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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후각증 (후각 신경, 후각 재활 훈련, 회복)

by oboemoon 2026. 10. 31.

코로나에 걸렸을 때 저는 증상이 가벼운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인 중 한 명은 밥을 먹어도 모래 씹는 느낌만 난다며 몇 주를 고생했습니다. 그때는 그냥 "코로나 부작용이 심하네" 하고 넘겼는데, 나중에 후각과 미각의 관계를 제대로 알고 나서야 그 답답함이 얼마나 컸을지 실감했습니다.

무후각증
커피 향을 맡고 있는 사람

혀가 아니라 코가 맛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음식 맛은 혀에서 느낀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실제로는 조금 달랐습니다. 과학적으로 혀가 감지할 수 있는 미각(味覺)은 단맛, 짠맛, 쓴맛, 신맛, 감칠맛 딱 다섯 가지뿐입니다. 여기서 미각이란 혀의 미뢰(taste bud)가 화학 물질에 반응해 만들어내는 감각을 말합니다. 수만 가지 음식 풍미는 이 다섯 가지 미각에 코 뒤쪽으로 전달되는 냄새, 즉 후비강(後鼻腔) 경로를 통한 휘발성 향기 물질이 합쳐지면서 완성됩니다.

후비강이란 음식을 씹는 동안 입 안에서 코 뒤쪽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말합니다. 이 경로가 막히거나 후각 신경이 손상되면, 혀는 멀쩡해도 음식에서 아무런 풍미를 느끼지 못하는 무후각증(anosmia) 상태가 됩니다. 무후각증이란 냄새 유발 물질이 코 안에 실제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뇌가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독 후각에 타격을 주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바이러스가 비점막(nasal mucosa)을 손상시키면 냄새 입자가 후각 신경에 닿기도 전에 경로 자체가 망가집니다. 비점막이란 비강 내벽을 덮고 있는 점막 조직으로, 냄새 입자를 흡착해 후각 신경 세포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저도 코로나를 가볍게 앓고 지나갔지만, 이 구조를 알고 나니 "다행히 비점막이 크게 안 다쳤구나" 싶었습니다.

후각 장애의 두 가지 유형과 진단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후각이 안 된다고 다 같은 원인이 아니라, 의학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는 점입니다.

  • 전도성 장애(conductive olfactory disorder): 냄새 입자가 후각 신경까지 가는 길 자체가 물리적으로 막힌 경우입니다. 비염, 축농증(부비동염), 비용종(코 안에 생기는 물혹), 비중격 만곡증 등이 대표적인 원인입니다.
  • 감각 신경성 장애(sensorineural olfactory disorder): 냄새가 이동하는 통로는 열려 있지만 후각 신경 자체가 손상된 경우입니다. 바이러스 감염이나 머리 외상 이후에 주로 발생합니다.

전도성 장애는 상대적으로 치료 예후가 좋습니다. 약물로 점막 부기를 가라앉히거나 비용종을 제거하거나 휜 콧뼈를 교정하면 막혔던 통로가 다시 열리면서 후각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감각 신경성 장애는 신경 자체가 손상된 상태라 치료가 더 까다롭습니다. 병원에서는 비강 내시경, CT 검사, 후각 기능 검사를 통해 어느 쪽인지 정확하게 구분합니다.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건 초기 치료 시점입니다. 후각 장애는 증상 발생 후 3개월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회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저는 이 내용을 보고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방치인지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후각 재활 훈련,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신경은 한 번 죽으면 끝 아닌가요?"라는 질문에 저도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후각 신경은 우리 몸에서 거의 유일하게 스스로 재생되는 신경으로, 3~6개월 주기로 새로운 신경 세포가 생성됩니다. 이 재생 특성을 활용한 것이 바로 후각 재활 훈련(olfactory training)입니다.

후각 재활 훈련이란 다양한 향기를 반복적으로 흡입하면서 재생되는 신경이 뇌와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치료법입니다. 마치 운동선수가 부상 후 근육을 다시 쓰는 재활 과정과 구조가 비슷합니다. 실제로 훈련을 꾸준히 한 환자군이 그렇지 않은 환자군보다 후각 회복률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PubMed / NCBI).

훈련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종이컵에 솜을 넣고 향을 두세 방울 떨어뜨린 뒤, 15초 동안 천천히 들이마시고 15초 동안 휴식합니다. 이 과정을 서로 다른 향으로 반복하면 한 세트가 됩니다. 하루 두 번, 아침저녁으로 최소 12주 이상 지속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연구에서는 레몬, 장미, 정향, 유칼립투스 네 가지를 사용했지만, 본인이 기억하는 친숙한 향을 쓰는 것도 좋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뇌 과학에서 하향식 처리(top-down processing)라고 부르는 원리를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하향식 처리란 뇌가 기존에 저장된 기억을 이용해 감각 신호를 해석하고 신경 회로를 재구성하려는 과정입니다. 레몬향을 맡을 때 "냄새가 안 나도 레몬향이라는 걸 기억하며 상상하는 것"이 바로 이 원리를 실천하는 행동입니다.

다만, 훈련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과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회복된다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후각 장애의 원인과 손상 정도, 나이, 전신 건강 상태에 따라 회복 속도와 결과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훈련에만 의존하기보다 전문의 진료와 병행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결국 후각은 냄새를 맡는 기능 이상의 감각입니다. 맛을 완성하고 일상의 즐거움을 지탱하는 감각이기도 합니다. 냄새가 갑자기 안 느껴진다면 "좀 있으면 낫겠지"라고 기다리기보다, 3개월이라는 골든 타임을 기억하고 이비인후과를 먼저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원인이 확인되어야 훈련의 방향도 잡히고, 훈련의 효과도 제대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youtu.be/YeoGXXmvVBA?si=012D3RPPpkyt_bx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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