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델리 외곽과 멕시코 치아파스에서는 오늘도 물을 얻기 위한 싸움이 계속됩니다. 물탱크 트럭을 기다리는 긴 줄과 다툼, 비싼 값에 물을 파는 워터 마피아, 그리고 지하수를 독점하는 거대 음료 기업의 모습은 물이 더 이상 공공재가 아닌 상품이 된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 글은 물 부족 문제가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구조적 실패이며, 생수 산업과 탄소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기만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분석합니다.
워터 마피아와 물 불평등의 실체
인도의 수도 델리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가지아바드에서는 매일같이 물을 얻기 위한 긴 줄이 이어집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통을 들고 줄을 서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정부의 물탱크 트럭을 기다리는 시간은 늘 다툼으로 이어집니다. 안전한 물을 얻는 일은 일상이 아니라 전쟁에 가깝습니다. 물 한 통을 채운 사람들은 안도하지만, 줄은 여전히 길게 남아 있고 노약자와 아이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물을 구하지 못한 주민들은 결국 사설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른바 워터 마피아라 불리는 이들은 비싼 값에 물을 판매하지만, 주민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이 물이 어디서 오는지, 안전한지는 알 수 없지만 설거지와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서는 필요합니다. 마실 수 있는 생수는 이보다 40배나 비싸 아카시 가족은 한 달 수입의 절반을 물값으로 지출합니다. 물을 아껴도 금세 바닥나 아이들에게 물 한 잔 더 주는 것조차 망설여집니다.
수도 시설이 없는 지역에서 사람들은 지하수에 의존합니다. 집이 무너질 위험을 감수하며 골목마다 지하수 공사가 이어지고, 운 좋게 물이 나오면 이를 저장해 이웃에게 파는 사람도 있습니다. 첨단 기술과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된 시대지만, 생수를 구하기 위해 거리를 헤매야 하는 현실은 극명한 아이러니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하수가 안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지하수 아래로 쓰레기와 하수가 흐르고, 폐수는 그대로 스며듭니다. 인도 질병의 약 20%는 물로 인해 발생합니다. 이는 정부가 안전한 공공 수돗물 시스템에 투자하지 않은 결과이며, 가난한 사람들이 그 대가를 몸으로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물 부족은 모두에게 동일한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불평등이 생명권의 불평등으로 직결되는 구조적 폭력입니다.
생수 산업의 성장과 물의 상품화
정부가 안전한 공공 수돗물 시스템에 투자하지 않을수록 시민들은 생수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생수 산업과 음료 산업의 기회가 됩니다. 인도의 생수 시장은 연평균 27% 성장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공공의 물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수록 생수 소비는 급증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생수 판매량은 연간 4500억 리터에 달하며, 1년에 약 6000억 병이 팔립니다. 생수 시장 규모는 400조 원에 이릅니다.
멕시코 최남단 치아파스에서도 물을 얻기 위한 싸움은 계속됩니다. 우기에도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아 사람들은 빗물 한 방울까지 저장합니다. 땅이 마르며 지하수도 고갈되었지만, 물 부족은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습니다. 멕시코 최대 음료 공장은 매일 100만 리터 이상의 지하수를 뽑아 쓰며, 이는 수십만 명이 마실 수 있는 양입니다. 가장 좋은 물을 독점한 음료는 사실상 이 지역의 식수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물보다 음료를 더 많이 마시고, 영유아들까지 그 피해를 겪습니다.
코카콜라, 펩시코, 네슬레는 세계 3대 생수 판매 기업으로, 막대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합니다. 생수병의 원료는 화석 연료이며, 생수 한 병을 생산하고 운송하는 데 병 부피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석유가 필요합니다. 이로 인해 생수의 탄소 배출량은 수돗물의 7배에 달합니다. 이는 생수 산업이 단순히 물을 파는 것이 아니라,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산업임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친환경 이미지를 홍보하며 소비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합니다. 물이 상품이 될 때, 생명권은 구매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보장됩니다.
탄소 배출권 시장의 허구와 환경 정의
생수 기업들이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면서도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친환경 이미지를 홍보하는 방식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가리고 있습니다. 이는 실질적인 감축이 아닌 돈으로 배출을 상쇄하는 방식에 불과합니다. 탄소 배출권 사업은 또 다른 문제를 낳습니다. 숲을 지켜온 원주민 키츠와 족은 탄소 흡수원으로 숲이 지정되며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삶을 살던 이들은 오히려 환경 파괴범으로 취급됩니다.
산불로 숲이 사라지며 저장되었던 탄소는 대기로 방출되지만, 시장은 이런 위험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쿡스토브 보급 같은 사업도 실제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탄소 감축으로 계산됩니다. 이는 탄소 배출권 시장이 실제 환경 개선보다는 선진국과 대기업의 면죄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환경 보호'라는 말이 얼마나 쉽게 폭력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폭력은 언제나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향한다는 사실을 이 사례는 명확히 드러냅니다.
반면 프랑스 파리는 수돗물을 공공의 권리로 제공합니다. 시민들은 거리의 음수대에서 자유롭게 물을 마시고, 호텔조차 생수병을 없앴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수돗물은 안전하지만 음용률은 5%에 불과하고, 생수 소비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실험 결과 수돗물은 오히려 생수보다 위생적이었습니다. UN은 전 세계 생수 소비 비용의 절반만으로도 모두에게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안전한 수돗물을 마실 수 있는 사회가 진짜 지속 가능한 사회라면, 우리는 왜 여전히 플라스틱 병에 담긴 물을 사 마시고 있는가 질문해야 합니다. 친환경이라는 말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시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물이 상품이 아닌 권리일 때, 진정한 지속 가능성이 가능해집니다. 이는 개인의 소비 선택이 아니라 공공 시스템에 대한 투자와 기업에 대한 규제, 그리고 물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문제입니다. 워터 마피아와 생수 기업, 탄소 배출권 시장이라는 구조 속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비로소 불편하지만 반드시 마주해야 할 현실을 직시할 수 있습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MNrImyDV328?si=SHXnF3uQV6F_kbq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