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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서 자라는 미꾸라지 (친환경 양식, 토종 미꾸라지, 추어탕)

by oboemoon 2026. 2. 17.

물고기를 키우기 위해 풀을 기른다는 역설적인 양식 방식이 있습니다. 너른 들판 한가운데 자리한 논에서는 농약 없이 자란 잡초 사이로 미꾸라지가 숨어 자랍니다. 이곳에서는 뱀과 개구리가 함께 살아가며, 양식장이 아닌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단순한 생산이 아닌 자연과의 공존을 선택한 양식장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식탁 위 한 그릇 추어탕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살펴봅니다.

 

친환경 양식, 농약 대신 손으로 키우는 미꾸라지

 

약 6,000m²의 논에서 매년 봄마다 시작되는 주요 업무는 다름 아닌 제초 작업입니다. 잡초를 말끔히 치우는 것이 미꾸라지 양식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업자는 "풀을 갖다가 채워줘야 돼요. 그래야지 고기가 나오죠. 이 풀이 많으면은 고기 나오기 힘들잖아요"라고 설명합니다. 논바닥에 몸을 숨기고 미생물을 먹으며 자라는 미꾸라지를 키우기 위해선 풀이 잘 자랄 수 있는 논을 가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양식장의 특별함은 여기서 드러납니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농약을 안 쳐서 그래요. 여기 농약만 치면은 이 풀이 안 나는데 농약은 처음부터 이 저 미꾸라지가 죽잖아요. 그러니까 심는 거죠. 무농약이에요." 농약을 쓰지 않는 선택은 미꾸라지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지만, 그만큼 사람의 노동은 배가됩니다. 짧게는 3일에서 닷새까지 이어지는 고강도 제초 작업이 봄부터 가을까지 끝없이 반복됩니다.

이러한 친환경 방식은 단순히 미꾸라지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농약을 쓰지 않다 보니 논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생명체의 서식지가 됩니다. 뱀과 개구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곳은 그야말로 작은 생태계입니다. 작업자는 "친환경이 돼서 농약을 못 주잖아요. 걔가 뱀도 많고 네, 개구리도 많고 그래요"라고 말합니다. 물고기를 키우기 위해 풀을 기른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른 생명들도 함께 살아가게 한다는 것은 현대 양식업에서 보기 드문 방식입니다. 이는 생산성보다 자연의 순리를 택한 결과이며, 그만큼 더 많은 정성과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토종 미꾸라지, 생태계 속 공존의 의미

 

논에는 현재 몇만 톤의 미꾸라지가 자라고 있습니다. 논바닥에 숨어 지내는 미꾸라지를 잡기 위해 작업자는 통발을 설치합니다. 약 30개의 통발을 아침마다 거두어 올리는데, 하루에 약 40kg 정도가 잡힙니다. 산란철을 맞이한 미꾸라지는 큰 것은 30cm까지 자랐으며, 키도 좋고 상태가 양호합니다.

이곳에서 키우는 미꾸라지는 모두 토종 미꾸라지입니다. 작업자는 "지금 배가 이렇게 노랗잖아요. 이 국산이래요"라고 설명합니다. 국산 미꾸라지는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배 부분이 노란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중국산은 크기가 일정하고 배 부분이 회색빛을 띤다는군요. 이러한 구별점은 소비자에게도 중요한 정보입니다. 작업자의 철학은 명확합니다. "내가 먹는다는 생각에서 키워서 팔아야지. 난 그냥 팔아먹으면 된다는 식으로 길러서 팔면 안 되잖아요. 다 내 식구 먹는다는 그런 개념으로 이걸 키워야지."

그런데 이 논에서는 미꾸라지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통발을 거두다 보면 뱀이 함께 잡히기도 합니다. "저 안에 뭐예요? 저거 뱀이에요. 이런 게 많아요. 이렇게 걷다 보면 뱀도 나와요. 안 잡히는 게 없어요." 진짜 친환경으로 관리하다 보니 자연스레 생긴 굿 식구인 뱀입니다. 하지만 작업자에게 더 큰 골칫거리는 개구리입니다. 도심에선 보기 힘든 토종 참개구리가 이곳에는 넘쳐납니다. "개구리가 저 미꾸라지를 먹어요. 치어를 계속 잡아야 돼요. 저한테는 이게 아주 철천지 원수라고 봐야죠."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다 보니 이 논은 그야말로 개구리 천국입니다. 맹꽁이는 이미 보호종으로 지정됐지만 여기선 큰 개구리도 많습니다. 아무리 양식에 방해가 된다고 해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작업자는 잡은 개구리를 양식장 밖으로 흘려보냅니다. 이는 생산자의 갈등을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자연을 지키기 위해 농약을 쓰지 않았지만, 그 결과 자연의 다른 구성원들이 양식에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해치지 않는 선택을 한다는 점에서, 이 양식장은 단순한 생산지를 넘어선 의미를 지닙니다.

 

추어탕, 논에서 식탁까지의 여정

 

양심껏 정성으로 키운 토종 미꾸라지는 이르게 찾아온 더위 탓인지 벌써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작업자들의 봄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합니다. 국산 미꾸라지를 재료로 사용하는 서울의 한 추어탕 가게는 일주일에 한 번에서 두 번 정도 미꾸라지를 들여옵니다. "올 때마다 양이 좀 달라요. 평상시에는 이걸 많이 가져와요. 한 번에 한 80kg." 당일 아침에 잡은 미꾸라지를 들여와 수조에 보관하며 사용합니다. 수조 가득 채운 양이 약 80kg인데, 여름철엔 이 정도 양이면 이틀 안에 모두 소비가 된다고 합니다.

조리사는 한 번 끓일 만큼의 양을 정확히 재서 우선 세척부터 시작합니다. 여기 사용되는 건 다름 아닌 굵은소금입니다. "이렇게 해야 흙속에서 자란 미꾸라지를 깨끗하게 씻을 수 있다는데요. 세척 작업을 하게 되죠. 하기 전에 먼저 세척 먼저 하시. 아 예 그럼요. 안 그러면 이제 비린내라든가 이런 잡내들이 나니까." 잠시 후 이물질을 모두 뱉어낸 미꾸라지는 깨끗한 물로 여러 번 씻어서 몸통의 점액질과 불순물까지 모두 제거합니다.

그리고 된장 밑간에 각종 양념을 넣고 한 김 익힌 뒤 거칠게 갈아서 추어탕 재료로 사용합니다. 이제 기본 재료가 완성됐으니 점심시간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추어탕을 끓이기 시작합니다. 진하게 만든 밑국물에 각종 채소를 넉넉히 넣고 갖은양념을 더해 팔팔 끓여주면 뜨끈한 한 그릇으로 기운 번쩍 나게 할 추어탕이 완성됩니다. 이미 식당은 문전성시입니다. 슬슬 기운이 달리는 봄철이라서인지 찾은 손님이 많아졌습니다.

손님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원기를 회복하기에는 아주 이게 딱이고 피부 미용에도 좋아요. 미꾸라지는 어렸을 때 보면 추억이 좀 담겨 있는 거라 그 추억을 같이 먹으니까 너무 좋아." 논에서 자란 미꾸라지가 서울 식당의 한 그릇 음식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단순히 물리적 거리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농약을 쓰지 않기 위해 손으로 하는 제초 작업, 개구리와 뱀이 함께 사는 논의 생태계, 양심껏 키운다는 생산자의 철학, 그리고 정성스럽게 손질하고 끓이는 조리 과정까지. 이 모든 과정이 한 그릇 안에 담겨 있습니다. 추어탕은 그저 음식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이야기입니다.

넓은 들판 한가운데서 자란다는 또 하나의 양식 어종, 미꾸라지. 이 작은 물고기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친환경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선택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생산성보다 생명을 선택한 양식장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팔기 위한 생산이 아니라 내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키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먹거리의 가치일 것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vIUGJUq6DXU?si=Kf-HdZwlqWIp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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