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인구 550만 명에 사우나가 300만 개입니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꼴로 사우나를 소유하고 있고, 90%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이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저는 1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하는 수준인데, 이 숫자를 보고 나니 괜히 뒤처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문화 차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사우나가 심장과 혈관, 뇌 건강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는 논문 데이터가 꽤 쌓여 있거든요.

사우나가 심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사우나에 들어가면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십니까? 저는 솔직히 그냥 땀 많이 흘리는 공간 정도로만 여겼습니다. 그런데 1995년 순환기 분야 학술지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실린 연구를 보고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이 연구는 평균 박출률이 25%에 불과한 중증 심부전 환자 34명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여기서 박출률(Ejection Fraction)이란 심장이 한 번 수축할 때 좌심실 안의 혈액을 얼마나 내보내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입니다. 건강한 사람은 50~70%인데, 이 환자들은 25%였으니 심장 기능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던 셈입니다.
연구진은 이 환자들에게 60도 건식 사우나를 15분 시행한 뒤 심박 출 지수를 측정했습니다. 심박 출 지수(Cardiac Index)란 1분간 심장이 내보내는 혈액량을 체표면적으로 나눈 값인데, 사우나 직후 2.7에서 4.1로 뛰어올랐고 30분이 지나도 3.7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짧은 열 노출만으로 심장이 내보내는 혈액량이 50% 가까이 증가한 겁니다.
전신 혈관 저항값인 SVR(Systemic Vascular Resistance)도 거의 40% 떨어졌습니다. SVR이란 혈액이 온몸을 순환할 때 혈관이 얼마나 저항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이 수치가 낮아진다는 것은 심장이 혈액을 밀어내기 훨씬 수월해졌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 핵심 이유 중 하나가 산화질소(NO) 분비 증가입니다. 산화질소는 혈관 내피세포가 만드는 혈관 이완 신호 물질로, 이것이 늘어나면 혈관이 넓어지고 혈압이 내려가며 혈관 내 염증과 혈전 형성도 억제됩니다. 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이 바로 이 산화질소를 주제로 수여되었을 만큼 중요한 물질입니다.
제가 사우나를 다녀온 날 유독 잠을 잘 잔다고 느꼈는데, 이 혈관 이완 효과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막연히 기분 탓이려니 했는데, 이 정도 데이터면 단순한 착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치매와 고혈압 위험을 낮출 수 있을까
사우나의 단기 효과보다 더 흥미로운 건 장기 추적 연구 결과입니다. 핀란드 중년 남성 2,315명을 약 20년간 추적한 연구에서, 일주일에 4~7회 사우나를 한 그룹은 주 1회 그룹에 비해 돌연 심장사 위험이 63%, 치명적 심혈관질환 위험이 50%, 전체 사망률이 40% 낮았습니다.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위험도 각각 66%, 65% 감소했습니다(출처: 미국심장협회 Circulation).
물론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사우나 자체가 이 모든 결과를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우나를 자주 하는 사람이 원래 더 건강하거나 생활 습관이 좋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연구진도 나이, BMI, 혈압, 흡연, 당뇨 등 변수를 통계적으로 보정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혼란 변수를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연구 대상이 핀란드 중년 남성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한계입니다. 한국인, 여성, 고령층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아직 연구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고혈압과 관련된 연구도 있습니다. 처음에 혈압이 정상이었던 남성 1,621명을 평균 22년 추적한 연구에서, 주 4~7회 사우나를 한 그룹의 고혈압 발생 위험비는 0.53이었습니다. 위험비(Hazard Ratio)란 특정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두 그룹 간 비교해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0.53이라는 것은 고혈압이 새로 생길 위험이 47% 낮았다는 의미입니다(출처: 유럽예방심장학저널 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
사우나가 뇌 건강에 영향을 주는 기전으로는 다음과 같은 경로들이 거론됩니다.
- 뇌 혈류 개선: 혈관 탄성과 내피 기능이 좋아지면서 뇌로 가는 산소 공급도 원활해집니다.
- 만성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 감소: 반복적인 열 자극이 항염증 반응을 유도합니다.
- 열충격단백질(HSP70) 활성화: HSP70이란 세포가 고온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산되는 단백질로, 잘못 접힌 단백질이 뭉치는 것을 막고 뇌와 심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비정상 단백질 플라크 형성을 억제하는 데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사우나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가 궁금해집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무조건 오래, 뜨겁게 버티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연구들을 종합하면 기본 프로토콜은 이렇습니다.
- 온도: 80~90도 건식 사우나
- 1회 세션: 15~20분 (처음이라면 10분부터 시작)
- 빈도: 주 2~3회 기본, 적응 후 4회 이상도 고려 가능
- 세트 사이: 5~10분 휴식 후 물과 전해질 보충
전해질 보충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20분 사우나 한 번에 나트륨 500~700mg 정도가 땀으로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물만 마시고 칼륨, 마그네슘 같은 전해질을 보충하지 않으면 자다가 근육 경련이 생기거나 다음 날 이유 없는 피로가 올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피해야 할 조합도 있습니다. 음주 후 사우나는 핀란드에서도 사우나 관련 사망 사례의 상당수를 차지할 만큼 위험합니다. 알코올과 열 노출이 동시에 혈관을 확장시키면 혈압이 과도하게 떨어지고 실신이나 부정맥 위험이 높아집니다. 식사 직후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화기에 몰려야 할 혈류가 피부 쪽으로 분산되면서 소화 장애나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으니 식후 최소 1~2시간은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저처럼 사우나 가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면 집 욕조를 활용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40도 내외의 뜨거운 물에 20분 정도 몸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혈관 이완, 심박수 증가, 열충격단백질 활성화 같은 생리 반응이 사우나와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접근성 면에서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저도 요즘 사람이 많은 저녁 시간에 목욕탕에 가는 대신 집에서 반신욕을 먼저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사우나와 냉수욕을 번갈아 하는 방식에 관심이 있는 분도 있겠지만, 기립성 저혈압이 있거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분들은 극단적인 온도 변화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사우나 후 약간 시원한 샤워 정도에서 시작하고 단계적으로 강도를 올려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우나를 운동의 대안처럼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여기서 한 가지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열 노출이 심박수와 혈류량을 올려 심혈관 반응을 자극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력 증가, 심폐지구력 향상, 혈당 조절 같은 운동의 핵심 효과까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사우나는 운동을 보조하거나 당장 운동이 어려운 분들에게 일부 효과를 제공하는 도구이지, 운동 자체를 대체하는 수단은 아닙니다.
사우나가 몸속 독소를 배출한다는 이야기도 자주 나오는데, 이 부분은 조금 더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 땀으로 중금속이나 특정 환경 독소가 소변보다 높은 농도로 나온 사례가 보고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몸의 해독은 간과 신장이 대부분 담당하며, 사우나가 광범위한 해독 효과를 가진다는 주장은 아직 충분한 근거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결국 사우나는 건강한 생활 습관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때 의미가 있습니다. 매일 가야 효과가 있다거나 이것 하나로 건강이 크게 달라진다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운동과 수면, 식습관과 함께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저도 1년에 한두 번이라도 다녀오면 확실히 몸이 개운해지는 걸 느끼는 만큼, 앞으로는 사람이 적은 아침 시간대를 노려 조금 더 자주 찾아볼 생각입니다. 가기 어려운 날에는 반신욕으로 대신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