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잘 안 들리는 게 단순히 불편한 문제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얼마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모와 대화를 나누다가 제가 한 말을 세 번이나 다시 말씀드려야 하는 순간이 생기면서, 이건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난청은 소리가 덜 들리는 문제가 아니라, 뇌로 들어오는 정보 자체가 줄어드는 문제였습니다.

유모세포, 한 번 망가지면 끝납니다
달팽이관, 즉 와우(cochlea) 안에는 유모세포(hair cell)라고 불리는 청각 감각세포가 약 2만 개 존재합니다. 여기서 유모세포란 소리 자극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청각신경으로 전달하는 세포로, 이름처럼 표면에 미세한 털 모양의 돌기가 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세포가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피부 세포나 간세포와 달리 자기 복구 능력이 없습니다.
제가 이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눈이 나빠지면 라식 수술이라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청력은 한번 잃으면 그 상태로 살아가야 한다는 게 꽤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난청은 발생 위치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 전음성 난청(conductive hearing loss): 외이도, 고막, 이소골 등 소리를 물리적으로 전달하는 구조에 문제가 생긴 경우입니다. 귀지가 과도하게 쌓이거나 고막이 천공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 감각신경성 난청(sensorineural hearing loss): 달팽이관 내 유모세포 또는 청각신경이 손상된 경우로, 소음이나 노화가 주요 원인입니다. 전음성 난청보다 치료가 훨씬 어렵습니다.
요즘 젊은 층에서 감각신경성 난청이 늘고 있는 건 이어폰 사용 습관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버스나 지하철 안 배경 소음이 60
80dB 수준인데, 그 소음을 이기고 음악을 듣기 위해 90
100dB 이상으로 볼륨을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85dB 이상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유모세포에 물리적 손상이 축적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제 경험상 지하철에서 옆 사람 이어폰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면, 그 사람 귀는 이미 위험 수준에 노출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65세 이상 인구 중 약 40%, 즉 국내 기준 200만 명 이상이 노화성 난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출처: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노화성 난청은 단순히 나이가 들어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처럼 보이지만, 방치할 경우 전혀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노화성 난청이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그런데 주의가 필요합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639명을 평균 약 12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보청기가 필요한 수준(70dB 이상)의 고도 난청임에도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은 정상 청력을 가진 사람에 비해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될 위험이 약 5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출처: Johns Hopkins Medicine). 이 연구에서 제시된 메커니즘은 명확합니다. 청력이 떨어지면 뇌가 소리 정보를 해석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게 되고, 기억이나 판단, 집중에 써야 할 인지 자원이 고갈된다는 것입니다.
컴퓨터로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CPU가 오직 소리 신호 복구 작업에만 풀 가동되고 있으면, 나머지 프로그램들은 멈추거나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난청은 결국 뇌로 들어오는 자극의 총량을 줄이고, 대뇌 활동량 감소와 퇴화 속도 가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제가 이 연구를 접했을 때 한 가지 짚고 싶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난청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치매로 이어진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 생활 습관, 사회적 교류 정도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합니다. 연구 결과를 소개할 때 연구 대상의 특성이나 조건도 함께 알려줬다면 불필요한 불안을 줄일 수 있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보청기(hearing aid)는 이 맥락에서 단순한 소리 증폭 기기가 아닙니다. 보청기란 주파수별로 저하된 청력을 보완하여 뇌로 전달되는 청각 자극의 양을 유지해 주는 의료 기기입니다. 시력이 나빠지면 안경을 쓰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청력 손실 40dB 이상부터 보청기 착용이 권장되며, 50dB 이상이면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모에게 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 이모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라고 하셨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반응이 오히려 더 걱정스럽습니다. 보청기를 착용한다는 게 나이 듦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지시는 것 같았습니다. 보청기 적합(fitting) 과정도 처음 3개월은 1~2주 간격으로 조정이 필요할 만큼 섬세한 과정인데, 거부감부터 앞서면 그 과정 자체를 시작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보청기를 강권하기보다 먼저 청력 검사를 받아보시자고 부드럽게 말씀드리기로 했습니다.
평소 청력을 지키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는 귀마개 또는 청력 보호 장비를 착용합니다.
- 이어폰 사용 시 60분 이상 연속 청취 후에는 5~10분 침묵 휴식을 취합니다.
- 작업장 등 고소음 환경에서는 반드시 방음 귀마개(ear muff)를 착용합니다.
- 일부 항생제 계열 약물은 이독성(ototoxicity), 즉 청각 기관에 독성을 미칠 수 있으므로 복용 전 반드시 의사와 상의합니다.
- 정기적으로 이비인후과에서 순음청력검사(pure tone audiometry)를 받습니다.
평소에는 청력의 소중함을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저도 이모와의 대화가 길어지기 전까지는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한 번 손상된 유모세포는 되돌릴 방법이 없고, 그 손실은 소리를 잃는 것을 넘어 뇌 전체의 기능에 영향을 줍니다. 가족 중에 말을 자주 못 알아듣는 분이 계신다면, 답답해하기보다 먼저 청력 검사를 권해 드리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건강에 관한 정보는 지나치게 두려워하기보다 근거를 확인하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