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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불평등의 실체 (세계화, 자본집중, 노동가치)

by oboemoon 2026. 2. 8.

키를 재면 대부분 평균 근처에 모이지만, 소득을 키로 환산하면 11만 4천 미터 거인이 등장합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불평등의 민낯입니다. 세계화와 자본 집중이 가속화되면서 소득 격차는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미국, 프랑스, 일본, 한국을 관통하는 불평등의 메커니즘과 그 속에서 사라져 가는 노동의 가치를 살펴봅니다.

 

세계화가 만든 소득 격차의 구조

 

버니 샌더스는 아이오와 주 민주당 경선에서 "1퍼센트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경제"를 외쳤습니다. 그의 구호가 공명을 얻은 이유는 명확합니다. 2018년 미국 상위 10%가 전체 주식의 거의 70%를 소유했고, 상위 1%의 주식 보유 비율은 10년 동안 23%에서 32%로 급증했습니다. 인구의 절반인 50%가 보유한 주식은 인식조차 어려울 정도로 미미합니다.

미국 기업 CEO들은 일반 직원보다 1,000배 많은 보수를 받았습니다. CEO 급여가 급증하는 동안 직원들의 보상은 평균 0.3% 상승에 그쳤습니다. 켄터키주 애슈랜드의 철강 노동자 트래비스 윌리엄 씨는 2017년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러스트벨트라 불리는 이 지역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는 동안 가장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전통 산업지대였던 탓에 첨단 산업화가 늦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실직 후 이 지역을 떠났습니다.

전 세계 인구의 실질 소득 증가율 그래프는 이 상황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신흥국 노동자들은 실질 소득이 증가했지만, 선진국 노동자들은 소득이 줄었습니다. 그러나 진짜 큰돈은 고소득 국가의 상위 1%가 가져갔습니다. 트럼프는 미국 중산층 붕괴의 책임을 중국과 같은 신흥국 노동자 탓으로 돌렸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더 복잡합니다. 세계화를 통해 자본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프랑스의 거대 기업들도 인건비가 싼 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했습니다. 기계화와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일자리는 빠르게 사라졌고, 각국 정부는 법인세를 내려서라도 기업을 붙잡으려 했습니다. 일자리의 질은 떨어지고, 노동 수익률보다 자본 수익률이 높아졌습니다.

 

자본집중이 심화시킨 부의 양극화

 

프랑스 파리는 지난 겨울 불평등을 부르짖는 노란 조끼 시위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유류세 인상과 부유세 인하를 놓고 맞선 시위대와 마크롱 대통령의 대치는 1주년이 되어서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변호사 블론 씨는 노란 조끼 시위대의 대변인을 맡았습니다. 프랑스 국민의 75%가 이 시위를 지지했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대변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샹젤리제 거리의 루이비통 매장 소유주인 아르노 회장의 자산은 한화로 118조입니다. 프랑스 최저임금 노동자가 500만 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입니다. 파리 외곽에 사는 스테파니와 이방 부부는 맞벌이를 해도 생활이 팍팍합니다. 시간제 노동자인 아내와 지역 치안대 소속인 남편이 한 달에 버는 돈은 2천 유로 정도지만 적자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부부는 큰 아이만 대학을 보냈고, 아래 두 아이는 직업학교에 보냈습니다. 학비가 무료지만 생활비를 보탤 여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2016년부터 프랑스의 가처분 소득 증가율은 유럽 주요 국가들 중 최하위권입니다. 뉴욕 브루클린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 몇 년 동안 천정부지로 뛰었습니다. 5년 전 60만 달러에서 70만 달러였던 주택이 2016년 1년 사이에 120만 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뉴욕에서는 월급의 40%를 월세로 내는 사람이 절반이 넘습니다. 40평 아파트가 비어있는 이유는 신원을 밝힐 필요도 없는 부자가 좋은 투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주식 시장은 2009년 3월 이후 거의 300% 상승했고, 상위 0.5%가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처럼 소수의 슈퍼스타 기업들이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의 58% 이상을 차지하며 산업을 지배합니다. 이들은 혁신을 통해 경제를 이끄는 것처럼 보이지만, 독점을 강화하며 시장을 통제합니다. 뉴욕시의 론 킴은 아마존 같은 기업이 급성장해도 그 혜택을 모두가 공유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지방정부가 대규모 기업의 예산 지출 경쟁을 벌이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을 만들었고, 아마존 제2본사 계획에 반대했습니다.

 

노동가치 절하와 세대 간 불평등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되찾기 위해 아베노믹스로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높은 청년 취업률을 자랑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진실이 있습니다. 저널리스트 고바야시 미키 씨는 취업 빙하기의 후유증을 기록합니다. 당시 젊은이들은 자신이 취업 빙하기라고 인지하지 못한 채 열심히 직장을 찾았지만, 엔트리 시트를 내고 또 내도 정규직이 되지 못했습니다. 계약직이나 파견직이 되는 사람들이 매우 늘어났고, 격차가 고정화되었습니다.

동경대를 졸업한 이나지 씨는 19년째 집세 4만 엔짜리 집에 삽니다. 일본에서 정규직이 아닌 노동자를 프리터라고 부르는데, 그는 번듯한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프리터가 되었습니다. 하루 12시간에서 15시간 일하며 평균 10만 엔을 벌지만, 월급의 절반을 월세로 씁니다. 형편이 이러니 변변한 가구 하나 살 돈이 없습니다. 일자리를 잡지 못한 채 늙어버린 수많은 프리터들은 일본 사회가 경험하지 못한 극빈의 노후를 살아내야 합니다.

한국의 산업도시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군산의 현대중공업은 한때 고용인원만 5천 명이 넘었지만, 2년 만에 공장은 문을 닫고 8차선 도로는 잡초밭이 되었습니다. 조선소 노동자였던 박경수 씨는 현대중공업 군산공장에서 퇴사한 뒤 신안군 지도에서 일합니다. 군산은 10년 새 7개의 대기업이 모두 떠났고, 지역 상권은 급속히 무너졌습니다. 한국 경제는 수출 주도형에서 내수 주도형으로 전환점에 있지만, 기업들은 500조가 넘는 사내 유보금을 쌓고만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은 저금리 정책 속에서 쉴 새 없이 올랐습니다. 2017년 한국의 근로소득은 상위 30%가 70%를 벌고, 나머지가 30%를 나눠 가졌습니다. 부동산 소득의 68%를 상위 10%가 가져가고, 이자 소득과 배당 소득도 상위 10%가 대부분 차지합니다. 조기현 씨는 중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왔습니다. 건설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공사장에서 쓰러진 뒤 9년간 가장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알코올성 치매를 얻었고, 입원시킬 돈이 없어 집에서 돌봐야 했습니다.

기현 씨는 서울시 청년 기금을 받아 아버지의 삶을 영화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함에도 지금의 삶으로 귀결됐나"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지나가며 "저거 아빠가 지은 거"라고 자부심 넘치게 말했지만, 이제는 건설 현장을 지나가도 그런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육체노동에 대한 가치 평가가 절하되었기 때문입니다. 기현 씨는 "운이 나쁘면 저도 아버지보다 더 심한 사람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프랑스 리옹 대학을 다니던 한 학생은 분신자살을 시도하며 불평등한 세상을 원망하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대학 기숙사가 비싸 대부분의 학생들이 쉐어하우스에 삽니다. 앙뜨완은 6명의 친구들과 집세 750유로짜리 집을 빌렸지만, 반열도 안 되는 얇은 유리가 깨져도 수리를 해주지 않습니다. 프랑스에서 쉐어하우스는 더 이상 낭만이 아닙니다. 프랑스에서 사회 상승률이 줄어들었고, 어린이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졌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불평등의 원인을 세계화, 자본 집중, 초대형 기업으로 명확히 제시하지만, 해법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합니다.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말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깊이 파고들지 않아 시청자는 분노와 공감과 함께 막막함도 느낍니다. 구조의 문제를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변화의 경로는 여전히 안개 속에 있습니다. 불평등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고, 이 다큐는 답보다 질문을 남깁니다. 공정한 격차와 위험한 불평등을 어디서 구분해야 하는지, 개인의 책임과 사회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묻게 됩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1mhcu4STP7c?si=nxj0JNPg2yDcvv3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