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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 과자집의 비밀 (수제과자, 전통기술, 노부부장인)

by oboemoon 2026. 2. 12.

오래된 골목 안쪽에 자리한 과자집에서는 오늘도 노부부가 낡은 도구로 전병과자를 굽고 있습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 온 이곳은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삶과 기술이 축적된 공간입니다. 현대적 기계 대신 손작업을 고집하는 이들의 선택 뒤에는 어떤 철학과 애환이 숨어 있을까요? 추억의 맛을 지키는 노포의 진짜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수제과자를 만드는 40년 장인의 손길

 

이 과자집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과자를 수작업으로 만든다는 점입니다. 주인 남편은 새벽 1시부터 2시 사이에 가게에 나와 반죽을 준비하고, 50년이 넘은 과자 틀로 하나하나 과자를 굽습니다. 이 과자 틀은 형님에게서 이어받은 것으로, 본인이 사용한 것만 해도 4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7kg짜리 틀 세 개를 번갈아 사용하며 과자를 구워내는 작업은 상상 이상으로 고된 노동입니다. 한 시간만 해도 어깨가 나갈 정도로 힘들고, 손목과 팔뚝은 성치 않은 지 오래입니다.
직접 체험해 본 결과, 과자 굽기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숙련을 요구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반죽을 틀에 넣고, 세워서 붙들고, 뜨거운 불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뒤집고, 다시 빼내는 일련의 동작이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잠깐만 해도 손목이 아프고 동작이 따로 놀았습니다. 그러나 40년 경력의 달인은 자로 잰 듯 반듯한 크기로 과자를 만들어냅니다. 수천수만 번의 반복 끝에 터득한 박자와 리듬은 그 자체로 예술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전병, 생강과자, 도넛, 길피과자 등 총 13가지의 과자를 만듭니다. 생강과자는 생강과 설탕을 끓여 입히는 과정을 거치는데, 한 번 말았다가 다시 끓여서 입혀야 하기 때문에 3일이 걸립니다. 종류별로 소진될 때마다 구워야 하므로 부부에게는 휴일이 따로 없습니다. 명절에도 일하며, 쉬는 날 없이 이 과자 저 과자를 계속 만드는 것이 일상입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유입된 화과자가 우리 실정에 맞게 변형된 전병과자는, 중년 이상이라면 한 번쯤은 먹어봤을 추억의 맛입니다.
이러한 수작업 방식은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은 긴 시간 동안 몸에 익힌 기술과 경험의 산물입니다. 최신 전기 자동 기계로 바꿀 수도 있지만, 오래된 도구와 함께 쌓아 온 노하우는 쉽게 대체할 수 없습니다. 온도계도 없어서 손으로 예열 여부를 판단하고, 완료 시점도 부부가 함께 열어보며 확인합니다. 이는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도구와 사람이 함께 늙어가며 만들어 낸 합의의 결과입니다.

 

전통기술 계승의 현실과 어려움

 

이 노포의 기술은 체계적인 교육이 아니라 어깨너머로 배운 것입니다. 주인 부부도 처음에는 먼저 하던 사람을 보면서 익혔기 때문에 제대로 배웠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초기에는 과자 크기가 들쭉날쭉해서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손님들이 사가주었기에 먹고살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가격도 예전에는 한 근에 2,500원이었지만 지금은 만 원입니다.
배우러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며칠 보다가 그냥 가버립니다. 5분만 있어 보면 이 일의 어려움을 직감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낡은 도구들과 비효율적인 작업 방식, 그리고 육체적 고통이 결합된 이 일을 젊은 세대가 이어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전기 자동 기계로 과자를 만들기 때문에, 이런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히 한 가게의 문제가 아니라 전통 기술 전반의 문제입니다. 후계자가 없어서 기술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고, 고령의 장인들이 건강 문제로 일을 그만두면 그 기술은 영영 사라집니다. 이 과자집의 경우도 부부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있지만, 나이가 들어서 능률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한 포를 하는 데 이틀이 걸릴 정도로 속도가 느려졌지만, 그래도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통 기술의 보존과 계승은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경제적 지속가능성, 작업 환경 개선,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가치 있는 기술이라도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노포가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노부부 장인의 삶과 서로 기댐의 의미

 

이 과자집을 이끌어 온 것은 부부의 협력입니다. 남편이 새벽에 먼저 나와 준비를 다 해놓으면, 아내가 9시에 출근해서 함께 과자를 굽습니다. 혼자서는 힘도 들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옆에서 거들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온도계가 없는 오래된 기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쪽이 예열을 확인하면 다른 한쪽이 과자를 꺼내는 식으로 서로 맞춰가며 일합니다. 완성된 과자의 진열과 판매는 아내가 맡고 있습니다.
1973년 중매로 만나 백년가약을 맺은 이들은 올해로 53년째 한솥밥을 먹어왔습니다. 그러나 일에 치여 살다 보니 둘만의 외식은 가뭄에 콩 나듯 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한 달에 두어 번 전국 각지의 산을 찾았지만, 팬데믹 이후로는 5년 동안 단 한 번도 나들이를 가지 못했습니다. 촬영 당일, 부부는 평소보다 일찍 가게 문을 닫고 근처 공원과 차이나타운으로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지만, 그곳에 가는 데 무려 5년이 걸렸습니다.
공원에서 사진을 찍고,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을 먹는 소박한 외식이었지만 부부는 행복해했습니다. "기분이 좋다", "진짜 눈물 나게 좋다"는 말에서 그동안 얼마나 일에만 매달려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남편은 "이제 종종 나오자"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둘이 함께 나오면 가게를 닫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부부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손님들의 반응 때문입니다. "우울해서 힘들고 입이 다 헐었지만, 손님들이 와서 반가워하면 아직까지는 할 만하다"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사주던 추억의 과자를 찾아오는 손님들, 추억으로 먹으러 오는 나이 든 손님들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이 과자집은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시간과 삶이 축적된 공간이며, 사람들의 그리움이 모이는 장소입니다.
오래된 과자집이 지켜 온 것은 과자 만드는 기술만이 아닙니다.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부부의 삶, 쉬지 않고 일하는 성실함, 손님들과 나누는 정, 그리고 변하지 않는 맛에 대한 신뢰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들이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후계자 문제, 건강 문제, 경제적 지속가능성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노포의 따뜻함과 추억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가게들이 실제로 유지될 수 있는 구조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Nw1UR7T0vSI?si=mEonEE858mbjHo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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