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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형성 과정 (토라 필사, 사해 사본, 정경화)

by oboemoon 2026. 1. 26.

성경은 단순히 종교적 경전을 넘어 인류 문명사의 핵심 기록이자 수천 년간 전승되어 온 문헌학적 기적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 200여 개 언어로 번역되며 기독교, 가톨릭, 이슬람이 공통으로 경전으로 삼는 이 책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이 글에서는 성경의 전승 과정을 역사적, 문헌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그 신뢰성을 둘러싼 논쟁과 의미를 함께 고찰하겠습니다.

 

토라 필사 전통과 유대인의 성경 전승

 

성경의 기원은 구약의 토라, 즉 모세 오경에서 시작됩니다. 토라는 수천 년 동안 엄격한 규율 속에서 필사되어 왔으며, 정결한 상태의 서기관만이 제작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양피지와 직접 만든 잉크, 깃털 펜을 사용하며 한 글자라도 틀리면 전체를 폐기하는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유대인들은 토라를 왕과 같이 대하며, 떨어뜨리면 금식으로 속죄할 만큼 신성시합니다. 낡은 성경을 함부로 폐기하지 않고 장례 의식을 치르듯 땅에 묻는 전통은 하나님의 말씀이 기록된 성경에 대한 절대적 존경의 표현입니다. 통곡의 벽에 끼워 넣은 기도문을 정기적으로 수거해 감람산에 묻는 관습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이러한 필사 전통은 텍스트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핵심 장치였습니다. 마소라 학자들은 모음과 악센트 기호를 체계화해 성경 전승의 정확성을 한층 높였으며, 히브리어 원문과 암송, 노래 방식의 전승을 통해 구전과 문서 전통을 동시에 유지했습니다. 현재 구약 성경의 기준 본문인 마소라 사본 중 레닌그라드 코덱스는 기원후 1000년경 완성되었으며, 구약 전체를 담은 가장 완전한 사본으로 평가받습니다. 놀랍게도 이 사본과 현대 성경의 내용은 거의 동일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됩니다. '내용의 보존'이 곧 '신적 기원'을 증명하는 것일까요? 필사 과정의 정확성은 인간의 경건함과 학문적 엄밀성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텍스트 자체가 하나님의 직접적 계시인지는 별개의 신앙적 판단 영역입니다. 역사학과 신학의 경계에서 이 질문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사해 사본의 발견과 성경 신뢰성 검증

 

1947년 발견된 사해 사본은 성경 연구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기원전 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가장 오래된 성경 사본으로, 기존의 마소라 사본과의 비교 결과 내용의 일치성이 확인되며 성경의 신뢰성을 크게 강화했습니다. 천 년 이상의 시간 간격에도 불구하고 텍스트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유대 전승 시스템의 정확성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원본 성경은 전해지지 않지만, 수많은 사본이 존재합니다. 필사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변질되었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왔으나, 사해 사본의 발견은 이러한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했습니다. 신약 성경의 경우 무려 3만여 개의 사본이 전해지며, 세부적인 차이는 존재하지만 핵심 교리는 일관되게 유지됩니다. 이는 고대 문헌 중 유례를 찾기 힘든 풍부한 필사본 전승입니다.
그러나 사본의 '양적 풍부함'과 '내용의 일관성'이 반드시 역사적 사실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해 사본은 성경 텍스트가 안정적으로 전승되었음을 증명하지만, 기록된 사건 자체의 역사성은 별도의 검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예수의 탄생, 십자가 죽음, 부활은 구약 예언과 연결되어 설명되지만, 이는 신앙 공동체 내에서의 신학적 해석이며 외부 사료를 통한 독립적 검증은 제한적입니다. 마리아의 성령 잉태, 베들레헴 탄생, 십자가 처형과 부활은 역사적·신학적 논쟁의 대상이었고, 지금도 연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경화 과정과 신약 성경의 형성

 

구약 성경은 기원전 500년경 에스라 시대에 정리되기 시작했고, 기원후 90년 얌니아 회의를 통해 39권으로 정경화되었습니다. 신약 성경은 예수 사후 기록되었으며, 바울 서신이 가장 먼저 등장했습니다. 당시에는 도마복음, 유다복음 등 다양한 문서들이 존재했으나, 기원후 397년 카르타고 공의회를 통해 27권이 신약 정경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정경화 기준은 사도성, 고대성, 보편성 등으로 설명되지만, 어느 하나로 명확히 규정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신약 정경은 교회의 전통과 신앙 공동체의 합의 속에서 형성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제된 문서들의 존재는 초기 기독교 내부의 다양한 신학적 흐름과 권력 구조를 시사합니다. 어떤 텍스트가 '정경'이 되고 어떤 것이 '외경'이 되는가는 순전히 신적 계시의 결과인가, 아니면 정치적·사회적 맥락이 개입된 인간적 선택의 산물인가?
예수가 읽었던 성경이 히브리어 토라인지, 헬라어 70인역인지, 아람어 성경인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다양한 성경 전통이 공존했음을 보여줍니다. 이사야서의 메시아 예언과 신약의 성취 관계는 기독교 신학의 핵심이지만, 동일한 구약 본문을 유대교에서는 전혀 다르게 해석합니다. 역사적 사실로서의 성경과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성경은 어디까지 구분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성경을 연구하는 모든 이에게 여전히 열려 있는 근본적 과제입니다.
성경은 중세 유럽을 지배하고 종교개혁과 르네상스를 촉발했으며, 한글 성경은 한국 기독교 성장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성경의 전승 과정은 놀라운 정확성을 보여주지만, 그 형성 과정에는 인간 공동체의 신학적 논쟁과 선택이 깊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성경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고대 문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신앙과 역사, 텍스트와 해석의 복잡한 관계를 사유하는 일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q0bYXVyFwv8?si=ylh6MR3aeiOwh-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