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혈당 관리가 당뇨 환자만 신경 쓰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과일을 잔뜩 먹고 나서 몸이 무겁고 피곤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혈당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혈당 문제는 생각보다 우리 일상과 훨씬 가까이 있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뭔지 알고 나면, 살찌는 이유가 달리 보입니다
혈당 이야기를 하면서 빠질 수 없는 개념이 바로 인슐린 저항성입니다. 여기서 인슐린 저항성이란 세포가 인슐린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 몸에서 혈당을 낮추라는 신호를 보내도 세포가 그 신호를 무시해 버리는 상황입니다. 그 결과 혈당은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몸은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려고 애씁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살이 찌고, 살이 찌면 인슐린 저항성이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제가 이 설명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조금 무서웠습니다. 단순히 혈당 수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비만, 고혈압, 이상지질혈증까지 줄줄이 연결되는 구조라는 점이 충격이었습니다. 여기서 이상지질혈증이란 혈액 속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상태를 말하며, 심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입니다. 이런 상태들이 한꺼번에 동반되는 경우를 대사증후군이라고 부르는데, 대사증후군이란 인슐린 저항성을 중심으로 복부 비만, 고혈당,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중 세 가지 이상이 함께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실제로 국내 당뇨병 환자 50% 이상이 복부 비만을 동반하고 있으며, 이런 경우 만성질환이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저는 그동안 복부 비만을 그냥 보기 싫은 문제 정도로만 여겼는데, 실제로는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걸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한 가지 더 인상 깊었던 점은 인슐린 저항성이 단순히 식습관 때문만은 아니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유전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는 설명이 있었는데, 그 말을 들으면서 제1형 당뇨로 어릴 때부터 살아온 환자의 이야기가 겹쳐 보였습니다. "네가 단 거 많이 먹어서 당뇨 걸린 것"이라는 주변의 편견을 들으며 자란 그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당뇨는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음식 조절,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혈당 관리에서 가장 어렵다고 꼽히는 게 결국 음식 조절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밥이나 빵을 좋아하는 편이라 탄수화물을 줄이는 게 쉽지 않은데, 영상 속 환자분들이 가장 힘든 것으로 꼽은 것도 동일했습니다.
그중에서 저를 가장 놀라게 한 부분은 과일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식사 후 과일을 습관처럼 먹어왔는데, 무조건 건강에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과일은 당도가 굉장히 높아져 있고, 과당 함량이 많아 혈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적잖이 충격받았습니다. 여기서 과당이란 과일이나 꿀 등에 많이 들어있는 단순당의 한 종류로, 체내에서 빠르게 흡수되어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중성지방 합성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당뇨 환자에게 권장되는 하루 과일 섭취량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과: 중간 크기 1/2개
- 배: 중간 크기 1/4개
- 포도: 한 줌(약 15알 내외)
- 오렌지: 1/2개
- 수박: 중간 크기 한 조각
하루에 한 종류, 자기 주먹 크기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제 경험상 이 양이 얼마나 적은지 직접 눈으로 보면 좀 막막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과일을 먹은 날과 먹지 않은 날의 혈당 수치 차이가 꽤 크다는 실제 사례를 접하고 나서는, 그냥 건강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양을 무시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습니다.
또 하나 새로 알게 된 것이 있는데, 감자, 고구마, 옥수수, 떡 같은 음식들입니다. 저는 이런 음식들을 건강 간식 정도로 여기고 자주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 음식들은 당질 함량이 높아 혈당을 올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당질이란 탄수화물 중에서 식이섬유를 제외한 나머지 성분으로, 소화 후 포도당으로 전환되어 혈당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특히 단순당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반면, 복합당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올립니다. 하지만 복합당도 가루 형태로 가공하면 흡수 속도가 빨라져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커집니다. 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떡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당화혈색소(HbA1c)라는 수치도 중요합니다.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 동안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로, 6.5% 이하를 유지하는 것이 당뇨 관리의 핵심 목표입니다. 단기 혈당 수치는 그날 먹은 것에 따라 달라지지만, 당화혈색소는 꾸준한 생활습관의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국내 당뇨 관리 지침에서도 당화혈색소 조절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음식 조절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운동입니다.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주 3일 이상 꾸준히 하고, 30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해보니 이 '30분마다 일어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앉아서 일하다 보면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덜 먹고 더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걸 지속하는 방법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더 먹게 되는 패턴, 바쁜 일상에서 운동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 이런 심리적·환경적 어려움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이 함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뇨 관리는 특정 음식 하나를 끊는 방식보다 전체적인 생활습관을 바꾸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일을 끊는 게 아니라 양을 조절하고, 탄수화물을 무조건 피하는 게 아니라 어떤 형태로 먹는지를 살피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짧게 치고 빠지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마라톤처럼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도 오늘부터 식사 후 과일 양부터 한 번 줄여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