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만 되면 어김없이 코가 막히고 목이 칼칼해지는 분들, 저만 그런 게 아니겠죠? 저는 며칠 전 결국 병원에서 수액까지 맞고 왔습니다. 감기몸살이 제대로 와버린 겁니다. 몸이 축 처져서 누워 있다 보니 그동안 건강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프고 나서야 면역력이라는 단어가 다르게 들리더군요.

환절기에 유독 아픈 이유, 면역력 탓이 맞을까
환절기에 감기가 잦은 사람은 면역력이 약한 것이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이번에 몸살을 겪고 나서 그 말이 정말 맞는 건지 찾아봤습니다.
환절기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일교차가 크고 미세먼지 농도도 높습니다. 우리 몸은 이런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체온 조절과 외부 유해 물질 방어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평소 면역 시스템이 탄탄한 사람은 이 과정을 큰 무리 없이 버텨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방어력이 무너지면서 감기나 몸살로 이어지는 겁니다.
여기서 면역(Immunity)이란 외부에서 침입하는 세균, 바이러스, 이물질로부터 몸을 지켜내는 생체 방어 시스템 전반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감기를 잘 안 걸리는 것만이 아니라 몸 전체의 방어력과 회복력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감기에 자주 걸린다고 해서 무조건 면역력이 낮다고 단정 짓는 건 조금 과한 해석일 수도 있습니다. 수면 부족, 스트레스, 특정 바이러스의 전파력 등 다른 원인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니까요. 면역력이 전부를 설명하지는 않는다는 점, 저는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고 싶었습니다.
참고로 국가가 임산부와 노약자에게 독감 예방접종을 무료로 지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임산부는 태아를 이물질로 인식하지 않도록 면역 반응이 억제된 상태가 되는데, 이로 인해 외부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도 함께 낮아집니다. 국가가 통계적으로 이를 확인하고 지원에 나설 만큼 면역 저하와 감염 취약성은 연결되어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장 건강이 면역력의 핵심인 이유
그렇다면 면역력을 실질적으로 높이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저도 처음에는 비타민 영양제부터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핵심이 아니었습니다.
면역력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장기는 바로 장입니다. 장은 전체 면역 기능의 약 70%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 상당수가 장점막에 분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 건강의 핵심은 장내 균 균형입니다. 장 속에는 유익균과 유해균이 공존하는데, 이 균형이 깨지면 면역 시스템도 흔들립니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와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입니다.
프로바이오틱스란 장 속에 직접 유익균을 공급하는 것을 말하며, 흔히 우리가 먹는 유산균 제품이 이에 해당합니다. 프리바이오틱스란 이미 장 속에 있는 유익균이 잘 자라고 활동할 수 있도록 먹이를 공급하는 개념입니다. 식이섬유와 올리고당이 대표적인 프리바이오틱스 성분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학자들이 강조하는 개념이 MAC(Microbiota Accessible Carbohydrates)입니다. MAC이란 소장에서 바로 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탄수화물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인 단순당과 달리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으면서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합니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식단에서 챙겨야 할 핵심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발효식품(김치, 요구르트 등) 또는 유산균 보충제
- 프리바이오틱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 올리고당이 포함된 식품
- 항산화 식품: 베리류, 토마토 등 안토시아닌·라이코펜이 풍부한 과일·채소
- MAC 함유 탄수화물: 정제되지 않은 통곡물, 뿌리채소류
영양제에 대해서도 한마디 드리자면, 제가 직접 여러 번 영양제에 의존해 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먹는 동안은 뭔가 챙기는 것 같아 안심이 되지만 기본 식습관이 엉망인 상태에서는 큰 차이를 못 느꼈습니다. 영양제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지, 식사와 수면을 대체하지는 못합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면역력 생활습관
그러면 실제로 어떻게 생활을 바꿔야 할까요? 거창한 계획보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운동의 경우, 과한 운동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격렬한 운동을 과도하게 하면 체내에 젖산(Lactic acid)이 쌓입니다. 젖산이란 근육이 산소 없이 에너지를 생성할 때 발생하는 대사 부산물로, 피로 물질이 과하게 쌓이면 몸의 회복에 부담이 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헬스장에서 강하게 운동한 다음 날 오히려 더 피곤하고 면역이 떨어진 느낌이 든 적이 여러 번 있었거든요.
강도 높은 운동보다 5~10분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걷기를 매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효과적입니다. 평생 지속할 수 있는 운동을 지금 찾는 것, 그게 핵심입니다.
식재료 측면에서는 제철 뿌리채소를 주목할 만합니다. 연근, 토란, 우엉 같은 뿌리채소는 환절기와 겨울철에 영양이 가장 풍부합니다. 뿌리채소에는 피토케미칼(Phytochemical)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피토케미칼이란 식물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천연 생리 활성 물질로, 항산화·항염 작용을 하며 인체의 면역 기능을 간접적으로 돕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멸치 육수에 연근과 토란, 우엉을 넣고 들깨가루로 마무리한 뿌리채소 탕은 생각보다 훨씬 맛있고 속도 편했습니다. 복잡한 조리법도 아니고 재료도 부담이 없어서 요즘 자주 끓이고 있습니다.
결국 면역력을 키우는 방법은 특별한 비법이 아닙니다. 잘 자고, 제철 음식 먹고,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것. 어릴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그 말이 맞습니다. 이번에 몸살을 제대로 겪고 나서야 그 당연한 말의 무게가 실감 났습니다. 오늘 아픈 김에, 내 생활에서 면역력을 갉아먹고 있는 습관 하나씩 찾아서 바꿔보시길 권합니다. 늦은 때는 없습니다. 지금이 가장 빠른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