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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복섬 상어잡이 (생계현장, 환경논란, 노동구조)

by oboemoon 2026. 3. 5.

상어 지느러미가 수출용 고급 식재료라는 건 아시나요? 저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롬복섬 어부들이 일주일간 바다에서 맨손으로 300m 낚싯줄을 끌어올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그 이면의 노동 강도를 실감했습니다. 레이더 하나 없는 작은 배로 바다에 나가 목숨을 걸고 상어를 잡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단순히 환경 파괴나 생계유지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없는 복잡한 현실이 보입니다.

레이더 없이 감각만으로 항해하는 일주일

롬복섬 어부들의 상어잡이는 일주일 단위로 진행됩니다. 세 명이 작은 배에 올라 커다란 얼음덩어리와 식량, 조업 도구를 싣고 출항하는데, 배에는 현대적인 레이더나 GPS 장비가 없습니다. 40년 경력의 선장 이스마엘 씨 같은 베테랑이 파도와 바람, 물길을 읽어가며 상어가 있는 지점까지 다섯 시간을 항해합니다.

출항 직후에는 상어 미끼로 쓸 물고기부터 잡아야 합니다. 낚싯대 없이 가느다란 낚싯줄만 사용하는데, 줄이 워낙 질겨서 손을 다치기 쉽습니다. 발목에 줄을 감아 끌어올리는 방식이라 자칫하면 바다로 끌려갈 위험도 있습니다. 30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 잡은 생선은 얼음에 보관하고, 상어 포인트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됩니다.

미끼를 토막 내 피를 낚싯줄에 묻히고, 여러 개의 바늘을 단 300m 길이의 주낙을 바다에 내립니다. 상어는 후각이 예민해서 물속의 작은 피 냄새도 감지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이 방식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 기법입니다. 부표를 띄우고 다음 날을 기다리는 동안, 세 명은 좁은 배에서 밤을 보냅니다.

맨손으로 끌어올리는 300m 낚싯줄의 무게

새벽이 되면 부표를 찾아 줄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저는 이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손바닥이 저렸는데, 실제로 맨손으로 300m 낚싯줄을 당기는 건 엄청난 고통을 동반합니다. 빈 바늘이 계속 나올 때마다 실망이 스치고, 팽팽해진 줄을 느낄 때마다 긴장이 몰려옵니다.

물속에서 버티는 상어를 힘겹게 끌어올리면 돔발상어 같은 개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크기가 작아도 지느러미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데, 지느러미는 수출용으로 높은 가격을 받기 때문입니다. 하루 조업으로 몇 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운에 달렸습니다. 수확이 적어도 어부들은 크게 불평하지 않습니다. 바다는 노력만으로 결과가 나오는 곳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체득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조업 중에는 예기치 못한 사고도 발생합니다. 낚싯바늘이 옷에 걸려 바다로 끌려갈 뻔한 순간도 있고, 이미 죽은 상어라도 날카로운 이빨 때문에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일주일간 좁은 배에서 생활하며 반복되는 조업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소진이 큽니다.

항구로 돌아온 뒤의 분주한 경매 풍경

일주일 뒤 항구로 돌아오면 배가 들어오기 전부터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상어를 나르는 전문 인부들은 항구에서 경매장까지 50kg이 넘는 상어를 어깨에 메고 옮깁니다. 하루에 수십 번 반복되는 일이라 어깨에는 굳은살이 박여 있습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바닷물을 이용해 운반하기도 하는데, 100kg이 넘는 큰 개체는 두 명이 함께 옮깁니다.

여성들은 물속으로 뛰어들어 생선을 받아 머리에 바구니를 이고 나릅니다. 종일 바닷물에 젖어 피부병을 앓는 경우도 많지만, 생계를 위해 일을 멈출 수 없습니다. 상어는 곧바로 경매에 부쳐지고, 상인들은 상태를 꼼꼼히 살핀 뒤 값을 매깁니다.

경매가 끝나면 상어는 용도별로 나뉩니다. 지느러미는 주로 해외로 수출되고, 고기와 뼈는 지역에서 소비됩니다. 일부는 공장에서 해체되어 말리는 과정을 거치고, 일부는 꼬치로 구워져 시장에 나옵니다. 제가 흥미롭게 본 건, 이 과정이 매우 체계적으로 분업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상어 한 마리가 항구에 도착한 뒤 소비자에게 닿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칩니다.

환경 논란과 생계 사이의 균형점

롬복섬 어부들의 상어잡이를 바라보면서, 저는 환경 보호와 생계 유지 사이의 갈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상어 지느러미 산업은 국제적으로 논란이 많습니다. 많은 상어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해양 생태계에서 상어가 사라지면 먹이사슬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조업하는 어부들에게 "상어를 잡지 말라"고 말하는 건 그들의 생존권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롬복섬 어부들에게 상어잡이는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전통이자, 가족을 먹여 살리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일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따뜻한 식사를 나누고, 이튿날 다시 바다로 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단순히 "환경 파괴자"로 규정할 수 없는 복잡한 현실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가 어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대안 산업이나 지속 가능한 어업 방식에 대한 지원 없이 조업 금지만 요구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환경 보호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계를 잃는 사람들을 위한 전환 방안이 함께 논의되어야 합니다.

롬복섬 상어잡이 현장은 우리가 소비하는 음식 뒤에 숨겨진 고된 노동과, 환경 문제가 단순히 선악으로 나눌 수 없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보여줍니다. 레이더 하나 없이 바다로 나가는 어부들의 용기를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해양 생태계를 지킬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이 균형을 찾는 일은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제입니다.

 

참고: https://youtu.be/65IxU1Nf38A?si=PNacuG02HfOKmC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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