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외반증 진단을 받은 이후로 발끝에 찌릿한 통증이 잦았다. 처음엔 외출할 때만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집 안에서도 발바닥이 욱신거리고 걸을 때마다 부담이 느껴졌다. 병원에서는 통증이 반복되면 실내에서도 신발을 신어야 한다고 했지만, 맨발이 익숙한 나는 쉽게 실천할 수 없었다. 그러나 더는 버틸 수 없어 ‘실내화 신기’를 결심했고, 지금은 그 선택이 얼마나 현명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안다. 이 글은 무지외반증과 발바닥 통증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실내화 착용 루틴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경험담으로 풀어낸 이야기다.
발바닥 통증,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무지외반증은 단지 발가락 옆뼈가 튀어나온 문제로만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이 증상을 겪다 보면 단지 외형적인 변화보다 '통증'이 훨씬 더 괴롭다. 특히 오래 서 있거나 걷고 나면 발바닥 중앙부터 시작해 발가락 쪽으로 저릿한 통증이 올라오는데, 이는 체중이 발의 한 부분에만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전엔 외출할 때만 신발을 신으면 되니까 집에서는 발을 쉬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루 종일 맨발로 생활하거나 양말 정도만 신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집에서의 맨발 생활이 더 큰 문제를 낳았다. 딱딱한 마루 바닥에 오래 서 있거나 부엌일을 하다 보면 발바닥 전체에 눌리는 느낌이 심해졌고, 특히 아침에 일어나 첫발을 내디딜 때 통증이 심했다. 무심코 하루 10시간 이상 서 있는 시간이 쌓이면서 통증도 누적되었다. 정형외과에서는 "집 안에서도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실내화를 신으라"라고 권유했지만, 평생 맨발로 생활해 온 입장에서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결국 통증을 참지 못해 실내화를 신기로 결심하게 된다. 작은 변화였지만, 삶의 질이 달라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실내화 착용, 걷기 습관부터 달라지다
실내화는 단순히 ‘신발’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걷기 자세, 체중 분산, 심지어 하루의 피로감까지 바꿔놓는 도구였다. 처음 착용한 실내화는 두툼한 EVA 소재로 제작된 쿠션 슬리퍼였다. 겉보기에 평범해 보였지만, 막상 신어보니 발바닥을 감싸는 아치 지지대가 확연히 느껴졌고, 걸을 때마다 충격을 흡수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 이틀 착용해 보니 발바닥이 편안해지는 것이 체감됐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부엌으로 향할 때, 이전처럼 '욱신거림'이 없었다. 걸을 때 뒤꿈치부터 착지하고 발가락까지 자연스럽게 디딜 수 있게 되자 걷는 자세도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또한 실내화를 신기 전엔 무의식적으로 발 안쪽으로 체중을 실었는데, 실내화가 이를 교정해 주었다. 쿠션이 있는 바닥 위를 걷는 느낌이 들면서 발끝에 힘이 과도하게 실리지 않게 되었다. 덕분에 무지외반증 특유의 ‘휘는 발가락’ 압력도 줄어든 것이다. 습관은 금방 자리 잡았다. 이제는 외출 후 집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실내화를 신게 되고, 맨발로 있던 과거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의아해질 정도다. 무엇보다도 한 번도 병원 치료나 약을 쓰지 않고, 오직 실내화 착용만으로도 통증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은 이 습관이 가진 힘을 말해준다.
집 안 생활이 훨씬 더 편해졌다
실내화를 신기 전에는 하루 중 발을 쉬게 할 시간은 집 안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집 안이야말로 발에 가장 많은 압박이 가해지는 공간이었다. 특히 주방에서 요리를 하거나 청소기를 밀고, 세탁물을 널고 개는 등 생각보다 오래 서 있는 일이 많다. 실내화를 신기 시작한 이후, 이런 일상적인 움직임에서도 발이 덜 피로해졌다. 쿠션감이 발바닥을 받쳐주니 오래 서 있어도 통증이 심해지지 않았고, 장시간 부엌일을 마친 후에도 뒤꿈치 통증이 나타나지 않았다. 심리적으로도 ‘발이 보호받고 있다’는 안정감이 생겼다. 이는 단순한 편안함을 넘어서 일상생활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이전엔 통증이 두려워 가급적 움직임을 줄이려 했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싶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습관을 가족에게도 권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발바닥이 자주 아픈 어머니께 실내화를 권해드렸더니, 본인도 효과를 체감하셨고 지금은 두 켤레씩 돌려가며 신고 계신다. 실내화 하나로 집안 전체가 ‘발 건강’을 챙기게 된 것이다. 실내화 착용이라는 작은 행동 하나가 나의 일상과 움직임, 통증의 양상을 바꿨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더더욱 실내에서의 발 건강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무지외반증이나 족저근막염, 뒤꿈치 통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실내화를 생활화하는 것이 결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결론: 실내화 하나로 달라진 하루
무지외반증과 발바닥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실내화 착용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작고 간단한 변화지만, 효과는 분명하고 확실하다. 맨발로 생활하던 습관을 고치는 데 며칠 걸리지 않는다. 실내화를 신는 그 순간부터, 발이 받는 충격은 줄어들고 삶은 편안해진다. 지금 바로 집 안에서도 발을 보호해 보자. 당신의 하루가 훨씬 가벼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