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예측이 아닌,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생명이 직면한 현실입니다. 자연과 생명 사이의 오랜 약속이 인간의 활동으로 무너지면서, 지구 곳곳에서 재난이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침수되는 섬, 인도의 극심한 가뭄, 방글라데시의 기후 난민들은 이 위기가 얼마나 불공정하게 작동하는지를 증언합니다. 이 글에서는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해수면 상승, 기후 난민 문제,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의 실체를 살펴봅니다.
해수면상승으로 물에 잠기는 교실, 바타산 섬의 현실
필리핀 보홀 북서쪽에 위치한 바타산 섬은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놓인 지역입니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초등학생 제이크는 등교할 때마다 여벌 옷을 챙겨야 합니다. 만조 때면 바닷물이 마을과 학교를 잠기게 하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불과 800미터 거리지만 아이들은 바닷물을 헤치고 30분 이상을 걸어야 합니다. 학교 역시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며, 운동장과 교실은 순식간에 물에 잠깁니다.
이런 상황은 일시적인 재난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무사히 졸업해 섬을 떠나는 것을 꿈꿉니다. 과거 울창한 나무와 풍요로운 어장이 있던 이 섬은 현재 전 세계 평균보다 세 배 빠른 해수면 상승을 겪고 있으며,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빙하 해빙과 해수 온도 상승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매년 5mm씩 상승하는 해수면은 수치로는 작아 보이지만, 이 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 장면이 주는 충격은 기후 변화가 추상적인 과학 개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에 잠긴 교실에서 수업을 이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 위기가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재의 현실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거의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이 없는 지역의 주민들이라는 점입니다. 기후 위기는 가장 취약한 곳에서 가장 먼저, 가장 가혹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의 나열만으로는 구조적 책임의 주체가 누구인지, 어떤 선택들이 이 상황을 고착화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기후난민이 된 사람들, 방글라데시와 인도의 생존투쟁
인도 라자스탄 지역은 바타산 섬과는 정반대의 재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곳은 50도에 가까운 폭염과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며, 7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마을조차 물 부족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14살 소녀 신기타와 마을 여성들은 매일 몇 시간씩 뜨거운 모래길을 걸어 물을 길어야 합니다. 과거 인더스 문명과 힌두, 이슬람 문명이 번성했던 이 지역은 몬순의 불규칙화로 인해 더 이상 안정적인 물 공급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한때 축복이었던 비는 이제 오지 않거나, 극단적으로 쏟아지는 양상으로 바뀌었습니다.
방글라데시 남부 해안의 가브라 지역 역시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강과 바다가 만들어낸 비옥한 평야는 잦은 홍수와 제방 붕괴로 삶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장마 몬순은 예측 불가능해졌고, 이는 어부와 농부 모두에게 재앙이 되었습니다. 집과 논, 어장을 잃은 사람들은 결국 고향을 떠나 도시로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는 매년 약 180만 명의 기후 난민이 유입되고 있으며,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며 살아갑니다. 홍수로 모든 것을 잃고 냄비 두 개만 들고 도시로 이주한 레스마 씨의 삶은 기후 난민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기후 위기가 단순히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생존의 문제임을 일깨웁니다. 라자스탄의 소녀가 생존을 위해 몇 시간을 걸어 물을 길고, 방글라데시의 가족이 모든 것을 잃고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는 장면들은 시청자에게 강한 감정적 충격을 줍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이미 피해가 현실이 된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기후 난민을 개인의 불운이 아닌 국제 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선진국의 산업화, 소비 중심의 경제 구조, 다국적 기업의 책임 같은 문제는 배경으로만 제시될 뿐, 보다 직접적인 질문으로 확장되지 않는 한계가 있습니다.
온실가스배출과 가속화되는 기후 붕괴의 악순환
이러한 재난의 근본 원인은 산업화 이후 급격히 증가한 온실가스 배출에 있습니다. 식물과 동물이 유지해 오던 탄소와 산소의 균형은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깨졌고, 지난 100여 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은 자연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했습니다. 알래스카 남부와 북극 지역에서는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빠르게 녹고 있습니다. 김민철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동토층이 녹으며 생성된 열카르스트 호수에서는 대량의 메탄가스가 방출되고 있습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가스로, 기후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수만 년간 얼음 속에 갇혀 있던 고대 미생물과 병원균이 깨어날 가능성입니다. 북극의 급격한 온난화는 제트기류의 흐름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전 세계적인 기후 변동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 결과 폭염과 한파,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발생하는 극단적 기후가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스위스 알프스에서는 빙하가 녹으며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 전체가 매몰되었고, 남유럽과 한국에서는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경북 지역 산불은 산업화 이후 기후 변화로 건조 환경이 심화되며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는 분석 결과도 제시됩니다.
이제 기후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는 없습니다. 과학적 설명이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되었음에도, 일부에서는 재난이 마치 자연의 '분노'나 '징벌'처럼 묘사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후 재난은 불가항력적 자연현상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인간의 결정과 무책임의 결과입니다. 개인의 실천과 국가·기업 차원의 변화 중 무엇이 더 시급하며, 우리는 어느 지점까지 희생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입니다. 다시 찾은 바타산 섬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축제를 열지만, 사라지는 물고기와 잠식당하는 삶의 터전은 현재 진행형의 위기입니다.
기후 위기는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남기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매우 불편합니다. 왜냐하면 이 위기가 '어딘가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게로 곧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갈 미래 세대에게 이 성난 물과 불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행동으로 답할 것인지 지금 선택해야 합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ZuxPYXxCm38?si=GBkJZBQHIru3RBL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