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만 되면 양말을 몇 겹씩 신어도 발이 시리고,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어도 금세 차가워지는 분들, 저도 그중 한 명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손발이 차면 따뜻한 곳에 있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혈액순환이 문제라고? 제가 놓치고 있던 부분
수족냉증이 있으면 흔히 인삼이나 생강처럼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을 찾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겨울마다 생강차를 챙겨 마시고, 핫팩을 손에 쥐고 다녔어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열성 약재를 먹으면 몸이 따뜻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달랐습니다. 생강차를 마셔도 잠 깐 뿐이고, 손발이 근본적으로 따뜻해진 느낌은 없었거든요.
이 부분을 이해하려면 우리 몸이 왜 손발을 차갑게 만드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겨울에 외부 온도가 내려가면 몸은 심장과 뇌 같은 핵심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말초혈관을 수축시킵니다. 여기서 말초혈관이란 심장과 뇌처럼 생존에 필수적인 중심부가 아니라, 손발·피부·눈처럼 신체 외곽에 분포하는 혈관을 말합니다. 이 말초혈관이 수축하면 혈액이 손발까지 도달하는 양이 줄어들고, 그 결과가 바로 차가운 손발입니다.
즉, 수족냉증은 몸이 고장 난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한 반응이라는 겁니다. 문제는 현대인들이 이 상태를 사실상 겨울 내내 지속시킨다는 것입니다. 난방이 잘 된 실내에서만 지내면 몸이 '비상 상태'를 벗어날 이유가 없고, 말초혈관은 계속 수축된 채로 유지됩니다. 실제로 말초혈관이 오래 수축되면 손발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장 기관으로 가는 혈액량도 함께 줄어든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갈색지방, 몸 안에 숨어 있던 체온 스위치
열을 생산하는 신체 기관에 대해 알고 나서 저도 꽤 놀랐습니다. 근육과 간은 어느 정도 예상했는데, 갈색지방(Brown Adipose Tissue, BAT)은 처음 들어봤거든요.
갈색지방이란 일반 지방 세포와 달리 에너지를 저장하는 대신 태워서 열을 만들어내는 특수한 지방 조직을 말합니다. 일반 지방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창고 역할을 하지만, 갈색지방은 그 에너지를 직접 연소해 체온을 올리는 난로 역할을 합니다. 이름이 '갈색'인 이유는 세포 안에 미토콘드리아가 풍부하게 들어 있고, 미토콘드리아에 포함된 철 성분이 갈색을 띠기 때문입니다.
갈색지방은 원래 신생아에게 특히 많습니다. 신생아는 근육이 거의 없지만 체온이 높은데, 이게 바로 갈색지방 덕분입니다. 성인이 되면서 점차 줄어들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 갈색지방을 활성화시키는 조건이 있습니다.
갈색지방이 활발하게 열을 만들어내는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 추위에 노출됐을 때 (몸이 비상 상태로 전환되면서 갈색지방을 가동)
- 근육 운동을 했을 때 (이리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갈색지방을 자극)
여기서 이리신(Irisin)이란 근육이 수축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흰색 지방을 갈색지방처럼 기능하도록 전환시키고 열 생산을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본에서 성인 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약 2시간 추위에 노출됐을 때 갈색지방이 약 410kcal를 소비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갈색지방의 체온 조절 기능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으며(출처: PubMed), 비만 예방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분야입니다.
그렇다면 갈색지방이 열을 만들어내면 어떻게 손발이 따뜻해질까요? 갈색지방이 생산한 열이 혈액을 데우고, 데워진 혈액은 온도를 식히기 위해 말초혈관으로 이동합니다. 그 결과 수축되어 있던 말초혈관이 다시 열리고, 손발까지 따뜻한 혈액이 도달하게 됩니다.
겨울운동, 집 밖으로 나가야 스위치가 켜진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추우면 집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게 너무도 당연한 상식처럼 느껴졌는데, 오히려 그 선택이 수족냉증을 고착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거니까요.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실내 난방이 지금처럼 완벽하지 않아서 인류는 겨울 내내 자연스럽게 추위에 노출됐습니다. 그 환경 속에서 갈색지방과 말초혈관 시스템이 꾸준히 가동됐던 것입니다. 반면 지금은 집과 차와 사무실을 이동하는 동안 추위에 노출되는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한국인의 겨울 신체활동량은 여름 대비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며(출처: 국민건강정보포털), 이는 근육량 감소와 기초대사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공감이 됩니다. 겨울에 운동하러 나가려 하면 온갖 이유가 생깁니다. 오늘은 바람이 너무 세다, 어제 피곤했다, 내일 하자. 저도 날씨가 조금만 쌀쌀해지면 걷기도 줄이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더라고요. 그 결과 손발은 더 차가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얼음물에 들어가거나 강한 냉수욕을 하는 건 저도 쉽게 따라 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근육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차가운 물에 노출되면 오히려 몸이 냉기에 압도되어 감기나 몸살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크라이오테라피(Cryotherapy)란 극저온 환경에 신체를 단시간 노출시켜 회복 속도를 높이는 치료법인데, 이건 어느 정도 체력과 근육량이 받쳐주는 사람에게 효과적입니다. 수족냉증이 있는 분이라면 무작정 시도하기보다는 준비가 먼저입니다.
현실적으로 제가 시도해볼 수 있겠다 싶었던 방법은 단순하지만 확실합니다. 겨울에도 큰 근육을 쓰는 운동, 계단 오르기나 빠른 걷기처럼 심장 박동수를 올릴 수 있는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이 두 조건, 즉 추위 노출과 근육 운동이 함께 충족될 때 갈색지방 활성화와 말초혈관 이완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수족냉증이 있다는 걸 그냥 체질로만 받아들이고 살았는데, 운동 습관이 바뀌면 혈관 시스템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가장 희망적으로 들렸습니다. 올겨울에는 손발이 차다고 이불속으로만 들어가는 대신, 계단 몇 층이라도 올라보면서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직접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따뜻함을 찾아 웅크리는 것과 따뜻함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것, 이 두 가지는 생각보다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