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당연히 거기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 글을 읽기 전까지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NASA 인력이 4,000명 넘게 감축되고 수십 개 프로젝트가 취소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과학 예산 문제가 이렇게 현실적으로 와닿은 적이 없었습니다.

100년짜리 과학 인프라가 1년 만에 흔들렸다
2025년에 일어난 일들을 숫자로 보면 꽤 충격적입니다. NASA 직원 수는 17,000명에서 13,000명 아래로 줄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4,000명 이상이 직장을 잃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NASA의 차기 플래그십 임무로 꼽히던 낸시 그레이스 로만 우주망원경(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은 완성됐음에도 발사 예산을 받지 못했습니다. 화성 샘플 귀환 임무(Mars Sample Return)는 아예 취소됐고, 세계 최대 태양 관측 시설인 다니엘 K. 이누이에 태양 망원경(DKIST)은 운영을 축소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플래그십 임무(Flagship Mission)란, NASA가 10년 단위 로드맵에서 최우선으로 추진하는 대형 과학 임무를 가리킵니다. 단순히 규모가 큰 게 아니라 수십 년간의 연구 계획과 예산이 집약된 프로젝트입니다. 그걸 완성해 놓고 발사도 못 한다는 건, 마치 10년을 들여 지은 건물에 입주를 금지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이 상황을 읽으면서 특히 마음에 걸렸던 건, 이게 단순히 정책 변화가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커리어와 삶이 걸린 문제라는 점이었습니다. "과학자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문장은 통계처럼 들리지만, 그 각각이 10년, 20년을 갈아 넣은 전문가들이라는 걸 생각하면 가볍게 읽히지가 않았습니다.
방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4가지 대응 경로
이 상황에 대한 대응 방향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과학자 일자리의 예산 복원을 위해 계속 싸우는 것
- 정부 지원이 언제든 끊길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플랜B를 미리 구축하는 것
- 미국에서 취소된 프로젝트와 과학자들을 해외나 민간 경로로 연결해 살리는 것
- 장기적으로 정치적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새로운 과학 지원 구조를 설계하는 것
저는 이 네 가지를 처음 봤을 때 "당연한 말 아닌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읽으면서 느낀 건, 이 네 가지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주장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하나만 선택하면 나머지가 무너질 수 있다는 구조입니다. 특히 2026년 초에 새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일부 복원 가능성이 생겼지만, 그게 확정 전까지는 아무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글 전체에 깔려 있었습니다.
유네스코(UNESCO)는 과학을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집단적 시도"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출처: UNESCO). 이 말이 교과서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수십 년간의 누적 투자가 1~2년 사이에 무너지는 걸 보면 그 말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인재 유출이 진짜 문제인 이유
제가 이 글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현실적으로 느꼈던 부분이 바로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 이야기였습니다. 브레인 드레인이란 고급 인력이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역사책에서나 보던 개념인데, 지금 미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은 미국을 떠나는 연구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이미 수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편성했고, 일본은 1,000억 엔 규모의 해외 연구자 유치 펀드를 조성했습니다. 캐나다와 호주도 초기 경력 연구자 대상으로 별도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건 그냥 선의의 제스처가 아닙니다. 미국이 내보낸 인재를 정밀하게 흡수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적 흐름은 한번 방향이 잡히면 뒤집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연구자 한 명이 이동하면 그 사람의 네트워크, 연구 데이터, 후속 세대 연구자들까지 함께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8,000명 이상의 학생 비자가 취소됐다는 사실은, 미래 세대 과학자들이 미국에 정착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LISA(레이저 간섭계 우주 안테나, Laser Interferometer Space Antenna) 프로젝트처럼 장기 국제 협력 임무에서도 미국 파트너십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LISA란 우주 공간에 배치되는 중력파 탐지 장치로, LIGO보다 수천 배 무거운 천체에서 나오는 중력파를 감지할 수 있는 차세대 관측 시설입니다. 맥스 플랑크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의 교수가 공개적으로 "미국이 나중에 빠진다면 그게 진짜 재앙"이라고 말했다는 건, 이미 신뢰가 금이 갔다는 신호입니다.
시스템을 다시 설계한다는 것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어떤 구조가 필요할까요? 지금 논의되는 방향은 과학 연구 예산을 연간 재량 예산(Discretionary Budget) 바깥에 놓는 것입니다. 재량 예산이란 의회가 해마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조정하는 예산 항목을 뜻합니다. 여기에 과학이 포함되어 있으면, 정치 상황이 바뀔 때마다 연구비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 문제를 두고 플라티론 연구소(Flatiron Institute)의 데이비드 스퍼겔(David Spergel)은 두 가지 가능한 미래를 언급했습니다. 지금 상황이 일시적 충격에 불과한지, 아니면 미국 정부와 과학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전환점인지를 아직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도 이 말이 꽤 정직한 진단이라고 느꼈습니다.
ESO(유럽 남방 천문대, European Southern Observatory)의 극대 망원경(ELT) 같은 사례는 참고할 만합니다. ELT의 경우 건설·운영·인력 예산이 처음부터 전액 확보된 상태로 착공했습니다(출처: ESO). 정치 사이클에 좌우되지 않는 구조가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주는 실제 사례입니다. 이 모델을 미국 과학에 적용할 수 있는지는 쉽게 단정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방향으로는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습니다.
글을 다 읽고 나서도 한 가지 아쉬움은 남았습니다. 문제 제기는 명확한데, 각 해결책의 현실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조금 더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래도 "과학이 유지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글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었습니다. 미국 과학의 위기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과학이 기반이 되어 온 모든 나라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10년 뒤 연구 지형을 결정한다는 걸, 이 글은 꽤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참고: https://bigthink.com/starts-with-a-bang/four-paths-forward-us-scienti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