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엔 그냥 피곤한 거겠지 했습니다. 목이 좀 칼칼하고 몸이 무거운 정도라 하루 이틀 쉬면 낫겠다 싶었는데, 막상 아파보니 평소 감기와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결국 병원에서 링거까지 맞고 왔는데도 며칠은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습니다. 마침 그즈음 독감과 코로나가 동시에 유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남의 이야기처럼 흘려듣기가 어려웠습니다.

예년보다 두 달 빠른 조기유행, 지금 상황이 심상찮은 이유
올해 인플루엔자(독감)는 예년보다 약 두 달 일찍 유행이 시작됐습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표본 감시 결과를 보면, 외래 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비율이 25.3명으로 이번 절기 유행 기준인 12.9명의 두 배를 훌쩍 넘은 상태입니다. 4주 전과 비교하면 세 배,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네 배 가까이 높은 수준입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은 이에 따라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유행주의보란 독감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는 공식 신호입니다. 쉽게 말해 "이제부터는 감기 증상이 있으면 독감을 먼저 의심하고, 고위험군은 빨리 진료를 받으라"는 사회적 경고입니다.
특히 이번 유행에서 주목할 점은 7세~12세 어린이 연령층에서 1,000명당 75.1명이라는 압도적으로 높은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은 비말 전파에 취약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개인 위생 준수율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독감 유행의 진원지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연령대에서 시작된 유행이 청소년, 성인, 고령층으로 번져나가는 것이 인플루엔자의 전형적인 유행학적 특성이기도 합니다.
현재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바이러스는 A형 인플루엔자 H1N1형으로, 2009년 신종플루로 불렸던 바이러스와 같은 계통입니다. A형 인플루엔자는 B형보다 변이가 잦고 전파력이 강한 편인데, 현재 유행의 99%가 A형인 상황입니다. 여기에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바이러스의 활성도를 높이는 계절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유행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여기에 코로나19까지 동시 상승 국면에 있다는 점입니다. 입원 환자만 집계하는 현행 감시 체계 기준으로도, 4주 전 15~20명 수준이었던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최근 193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이처럼 독감과 코로나가 같은 시기에 동시 유행하는 상황을 트윈데믹(twindemic)이라고 합니다. 트윈데믹이란 두 가지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면서 의료 자원과 시스템에 복합적인 부담을 주는 현상을 뜻합니다. 진료 현장에서 두 질환을 감별 진단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중복 감염 시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도 높아집니다.
지금 유행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인플루엔자 유행 기준(1,000명당 12.9명)의 두 배 초과
- 4주 만에 독감 환자 약 3배 증가,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 수준
- 코로나19 입원 환자도 4주 사이 약 10배 증가
- 7~12세 어린이 발생률이 전체 평균의 약 3배
백신 공백기에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것들, 그리고 항바이러스제
제가 직접 아파보고 나서야 깨달은 게 있습니다. 건강할 때는 손 씻기나 마스크가 귀찮고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데, 막상 며칠을 누워 지내고 나면 왜 이런 걸 진작 챙기지 않았나 싶어집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본 예방수칙이 이렇게 실감 나게 중요해질 줄은 아프기 전엔 몰랐습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예방접종 공백기가 생각보다 길다는 점입니다. 65세 이상 고령층 대상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은 10월 12일에야 시작됩니다. 그런데 백신을 맞더라도 항체 형성 기간이 2~3주 걸리기 때문에, 실질적인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점까지는 유행 시작으로부터 약 두 달의 공백기가 발생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고령자나 만성 질환자처럼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분들이 가장 오래 무방비 상태에 놓이는 셈입니다.
이 기간에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개인 위생 관리입니다. 손씻기, 마스크 착용, 기침 예절, 이 세 가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인플루엔자나 코로나19 모두 비말 전파가 주요 경로이기 때문에, KF94 같은 고성능 마스크가 아닌 일반 마스크만으로도 감염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두 가지 감염병을 동시에 차단하는 데도 같은 예방 행동이 유효합니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독감은 일반 감기와 달리 갑작스러운 고열(38~39도 이상)과 극심한 근육통, 두통이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감기는 '아, 감기 기운이 오네' 싶으면서 서서히 진행되는데, 독감은 어제 저녁까지는 멀쩡했는데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이미 몸이 완전히 망가진 느낌이 납니다.
증상이 심하다 싶으면 빨리 의원을 방문해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속항원검사란 검체에서 바이러스 단백질을 검출하는 방식으로, 수십 분 안에 독감과 코로나 여부를 감별할 수 있는 검사 방법입니다. 진단이 확인되면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받아 증상 발생 후 24시간 이내, 늦어도 48시간 이내에 복용을 시작하는 것이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는 데 효과적입니다.
항바이러스제로는 경구용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가 대표적이며, 하루 두 번씩 5일 복용합니다. 최근에는 주사형 항바이러스제도 사용되는데, 한 번 투여로 치료를 마칠 수 있어 편리하지만 주사라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치료 결과의 차이는 크지 않으므로 의사와 상담해 본인 상황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됩니다.
방송에서 트윈데믹이라는 표현을 쓰며 위기감을 강조하는 걸 보면,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분들도 생길 것 같습니다. 물론 고위험군에게는 실제로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공황 상태로 반응하기보다 몸 상태를 잘 관찰하고, 심한 증상이 오면 빨리 병원에 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건강은 아프기 전에 챙기는 것이 훨씬 낫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조금 귀찮더라도 외출 후 손 씻기를 습관화하고, 사람이 많은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지금 시기에는 가장 확실한 자기 보호입니다. 예방접종이 시작되면 독감과 코로나 백신을 동시에 맞는 것도 권장되니, 접종 일정이 나오는 대로 미루지 않고 맞으시기를 권합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는 그냥 넘기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