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속 끝없는 모래사막을 보면서 저는 처음엔 그저 먼 나라의 풍경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투아레그족이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건너는 장면과 물 한 통을 얻기 위해 몇 시간을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나니, 이건 단순한 자연 다큐가 아니라 누군가의 실제 삶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됐습니다. 사하라 사막과 그 남쪽 사헬 지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막화는 오아시스를 삭제하고 사람들의 터전을 빼앗아 가고 있었습니다.
물 부족과 사라지는 오아시스
14세기부터 사하라를 누비며 대상 무역을 해온 투아레그족에게 오아시스 도시는 생명선이었습니다. 사막의 푸른 여우라 불렸던 이들은 오아시스에서 식수통을 채우고 낙타에게 물을 먹인 뒤 다시 한 달여의 여정을 떠나곤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10년 사이 니제르 북부 사헬 지대에서만 50여 개의 오아시스 마을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우물이 말라버리면서 사람들이 마을을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물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평소 수도꼭지만 틀면 깨끗한 물이 나오는 환경에서 살다 보니, 물 한 방울의 무게를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니제르의 하와샤니 씨는 아이들과 함께 세 시간을 걸어 웅덩이까지 가서 흙탕물을 길어 왔습니다. 그나마 우기에 잠시 고인 물이어서 여러 마을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탓에 상태가 매우 더러웠습니다. 아이는 목이 말라 흙탕물을 그대로 떠서 마시고, 엄마는 무거운 물통을 이고 다시 세 시간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정수 과정이라곤 천에 걸러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흙먼지와 이물질을 대충 골라내는 정도였죠. 그렇게 힘들게 얻은 물이라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 몸을 씻기기도 벅차고, 목욕하고 남은 물로 빨래를 한 뒤 그 물을 다시 가축에게 주는 식으로 최대한 아껴 써야 했습니다. 이틀에 한 번 가축에게 물을 주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우물이 남아 있는 마을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깊이가 120m나 되는 우물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두 명의 장정과 다섯 마리의 당나귀가 동원됐습니다. 사람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깊이였던 겁니다.
유목민의 삶과 급진전되는 환경 파괴
투아레그족을 비롯한 유목민들에게 가축은 삶의 기반입니다. 우유와 고기, 가죽까지 모든 것을 가축에게서 얻기 때문에 가축이 없는 유목민의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2009년 니제르 디파 지역을 강타한 극심한 가뭄으로 전체 가축의 80%가 말라죽었습니다. 저항력이 강한 편인 낙타와 당나귀까지 죽었다는 건 가뭄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습니다.
직접 화면을 보면서 느낀 건, 유목민들이 가축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소와 염소를 천 마리나 키웠던 하마두 씨는 가뭄에 대부분의 가축을 잃었지만, 살아남은 가축들을 데리고 밤에 풀을 찾아 이동했습니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밤 동안 움직이는 것이죠. 그가 가축들에게 친구처럼 말을 거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에게 가축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가족이나 다름없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유목 생활 방식이 급격한 환경 변화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사막화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였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10억이 넘는 인구가 사용하는 연료의 90% 이상이 나무입니다. 밥을 하고 물을 데우는 데 모두 나무가 필요하기 때문에 숲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나무를 베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지만 생계수단이 없는 사람들은 밤에 몰래 나무를 베어 수도까지 4일을 걸어서 중간 도매상에게 넘깁니다. 다국적 기업들에 의한 대규모 벌목도 심각했습니다. 매년 100만 헥타르의 아프리카 열대우림이 벌채되어 1990년 이후 매년 우리나라 크기의 산림 면적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농민들은 경작지를 확보하기 위해 초지의 풀을 베어내고 불을 지르는 화전을 택합니다.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건조 지역에서 새로 개간한 경작지의 수명은 겨우 2년 남짓입니다. 농사가 안 되면 그 땅은 그대로 사막화가 진행되는 것이죠. 게다가 1960년 2억 남짓이던 아프리카 인구는 2009년 9억을 넘어섰고, 이 추세라면 2050년에는 19억에 달할 전망입니다. 인구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땅을 개간하고 더 많은 나무를 베어내면서 사막화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이 다큐멘터리가 사막화의 심각성을 전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해결책이나 대응 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상황이 매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지역 사람들이나 국제사회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함께 보여줬다면 시청자가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사막화의 원인으로 벌목과 인구 증가가 언급되긴 했지만, 국제 경제 구조나 선진국의 책임 문제는 깊이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저는 이 다큐를 보면서 사막이 단순히 황량한 자연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공간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비록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화면을 통해 그곳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지구 환경 변화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와 연결된 문제라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곰미 응감 씨가 살던 집이 모래더미에 완전히 삼켜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장면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나무와 풀로 뒤덮였던 초원은 이제 그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만약 지금처럼 모래 폭풍의 전진을 멈추지 못한다면, 아프리카의 끝없는 초원은 정말로 전설 속 이야기로만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