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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 새끼 동물의 생존기 (펭귄과 북극곰, 순록의 성장, 자연 다큐의 한계)

by oboemoon 2026. 1. 22.

겨울은 마법의 계절이지만, 극지방에 사는 동물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혹독한 시련의 시간입니다. 남극의 황제 펭귄 새끼, 북극의 북극곰과 순록, 일본 산악지대의 원숭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첫 겨울을 맞이하며 성장합니다. 이들의 여정은 감동적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펭귄과 북극곰: 극한 환경 속 새 생명의 탄생

 

남극은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입니다. 겨울이면 햇빛이 비치지 않고 기온이 섭씨 영하 80도까지 내려가기도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황제 펭귄은 새 생명을 키워냅니다. 봄과 함께 태어난 작은 펭귄 새끼는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아비에게 말입니다. 새끼가 알에서 나오기 두 달 전에 어미가 떠났기 때문입니다. 어미는 바닷가에서 약 80km 떨어진 먼 바다로 물고기를 잡으러 갔습니다. 아비는 백일이 넘도록 아무것도 먹지 못해 몸무게가 반으로 줄었지만, 자리를 떠날 수 없습니다. 드디어 어미들이 물고기와 오징어를 갖고 돌아왔을 때, 펭귄 2만 마리가 한꺼번에 울어대는 소란 속에서도 놀랍게도 자기 짝의 울음소리를 알아듣습니다.

북극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북극곰 새끼는 두 달 전에 태어나 생후 처음으로 굴 밖에 나왔습니다. 어미는 8개월 가까이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새끼를 데리고 움직여야 합니다. 먹이로 물범을 잡을 생각이라면 얼음이 녹기 전에 바다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북극곰은 포유류 중에서도 후각이 매우 뛰어난 편에 속합니다. 반달 물범은 얼음 속에 굴을 만드는데, 어미 북극곰은 이를 감지해 사냥합니다. 하지만 얼음이 녹으면 기회가 없습니다. 여름이 되면 북극곰은 하루에 50km를 헤엄쳐야 하지만, 물범은 더 깊고 빠르게 움직여 사냥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들을 보면서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새끼 동물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용기', '도전', '시련', '성장' 같은 인간적인 의미를 덧씌우고 있습니다. 새끼 펭귄이 무리에서 길을 잃는 장면은 마치 인간 아이가 사회에서 좌절을 겪는 모습처럼 연출되고, 어미를 다시 만나는 순간은 극적인 '해피엔딩'처럼 묘사됩니다. 하지만 자연에는 본래 기승전결도, 감동적인 결말도 없습니다. 많은 새끼들은 카메라가 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죽어갑니다. 북극의 얼음이 녹고, 사냥터가 사라지고, 먹이가 줄어드는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하지만, 그 원인이 인간의 활동이라는 점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습니다. 마치 기후 변화가 자연의 순환 과정인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순록의 성장: 무리 속에서 배우는 생존법

 

순록은 포유류 가운데서도 육로로 매우 먼 거리를 이동하는 동물입니다. 방금 태어난 새끼 순록은 추위에 떨고 있지만, 몇 시간 뒤에는 제 발로 일어서서 무리를 따라가야 합니다. 눈이 녹으면 자라는 부드러운 풀을 찾아 이동하는 것입니다. 순록은 배고픈 늑대의 먹잇감이 되기 쉬우며, 늑대들에게 쫓기면서도 1년에 5,000km 이상을 이동합니다. 새끼들도 생존하려면 이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새끼 순록은 놀이 시간에 장난만 치는 것이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체력을 키우고 방어 동작을 연습합니다.

흰꼬리수리가 순록들을 발견했을 때, 어미와 새끼 순록 몇 마리가 무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살아남은 새끼들은 뼈아픈 교훈을 얻었습니다. 반드시 무리에 붙어 다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극여우들은 해빙기가 되면 먹여 살릴 입들이 늘어나 바빠집니다. 겨울이 다시 돌아올 때쯤이면 북극 여우 새끼들은 다 자라서 독립해야 합니다. 자립하려면 배울 게 아주 많습니다. 새끼들이 직접 사냥하기엔 아직 어리지만, 어미가 눈 속에서 설치류를 잡는 걸 봤기 때문에 준비는 돼 있습니다.

일본의 산악 지대도 겨울은 정말 혹독합니다. 먹을 만한 풀이나 잎사귀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봄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생기가 넘쳐 흐릅니다. 원숭이 한 무리가 봄 햇살을 즐기며 수컷이 태어났습니다. 일본 원숭이는 서열이 엄격하기로 유명합니다. 여왕 노릇을 하는 암컷이 우두머리가 되고, 그 밑에 있는 수컷들이 어떤 원숭이를 무리에 끼워 줄지 결정합니다. 새끼 원숭이는 무리의 일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무리에서 막내로 지내긴 쉽지 않습니다. 막내보다 먼저 태어난 원숭이들은 이미 친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서사는 '개체의 생존은 공동체와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펭귄의 크레치, 순록의 무리, 일본 원숭이의 서열 사회는 모두 이를 증명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다큐멘터리는 '견뎌내면 살아남는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이 서사는 매우 감동적이지만 동시에 위험합니다. 마치 모든 생명은 노력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자연은 훨씬 냉혹합니다. 아무리 강인한 새끼라도 운이 나쁘면 살아남지 못하고, 아무리 헌신적인 어미라도 모든 새끼를 지켜줄 수는 없습니다.

 

자연 다큐의 한계: 의인화와 선택적 시선

 

겨울이 오면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합니다. 올해 일본에서 태어난 원숭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을 봅니다. 일본 원숭이는 뭐든지 빨리 배웁니다. 이 새끼는 눈을 갖고 노는 법을 금세 터득했습니다. 눈덩이 만들기는 일본 원숭이들이 갖고 있는 독특한 놀이 문화입니다. 하지만 항상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일본 원숭이는 가장 북쪽에 서식하는 원숭이입니다. 때문에 영하의 추위를 고스란히 견뎌내야 합니다. 추위를 피할 곳이 없고 먹이 구하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이곳엔 색다른 보물이 있습니다. 바로 거대한 온천입니다. 화산의 지열 덕분에 생긴 것입니다. 새끼 원숭이에게 이보다 좋은 천국은 없습니다.

겨울이 깊어지면서 바닷물이 얼어붙습니다. 해수면이 얇은 얼음으로 뒤덮이고, 얼음이 모여 점차 굳어지며 빙판을 이룹니다. 여러 개 빙판이 몇 번씩 서로 얼음을 맞추더니 마침내 하나로 합쳐집니다. 바다가 또다시 육지가 됐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북극곰이 좋아하는 북극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단단한 얼음 위로 북극곰이 나타났습니다. 물범 사냥에 다시 나선 것입니다. 자기 세상을 만난 어미 북극곰이 밤낮으로 사냥을 합니다. 신나게 사냥하는 어미 곁에서 새끼도 덩달아 신이 납니다. 배가 부른 북극곰 어미와 새끼가 낮잠을 잡니다. 섭씨 영하 30도에 가까운 추위지만 북극곰에게는 안락하기 그지없습니다.

한여름에 바다로 떠난 펭귄들은 남극권 전체를 헤엄치며 여행합니다. 이제 어린 펭귄의 몸길이는 1미터가 넘습니다. 어미와 비슷한 크기입니다. 마침내 500m 깊이까지 잠수할 수도 있습니다.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된 것입니다. 새끼 순록도 독립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날씨 상태를 계속 살핍니다. 북극 늑대가 뒤를 쫓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새끼 순록들이 늑대보다 더 크고 빨라졌기 때문에 이젠 쉽게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장면들은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고 싶어 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잔혹함보다는 감동을, 책임보다는 위안을 원합니다. 그래서 카메라는 살아남은 새끼들을 따라가고, 음악은 희망적인 순간에 더 크게 울립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부모의 희생을 지나치게 이상화합니다. 굶주림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는 아비 펭귄, 수개월 동안 먹지 못한 채 새끼를 키우는 북극곰 어미의 모습은 숭고하게 그려집니다. 그러나 이 서사는 인간 사회에서 흔히 강요되는 '부모의 무조건적인 희생'과 닮아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의 본능적 행동을 인간의 도덕적 미덕처럼 해석하는 순간, 우리는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이용해 인간의 가치관을 정당화하게 됩니다.

극지방의 새끼 동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첫 겨울을 견뎌내고 성장합니다. 그 여정은 분명 감동적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고 난 뒤 "동물들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도 힘내야지"라는 단순한 다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혹독한 환경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아야 합니다. 감동은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 모든 새끼들의 고군분투는 그저 아름다운 영상 소비로 끝나고 말 것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jqM-6MVCX20?si=c4c6-_-b_J5TOv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