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구에 걸린 아이는 특효약이 없습니다. 진통제를 주고 집에 보내는 것이 전부입니다. 조카가 수족구로 고생할 때 저도 처음에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아픈데 의사가 해줄 수 있는 게 고작 그것뿐이라는 게 납득이 안 됐기 때문입니다.

수족구와 수두, 같은 '수'가 아닙니다
수족구(手足口病)의 '수'는 손 수(手)이고, 수두(水痘)의 '수'는 물 수(水)입니다. 글자가 다른 만큼 원인 바이러스도, 증상의 양상도 완전히 다른 질환입니다. 저는 솔직히 이 두 질환이 비슷한 계열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처음부터 틀린 전제였습니다.
수두의 원인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입니다. 여기서 VZV란 헤르페스 바이러스 계열에 속하는 바이러스로, 한 번 감염되면 몸속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질 때 대상포진으로 재활성화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두는 전신 감염 질환인 만큼 온몸에 발진이 나타나고, 성인에서 발생하면 폐렴이나 뇌염 같은 합병증 위험이 높아집니다.
반면 수족구는 콕사키바이러스(Coxsackievirus)를 포함한 장바이러스(Enterovirus) 계열에 의해 발생합니다. 여기서 장바이러스란 주로 소화기관을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 군(群)으로, 콕사키바이러스 외에도 엔테로바이러스 A71형(EV-A71)이 특히 중증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EV-A71에 의한 수족구는 뇌수막염이나 뇌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단순한 소아 감염병으로 가볍게 보기 어렵습니다.
수족구와 수두를 구분하는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두: VZV 원인, 전신 발진, 백신 있음, 1회 감염 시 평생 면역
- 수족구: 장바이러스 계열 원인, 손·발·입 병변, 백신 없음, 대변 통해 장기간 전파 가능
- 공통점: 둘 다 바이러스성 질환, 보육 시설에서 집단 발병 위험이 높음
아이가 못 먹는다면, 그게 진짜 위험 신호입니다
조카가 수족구에 걸렸을 때 제가 가장 걱정했던 건 열이 아니었습니다. 밥을 도무지 먹지 않으려는 것이었습니다. 입 안에 물집이 생기면 씹고 삼키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기 때문에,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먹는 것을 거부합니다. 일반적으로 수족구는 그냥 두면 낫는 병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이 '먹지 못하는 상황'이 임상적으로 가장 위험한 지점입니다.
소아는 성인에 비해 탈수(Dehydration)에 훨씬 민감합니다. 여기서 탈수란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 급격히 감소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소아는 체중 대비 체표면적이 커서 같은 조건에서도 수분 손실이 빠르고, 신부전(腎不全)으로 이어질 위험도 성인보다 높습니다. 하루 이틀 정도 거의 먹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입원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게 좀 다릅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따뜻한 미음을 데워서 먹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차갑게 식혀서 주는 게 맞습니다. 아이스크림처럼 차가운 음식은 입 안의 통증을 일시적으로 완화해서 조금이나마 삼킬 수 있게 도와줍니다. 미음도 따뜻하게 줄 필요 없이 냉장 보관 후 차갑게 주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물론 어떤 음식이든 아이가 전혀 먹지 않는다면, 그때는 병원을 가야 합니다.
수족구의 또 다른 까다로운 점은 전파 경로입니다. 급성기에는 비말(飛沫)이나 직접 접촉으로 전파되지만, 바이러스가 대변에서는 회복 후에도 최장 한 달까지 검출됩니다. 아이가 다 나은 것처럼 보여도 손 씻기를 소홀히 하면 주변 아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린이집에서 한 번 유행이 시작되면 한두 달 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수족구는 매년 봄부터 여름 사이에 유행 정점을 이루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수두 백신, 1회면 충분한가
수두는 백신이 있다는 점에서 수족구보다 안심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1회 접종만으로는 예방 효과가 70~80% 수준에 그칩니다. 돌파 감염(Breakthrough Infection), 즉 백신을 맞았음에도 감염되는 사례가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납니다.
여기서 돌파 감염이란 예방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해당 감염병에 감염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생후 12~15개월에 수두 백신을 1회 접종하는 것이 국가 기본접종 체계에 포함되어 있는데, 이 1회 접종 후 면역이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지면서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돌파 감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과 호주는 이 문제를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검토한 끝에 2회 접종을 루틴으로 채택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2회 접종을 국가가 권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수두 1회 접종의 효과와 한계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국내 예방접종 정보는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예방접종도우미).
다만 한 번 수두에 걸린 아이는 평생 면역을 획득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추가 접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1회 접종 후 걸렸다면 2회 접종을 추가로 받을 이유는 없다는 뜻입니다. 이 부분이 다소 헷갈릴 수 있는데, 백신으로 만들어진 면역과 자연 감염으로 획득한 면역의 강도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영상에서 이 부분을 조금 더 분명하게 짚어줬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수족구에 관해서는 현재 백신 개발이 진행 중이나 아직 국내에서 상용화된 예방백신은 없습니다. 예방은 결국 손 씻기, 시설 소독, 감염 아동의 등원 제한 같은 기본 위생 관리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두 질환 모두 치료보다 예방이 먼저이고, 아이가 아플 때 열만 볼 게 아니라 수분과 음식 섭취 여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조카를 돌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도 이 점이었습니다. 의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이 무책임하게 들렸지만, 사실 그 상황에서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일, 즉 아이가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실질적인 치료였습니다. 아이가 먹기를 완전히 거부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을 찾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