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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은 과연 좋을까? (뇌 작업, 작업 전환, 집중력 저하)

by oboemoon 2026. 5. 19.

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게 능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할수록 더 빠르고 유능한 사람이 되는 줄 알았으니까요. 그런데 하루 종일 바빴는데 정작 끝낸 게 없는 날이 반복되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멀티태스킹은 좋지 않다?
멀티테스킹을 영어로 써 놓은 종이

뇌는 동시에 두 가지를 처리하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멀티태스킹을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하시는데, 뇌과학적으로 보면 인간의 뇌는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우리 뇌에는 약 1천억 개의 뉴런(neuron)이 있고, 이것이 약 100조 개의 시냅스(synapse)를 이루며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여기서 시냅스란 뉴런과 뉴런 사이의 연결 지점으로, 정보가 전달되는 통로를 말합니다.

이 네트워크는 A 작업에 절반, B 작업에 절반을 나눠 쓰는 구조가 아닙니다. 전체가 하나의 작업에 집중했다가, 다음 작업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우리가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작업 전환(task switching), 즉 두 가지 일 사이를 매우 빠르게 왔다 갔다 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작업 전환이란 하나의 과제를 완료하기 전에 다른 과제로 뇌의 주의를 돌리는 행위를 뜻합니다.

제가 글 쓸 때 이걸 가장 많이 느꼈습니다. 한 문장을 쓰다가 카톡을 확인하고, 다시 돌아와서 이어 쓰다가 유튜브 알림을 누르고… 계속 이런 식이었으니까요.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잊어버리는 순간이 많았고, 생각의 흐름이 자꾸 끊겼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집중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뇌가 계속 초기화와 재설정을 반복하고 있었던 겁니다.

뇌과학 저술가 존 메디나 박사는 저서 《브레인 룰스(Brain Rules)》에서 두 가지 작업을 번갈아 처리할 경우 실수가 50% 증가하고, 소요 시간 역시 최소 50% 늘어난다고 밝혔습니다(출처: Brain Rules 공식 사이트). 제 경험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수치였습니다.

집중력이 분산될 때 생기는 일들

멀티태스킹이 단순히 속도를 늦추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국 런던대학교(University of London) 연구에 따르면, 주의력을 요하는 작업을 두 가지 이상 동시에 수행할 경우 IQ 지수가 최대 10점까지 하락하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여기서 IQ(Intelligence Quotient)란 인지 능력을 수치화한 지표로, 이 연구에서는 인지 자원(cognitive resource)이 분산될 때 실제 사고 능력이 저하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출처: BBC News). 여기서 인지 자원이란 뇌가 사고, 판단, 기억 등에 사용하는 처리 용량을 말합니다.

멀티태스킹을 많이 한 날에는 이상하게 몸보다 머리가 더 피곤했습니다. 집중은 제대로 못 했는데 에너지는 다 써버린 느낌이랄까요. 이게 왜 그런지는 나중에야 이해했습니다. 뇌가 작업 전환을 반복할 때마다 인지 자원을 소모하고, 그 과정에서 정보를 놓치면 추측으로 빈칸을 채우려 하기 때문입니다. 말하지 않은 것을 들었다고 착각하거나, 이메일 내용을 잘못 이해하는 실수가 잦아지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러니까 멀티태스킹의 문제는 단순히 속도가 느려지는 것만이 아닙니다. 집중력이 분산될 때 나타나는 주요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작업 전환마다 뇌의 재설정 비용(switching cost)이 발생해 전체 효율이 떨어집니다
  • 놓친 정보를 추측으로 채우면서 오해와 실수가 늘어납니다
  • 피로감은 크지만 실제 완료된 작업은 적어 심리적 소진이 가속됩니다

멀티태스킹을 즐겨하던 분들 중에 "나는 멀티태스킹에 강하다"라고 자부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나는 멀티가 안 된다"며 위축되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양쪽 모두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멀티태스킹 자체가 인간 뇌의 구조에 맞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에,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효율적인 방법이 아닌 겁니다.

싱글태스킹이 답인가, 아니면 균형인가

멀티태스킹의 폐해를 알게 된 뒤로 저는 싱글태스킹(single-tasking)을 의식적으로 시도해 봤습니다. 싱글태스킹이란 하나의 작업에만 집중하고 다른 자극을 차단한 채 그 작업을 완료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처음에는 휴대폰을 다른 방에 두고 작업해 봤는데, 처음 20분은 솔직히 너무 불안했습니다. 뭔가 놓치는 것 같고, 답장을 못 보내는 게 이상하게 신경 쓰였습니다. 그런데 그 불안이 가라앉고 나니까 머리가 훨씬 맑아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한 가지 생각을 오래 붙잡고 있으니 아이디어가 더 깊게 들어가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멀티태스킹을 완전히 나쁜 것으로만 보는 시각에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완전한 싱글태스킹이 불가능한 상황도 많고, 작업의 성격에 따라 병행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단순 반복 업무를 처리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과, 깊은 사고가 필요한 기획서를 쓰면서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실제로 써보니 몰입이 필요한 작업과 그렇지 않은 작업을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또한 한동안 몰입을 강박적으로 추구하다가 오히려 더 지쳤던 경험도 있습니다. 집중이 안 되는 날에도 억지로 차단하고 앉아 있으려 하니까 자기혐오만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멀티태스킹을 완전히 없애자"보다는 "어떤 일은 깊게, 어떤 일은 가볍게"라는 기준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답장은 답장 시간에 몰아서 처리하고, 글을 쓸 때는 인터넷과 알림을 꺼둡니다. 예전에는 그게 답답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렇게 해야 오히려 일이 빨리 끝난다는 걸 몸으로 압니다.

결국 중요한 건 멀티태스킹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잘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고 그에 맞게 작업을 설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것 하나만 제대로 끝내자"는 태도가 생산성뿐만 아니라 하루의 질 자체를 바꿔준다는 걸,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제대로 믿게 되었습니다.

 

참고: https://youtu.be/O9KtkkRysWM?si=y3MX-GcblSOy04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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