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제로 음료가 건강한 선택이라고 꽤 오래 믿었습니다. 칼로리가 없으니 살도 덜 찌고, 혈당도 덜 오르니 일반 탄산음료보다 낫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대체당이 장내 세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접하면서 그 확신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칼로리 0이라는 숫자가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칼로리 없는 분자, 장내 미생물에게는 낯선 침입자
대체당이 칼로리가 없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우리 몸의 소화 효소가 그 분자를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소화 효소란 음식 속 영양소를 분해해 에너지로 바꾸는 단백질 촉매를 말합니다. 포도당이나 과당 같은 자연 당류는 수백만 년의 진화 과정에서 효소와 딱 맞는 구조로 자리 잡았지만, 아스파탐이나 수크랄로스 같은 합성 감미료는 효소가 인식하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화학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분해되지 않은 채로 소장과 대장까지 내려가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등장합니다. 바로 장내 미생물군(Gut Microbiota)입니다. 장내 미생물군이란 우리 대장에 서식하는 수백 종, 수십 조 개의 세균 집합체를 의미하는데, 면역, 대사, 심지어 기분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미생물들은 수백만 년 동안 자연식품과 함께 공진화해 왔습니다. 그런데 합성 감미료는 인류 역사에서 고작 수십 년 전에 등장한 물질입니다. 우리 장내 세균 입장에서는 처음 마주하는 낯선 분자인 셈이죠.
에리스리톨을 예로 들면, 이 성분은 체내에서 흡수는 되지만 에너지 대사에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90% 이상이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해한 건 아닙니다. 흡수되기 전, 대장을 지나는 과정에서 장내 세균과 접촉하게 되고, 그 반응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대체당 종류별로 장내 세균에 미치는 영향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사카린·수크랄로스: 장내 세균 조성 변화 가능성이 크고, 포도당 불내성과의 연관성이 반복적으로 보고됨
- 아스파탐: 장내 세균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 근거가 상대적으로 적으나, 다른 부작용 논란이 존재
- 스테비아·에리스리톨: 천연 유래이지만 일부 균종에 선택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음
대체당이 모두 동일하지 않다는 점, 이 한 줄이 이 주제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2014년 연구가 바꾼 시각, 그리고 제 선택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연구는 2014년 이스라엘의 에란 엘리나브 박사팀이 발표한 것입니다. 사카린과 수크랄로스를 먹인 생쥐에서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장내 세균 조성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결과였습니다. 더 놀라운 건 그 생쥐의 대변을 무균 생쥐에게 이식했더니, 이식받은 생쥐에서도 포도당 불내성이 나타났다는 사실입니다. 포도당 불내성이란 혈액 속 포도당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대체당 자체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변한 장내 세균이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출처: Nature).
2022년에 같은 연구팀이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 후속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2주간 사카린과 수크랄로스를 섭취한 그룹에서 장내 세균 조성이 바뀌었고, 일부에서는 혈당 조절 능력이 실제로 저하되는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다만 모든 참가자에게서 동일하게 나타난 건 아니었습니다. 사람마다 기존 장내 세균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반응도 달랐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장내 세균 다양성(Microbiome Diversity), 즉 장 속에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세균이 균형 있게 살고 있는지가 대체당에 대한 반응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감미료 안전성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를 이어가고 있으며, 섭취 허용 기준을 관리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저는 이 연구들을 접한 뒤로 제로 음료를 '안전하다'고 전제하고 자주 마시던 습관을 바꿨습니다. 그렇다고 일반 탄산음료로 전면 교체한 건 아닙니다. 제 선택은 어떤 감미료가 덜 나쁜지를 따지는 것보다, 탄산음료 자체를 마시는 횟수를 줄이는 방향이었습니다. 실제로 빈도를 줄이고 나니 단맛에 대한 의존도 자체가 낮아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이건 제 경험상 이건 꽤 확실하게 느껴지는 변화였습니다.
대체당보다 중요한 건 단맛의 총량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덧붙이자면, 대체당 관련 연구 중 상당수가 동물 실험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생쥐와 사람은 장내 세균 구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동물 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현재 단계에서 '대체당이 확실히 나쁘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연구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그 점에서 저는 대체당을 무조건 위험한 물질로 보는 것보다, 불확실성이 있는 성분으로 보고 섭취 빈도를 관리하는 태도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어떤 감미료를 고를지보다 더 중요한 건 단맛에 얼마나 자주 노출되느냐입니다. 혀와 뇌가 반복적으로 강한 단맛에 익숙해지면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이 과정이 식습관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저도 앞으로는 제로냐 일반이냐를 고민하기보다, 단맛의 총량을 줄여가는 방향으로 가볍게 실천해 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