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D가 부족하면 몸이 망가진다고 하는데, 그럼 수치가 정상인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실제로 검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9명이 부족 판정을 받는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저도 건강검진에서 낮게 나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게 그렇게 심각한 문제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준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 설정됐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수치가 낮으면 무조건 보충제를 먹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기준이 너무 높게 책정된 것일까요.

결핍 기준,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혈중 비타민 D 농도, 즉 25-하이드록시비타민 D(25(OH)D) 수치는 혈액 검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25(OH)D란 간에서 1차 대사를 거쳐 생성되는 비타민 D의 중간 형태로, 체내 비타민 D 저장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결핍 여부를 판단하는데, 문제는 나라마다 이 기준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영국 영양과학 자문위원회와 네덜란드는 12ng/mL 이상이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반면 미국 내분비학회는 30ng/mL 이상을 권장 수준으로 제시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도 30~50ng/mL를 안정 범위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 검사에서 이 기준을 들었을 때는 '그냥 낮으면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세계적인 의학 전문지에 실린 논문들을 종합 분석한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권장 수치 자체가 지나치게 높게 설정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권장 섭취량 기준은 건강한 사람 중 상위 2.5%가 섭취하는 양을 기준으로 산정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됩니다. 이렇게 개념을 정의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사람이 부족 판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스티븐 잘츠버그 교수도 2022년 포브스 기고를 통해 비타민 D 보충제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비타민 D 결핍 기준이 높아지면서 보충제 복용자가 급증했지만, 비타민 D 부족과 연관된 질환이 그에 비례해 늘었다는 근거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 그 논거입니다.
이 부분은 저도 꽤 오래 생각해봤습니다. 수치가 낮다는 말을 들으면 불안해지는 게 당연한 심리인데, 그 불안의 전제가 되는 기준선 자체를 한 번쯤 의심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햇빛 합성, 생각보다 까다로운 조건들
비타민 D는 햇빛을 통해 피부에서 합성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자외선 B, 즉 파장 280~320nm 범위의 UVB(자외선 B)가 피하 조직의 콜레스테롤과 반응해 비타민 D3 전구체를 만들어냅니다. 여기서 UVB란 태양광선 중 파장이 짧은 영역에 속하는 자외선으로, 피부를 통해 흡수되어 비타민 D 생성의 첫 단계를 담당하는 성분입니다. 이렇게 생성된 전구체는 혈관을 타고 간으로 이동해 1차 대사를 거치고, 이후 신장에서 2차 대사를 통해 활성형 비타민 D로 전환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실내에서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으로는 비타민 D를 합성할 수 없습니다. 자외선 측정 실험에 따르면 자외선 A(UVA)는 유리창을 통과하지만, 비타민 D 생성에 필요한 UVB는 거의 차단됩니다. 사무실이나 실내에서 햇빛이 들어온다고 해서 비타민 D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셈입니다. 저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창가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게 사실상 비타민 D 합성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됐던 거더군요.
실외에 나가도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계절, 위도, 피부 노출 면적, 자외선 차단제 사용 여부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칩니다. 비타민 D 합성에 효율이 좋은 부위는 얼굴보다 팔이나 복부처럼 피부 면적이 넓고 색소 침착이 덜한 부위입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면 UVB 차단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피부 보호와 비타민 D 합성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현실적인 고민이 됩니다.
4주간 식습관과 햇빛 노출 습관을 바꾼 실험 결과를 보면, 비타민 D가 6.3ng/mL로 심각하게 낮았던 참가자가 13.67ng/mL로 올랐고, 골다공증을 앓고 있던 70대 여성 참가자는 보충제 없이 식단과 햇빛만으로 32.14ng/mL까지 도달했습니다. 수치만 봐도 생활 방식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단, 이 결과가 비타민 D 수치 상승만을 의미하는 건지, 전반적인 생활습관 개선의 효과가 함께 반영된 건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혈중농도, 숫자보다 맥락이 먼저다
비타민 D는 지용성 비타민(fat-soluble vitamin)입니다. 여기서 지용성 비타민이란 물에 녹지 않고 지방에 녹는 성질을 가져, 섭취 후 체내 지방 조직과 간에 축적되는 비타민을 뜻합니다. 수용성 비타민과 달리 잉여분이 소변으로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에 과잉 섭취 시 독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비타민 A, D, E, K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비타민 D 과잉 시 나타나는 고칼슘혈증(hypercalcemia)이 대표적인 부작용입니다. 고칼슘혈증이란 혈중 칼슘 농도가 정상 범위를 초과한 상태로, 신장 결석, 근육 마비, 구역감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검사도 받지 않고 주변에서 좋다는 말만 듣고 고용량 보충제를 오래 복용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저도 처음엔 '많이 먹으면 더 좋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용성이라는 특성을 알고 나서는 그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반대로 결핍 증상은 꽤 모호합니다. 심한 피로감, 면역력 저하, 기분 변화, 근골격계 불편감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 증상들만으로는 비타민 D 결핍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저도 한동안 이유 없이 피곤하고 몸이 무거운 날이 잦았는데, 그게 비타민 D 때문인지 수면 패턴 때문인지 식습관 때문인지는 솔직히 지금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특히 골다공증 환자나 면역계 질환을 가진 경우에는 의사의 판단에 따른 보충이 더 적극적으로 권장됩니다. 하지만 특별한 기저 질환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혈액 검사를 먼저 해보고 실제 수치를 확인한 다음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비타민 D 복용 결정 전 확인할 사항:
- 최근 혈중 25(OH)D 수치를 검사로 확인했는가
- 골다공증, 면역계 질환 등 비타민 D와 직접 연관된 기저 질환이 있는가
- 하루 평균 실외 햇빛 노출 시간이 충분한가 (최소 10~20분 권장)
- 고용량 보충제를 복용 중이라면 정기적으로 수치를 재확인하고 있는가
한국 국민 11만 9천여 명의 혈중 비타민 D 농도를 분석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결핍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노년층이 아닌 20~30대였습니다(출처: 한국영양학회). 실내 생활 증가, 자외선 차단제 상시 사용, 불규칙한 식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비타민 D 결핍이 고령층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저도 이번에 다시 확인하게 됐습니다.
비타민 D는 어떤 한 가지 이유로 딱 잘라 결론 내릴 수 있는 영양소가 아닙니다. 결핍 기준 자체에 대한 논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햇빛 합성 조건도 생각보다 까다롭고, 과잉 섭취의 위험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결국 '수치가 낮으니 먹어야 한다'는 단순한 공식보다는, 본인의 실제 수치와 생활 패턴, 기저 질환 여부를 함께 고려해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저는 그 판단 과정에서 최소한 혈액 검사 한 번은 해보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비타민 D 관련 국내 권장 기준과 섭취 가이드라인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