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구토를 두세 번 하고 갑자기 축 처지기 시작했을 때, 저는 처음에 그냥 더위 먹은 줄만 알았습니다. 그게 장염의 신호였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여름철 아이들에게 가장 흔한 장염과 수족구, 비슷해 보이는 증상 속에서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할지 정리해 봤습니다.

장염, 설사보다 구토가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여름 장염이라고 하면 대부분 설사부터 떠올리지 않으십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구토가 주증상인 장염이 훨씬 많고,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나서 꽤 놀랐습니다.
구토 위주의 장염은 아이가 빠르게 탈수(dehydration) 상태로 진행됩니다. 탈수란 체내 수분이 비정상적으로 부족해진 상태를 말하는데, 영유아는 체중 대비 수분 비율이 성인보다 높아서 조금만 토하고 먹지 못해도 금방 처지고 기운을 잃습니다. 설사 횟수보다 아이의 활동력을 먼저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원인균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요즘 가장 많이 검출되는 건 노로바이러스(Norovirus)입니다. 노로바이러스란 오염된 음식이나 물, 또는 감염자와의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장염의 대표적 원인균으로, 겨울철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여름에도 꾸준히 검출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 로타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도 장염을 일으키는데, 아데노바이러스는 흔히 편도염과 연결 지어 생각하기 쉽지만 장염도 잘 유발한다는 점은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바이러스성 장염은 별도의 항바이러스제가 없어서 수분 보충과 증상 완화 치료가 기본입니다. 반면 세균성 장염은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세균성 장염에서 지사제(설사를 억제하는 약)를 함부로 복용하면 장내 독소 배출이 막혀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 Hemolytic Uremic Syndrome)으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HUS란 장내 세균이 만든 독소가 혈액을 타고 신장을 손상시키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신부전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고열, 혈변, 극심한 복통이 동반된다면 지사제를 먹이기 전에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아이가 축 처진다면 병원에 가야 할 때입니다
병원에 가야 하는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헷갈리는 부분이었는데,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설사나 구토 횟수가 적어도 아이가 축 처지거나 기운 없어 보일 때
- 고열이 함께 나타날 때
- 혈변(대변에 피가 섞일 때)이 관찰될 때
- 주기적으로 심하게 울거나 배를 심하게 아파할 때
특히 마지막 항목은 장중첩증(Intussusception)을 의심해야 하는 신호입니다. 장중첩증이란 소장이나 대장의 일부가 다른 부위 안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장이 막히는 응급 질환으로, 주로 만 2세 이하 영아에게 발생합니다. 커런트 젤리 스툴(Current Jelly Stool)이라고 부르는 붉은 젤리 모양의 혈변, 그리고 주기적으로 자지러지듯 우는 울음이 특징입니다. 24시간 안에 처치하지 않으면 장 조직이 괴사 할 수 있어 진짜 응급 상황입니다. 장염처럼 보이지만 평소와 다른 울음이나 혈변이 있다면 그냥 넘기지 마시기 바랍니다(출처: 대한소아과학회).
수족구, 격리가 필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수족구(Hand, Foot and Mouth Disease, HFMD)는 이름처럼 손, 발, 입 안에 수포성 발진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엔테로바이러스(Enterovirus) 계열이 원인으로, 여기서 엔테로바이러스란 주로 소화기를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 군을 말하며 같은 계열 안에 구내염, 편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들도 포함됩니다.
수족구를 처음 겪는 부모님들이 가장 당황하는 부분은 아마 발진의 범위일 겁니다. 제가 주변에서 들었을 때도 "손발에만 난다고 해서 봤더니 엉덩이까지 올라왔다"는 이야기가 꽤 있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그렇게 번질 수 있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꽤 심각해 보입니다. 다행히 수두처럼 간지럽지 않아 아이가 긁어서 2차 감염이 생기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가장 힘든 건 아이가 잘 먹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입 안에 수포가 생기면서 통증이 심해지거든요. 이럴 때 따뜻하거나 뜨거운 음식은 더 자극이 됩니다. 차가운 물이나 시원한 음료를 주는 것이 실제로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아이스크림을 허용해도 된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당분 걱정보다 수분과 열량 보충이 더 급한 상황이라면 충분히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족구는 비말보다는 분변-구강 경로(Fecal-Oral Route)로 주로 전파됩니다. 분변-구강 경로란 대변에 오염된 손이나 물건이 입으로 들어가는 경로를 말하는데, 장난감을 입에 넣는 영아나 단체 생활을 하는 유아에게 쉽게 퍼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격리가 필요한 법정 감염병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전염력이 강해 증상 발생 후 약 5~7일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것이 권고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치료제는 없습니다. 자연 치유가 원칙이고, 발진 부위에 특별히 약을 바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아이가 긁어서 2차 세균 감염이 의심되거나 가려워한다면 처방받은 도포제를 사용하는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수분 섭취가 가장 중요합니다.
수족구와 구내염은 초기 증상이 비슷해 헷갈리기 쉽습니다. 구별에 도움이 되는 차이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내염: 잇몸, 입술, 볼 점막 등 입 전체에 넓게 염증이 번지고, 아이가 입 통증으로 극도로 못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 수족구: 편도선 주위와 목 안쪽에 수포가 생기는 경향이 있고, 손발 발진이 함께 나타납니다
- 편도염: 고열이 두드러지고 목 통증이 주증상이며, 손발에 발진이 없습니다
결국 여름철 아이 건강에서 가장 무서운 건 비슷한 증상들이 전혀 다른 질환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평소 아이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건 의사가 아니라 매일 옆에 있는 부모입니다. 평소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면 일단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