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가 있는 성인은 전체 인구의 약 2~3%로 추정되지만, 실제로는 훨씬 많은 사람이 비슷한 증상을 겪으면서도 스스로 공황장애라고 단정하거나 반대로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저도 한때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답답해지는 경험을 하면서 인터넷을 뒤졌던 기억이 있는데, 정보가 많을수록 오히려 판단이 흐려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공황발작, 공황장애와 같은 말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공황발작(Panic Attack)과 공황장애(Panic Disorder)를 같은 개념으로 혼동하는데, 이 둘은 엄연히 다릅니다. 공황발작이란 극심한 공포감이나 불안감이 갑작스럽게 치솟다가 수분 안에 저절로 사라지는 삽화(episode)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발작 자체는 하나의 증상이고, 공황장애는 이 발작이 반복되고 일상을 무너뜨릴 때 붙는 진단명입니다.
공황발작이 있을 때 나타나는 신체 증상은 13가지 기준 가운데 4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발작으로 봅니다. 어지럼증, 호흡곤란, 심계항진(가슴이 두근두근 빠르게 뛰는 증상), 흉통, 오한이나 열감, 손발의 감각 이상, 이인증(離人症, 자신의 몸이 낯설게 느껴지거나 자신과 분리된 것 같은 감각), 비현실감 등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이인증이란 자신이 자신의 몸 밖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 혹은 주변이 실재하지 않는 것 같은 기묘한 감각을 말합니다. 처음 이 증상을 접했을 때는 굉장히 낯선 이름이었는데, 막상 설명을 읽어보니 스트레스가 심할 때 잠깐 그런 감각을 느꼈던 것 같아 적잖이 놀랐습니다.
이런 신체 반응이 나타나는 이유는 교감신경계(Sympathetic Nervous System)의 과활성화 때문입니다. 여기서 교감신경계란 위협 상황에서 심박수를 높이고 근육에 혈액을 집중시키는 일명 '싸우거나 도망가기(Fight-or-Flight)' 반응을 담당하는 자율신경 계통입니다. 문제는 실제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도 이 반응이 갑자기 켜진다는 점이고, 그게 바로 공황발작의 본질입니다.
증상이 비슷해도 진단이 다른 이유
공황발작이 한두 번 왔다고 해서 모두 공황장애 진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공황장애로 진단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추가로 충족되어야 합니다.
- 예기불안(Anticipatory Anxiety): 발작이 또 올까 봐 한 달 이상 지속적으로 걱정하는 상태. 여기서 예기불안이란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 전부터 그것을 두려워하며 불안이 지속되는 것을 말합니다.
- 회피 행동(Avoidance Behavior): 발작이 왔던 상황이나 장소를 의도적으로 피하게 되는 행동 변화.
저도 당시를 돌이켜보면 피곤하거나 업무 압박이 클 때만 일시적으로 가슴이 답답했고, 그 이후 특정 장소를 피하거나 재발을 걱정하며 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 공황장애는 아니었던 셈인데, 이걸 당시에 명확하게 알았다면 인터넷 검색으로 혼자 끙끙대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공황발작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다른 진단인 경우도 꽤 있습니다.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가 대표적인데, 이 경우 이유 없이 하루 종일 불안이 지속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범불안장애란 특정 대상 없이 일상의 여러 영역에 걸쳐 6개월 이상 과도한 걱정이 지속되는 불안 장애를 말합니다. 공황발작은 절대 하루 종일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 두 상태를 구분하는 핵심입니다.
광장공포증(Agoraphobia) 역시 헷갈리기 쉽습니다. 공황장애 환자의 절반 이상이 광장공포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여기서 광장공포증이란 빠져나오기 어렵거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심한 공포를 느끼는 상태로, 버스나 지하철, 비행기 등 대중교통을 못 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황장애 없이 광장공포증만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부정맥, 갑상선 기능 항진증처럼 신체 질환이 불안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고, 식욕억제제나 카페인 같은 중추신경계 각성 물질이 공황 유사 증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라면 공황장애 치료보다 원인 질환을 먼저 다루는 것이 맞습니다. 공황장애 진단을 고려하기 전에 신체 검진을 먼저 받아야 한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 맥락에서 나오는 것입니다(출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언제 병원에 가야 할까, 그 기준을 직접 생각해 봤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증상이 심한 사람만 병원에 가면 된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반대인 경우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야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공황발작 중 의식을 잃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이는 공황장애가 아니라 뇌전증(간질) 같은 신경계 질환일 수 있어 반드시 신경과적 평가가 필요합니다. 공황발작에서는 의식 소실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한 감별 포인트입니다.
진료 타이밍을 놓치는 게 아깝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첫 공황발작 직후 초기에 진료를 받으면 회복이 훨씬 빠르다는 임상 경험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공황발작은 한 번만 경험해도 뇌에 강한 공포 기억으로 남아 재발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한두 번 겪었다고 해서 넘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정리하면 다음 상황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
- 예기치 못한 공황발작이 두 번 이상 있었고, 이후 예기불안이나 회피 행동이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
- 공황 증상과 함께 의식을 잃거나 기억이 끊기는 경험이 있는 경우
- 기존에 진단받은 신체 질환(부정맥, 갑상선 질환 등)이 있는 상태에서 공황 유사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 특정 상황이나 장소를 반복적으로 피하게 되면서 일상생활이 제한되는 경우
국내 정신건강 서비스 현황을 보면, 정신건강 문제로 실제 전문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여전히 낮은 편입니다.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 중 실제로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12.1%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실태조사).
'가짜 공황장애'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고 봅니다. 공황장애 진단 기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범불안장애나 광장공포증, 신체 질환으로 인한 불안은 당사자에게 충분히 괴로운 경험입니다. 그 고통이 가볍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확한 진단명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이런 명확한 구분 없이는 정작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자신의 증상을 과소평가하고 병원 방문을 미룰 수도 있다는 반론도 충분히 수긍이 됩니다.
결국 인터넷 정보로 내 상태를 확정 짓는 것은, 어느 방향이든 위험할 수 있습니다. 불안감이 반복되거나 일상에 지장을 준다면, 그 원인이 공황장애든 아니든 전문가에게 직접 확인받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