아온 사람이 타국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하게 될 때, 단순히 풍경만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언어, 문화, 사고방식까지 모든 것이 달라지는 환경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다시 묻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 스스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이죠. 또한 떠남은 우리가 ‘무엇을 놓고 떠나는가’를 인식하게 합니다. 지금 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이 진짜로 소중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익숙하기 때문에 붙잡고 있던 것은 아닌지,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게 되면 감정도 어느 정도 정리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진짜 나의 욕구와 가치를 다시 정리하게 됩니다. 떠나야만 보이는 것들, 그것이 바로 성장의 시작점입니다.
불확실성과 마주할 때 생기는 내면의 확장
떠남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함을 동반합니다. 익숙한 환경에서는 대부분의 것들이 예측 가능합니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는 예기치 않은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우리는 그 안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대응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의 진폭, 때로는 불안하고 때로는 설레는 그 감정들이 우리를 성숙하게 만듭니다. 특히 떠남이 길어질수록, 또는 그 강도가 강할수록 내면의 성장 폭도 커집니다. 처음 홀로 해외에 나갔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공항에서 길을 잃거나 언어가 통하지 않아 당황했던 경험도 있지만, 결국은 해결책을 찾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상황을 극복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경험은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을 키워줍니다. '나는 생각보다 강하구나', '나도 이런 상황을 이겨낼 수 있구나'라는 감정이 쌓이면, 인생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집니다. 또한 불확실성은 질문을 유도합니다. 나는 왜 여기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들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가장 본질적인 물음입니다. 익숙한 환경에서는 하지 않던 이 질문들을 낯선 곳에서는 필연적으로 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단지 여행자가 아니라 탐색자가 됩니다. 바깥세계를 탐험하는 동시에 자기 안의 세계를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죠. 이런 경험은 책이나 강연으로는 결코 대신할 수 없는, 진짜 성장의 시간입니다.
관점의 변화: 새로운 세계를 통해 나를 다시 보다
떠남은 우리가 가진 관점을 흔들어 줍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기준이 상대화됩니다. 이것은 혼란이 아니라 확장의 시작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나의 사고가 하나의 가능성일 뿐임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더 유연하고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효율과 속도가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지만,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천천히’ 사는 삶이 더 큰 만족을 준다는 철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다른 방식의 삶을 눈으로 직접 보고 피부로 느낄 때, 우리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왔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 사고의 과정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로 이어집니다. 또한 떠남은 내가 속해 있는 사회의 구조를 외부의 시선으로 보게 합니다. 우리 사회의 좋은 점은 물론이고,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단점까지도 명확히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비교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게 됩니다. 다시 돌아왔을 때, 같은 장소에서 전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관점의 변화 때문입니다. 떠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마도 그 변화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떠남은 거창한 여행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단지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물리적 간격’이면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거리 안에서 내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어떤 새로운 나를 발견하느냐입니다.
결론
우리는 떠남을 통해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낯선 곳에 서는 순간, 우리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 더 진지하게 질문하게 되며, 불확실성과 마주하면서 진짜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떠남은 단지 움직임이 아니라, 변화를 수용하고 자신을 확장하는 하나의 도전입니다. 결국 성장은 불편함 속에서 일어납니다. 떠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성장의 문턱에 들어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턱을 넘은 사람만이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망설이고 있다면,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나를 바꾸는 가장 좋은 시작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