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휴양지로만 알려진 괌. 하지만 이 아름다운 섬은 지금 외래종의 침입으로 생태계 붕괴라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14종의 토착 조류 중 12종이 야생에서 사라졌고, 숲은 침묵에 잠겼습니다. 한 종의 유입이 어떻게 섬 전체를 바꿔놓았는지, 그리고 인간은 무너진 균형을 되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갈색나무뱀, 섬을 침묵으로 몰아넣다
서태평양 마리아나 군도 최남단에 위치한 괌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연평균 기온 26도의 쾌적한 기후를 자랑하는 섬입니다. 600종 이상의 식물과 400여 종의 산호, 900여 종의 어류가 서식하는 이곳은 그 자체로 거대한 자연 박물관이었습니다. 하지만 2차 대전 직후 유입된 갈색나무뱀은 이 모든 것을 뒤흔들었습니다.
길이 2.5m에 달하는 갈색나무뱀은 원래 동인도 제도, 솔로몬 제도, 오스트레일리아 북부가 주요 서식지였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운송 수단을 통해 괌으로 유입된 뱀은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폭발적으로 번식했습니다. 야행성인 이 뱀은 후각이 뛰어나며, 포크처럼 갈라진 혀와 야콥슨 기관을 이용해 어둠 속에서도 먹잇감을 정확히 찾아냅니다. 공기 중의 냄새를 혀에 묻혀 후각 신경이 퍼져 있는 야콥슨 기관에 보내면 뇌가 냄새 정보를 확인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문제는 괌의 토착 조류들이 한밤중에 사냥하는 포식 동물에 대한 적응력이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갈색나무뱀의 원래 서식지에서는 새들을 멸종시킬 정도로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괌에서는 치명적이었습니다. 하루 저녁에 여러 마리의 새와 알을 먹어 치울 정도로 왕성한 식욕과 번식력을 가진 갈색나무뱀은 1년에 두 번 번식하며 한 배에 10여 개의 알을 낳습니다.
1980년대 생태 전문가들이 이 뱀을 외래 침입종으로 인식했을 때는 이미 숲속의 새들이 거의 사라진 후였습니다. 괌무기를 비롯해 괌붉은부채휘파람새, 괌동박새, 미크로네시아 호반새, 괌딱새 등이 야생에서 멸종됐고, 다섯 종의 도마뱀과 토착 쥐도 사라졌습니다. 새 소리로 귀가 따가울 정도였던 숲은 정막에 잠겼습니다. 갈색나무뱀은 괌의 숲을 완전한 침묵으로 몰아넣었던 것입니다.
뱀의 피해는 생태계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기어오르기를 좋아하는 갈색나무뱀은 전신주와 고압선 기둥을 타고 올라가 대규모 정전 사태를 일으켰습니다. 지난 수년간 500번이 넘는 정전 사고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고, 일몰부터 일출까지 전력을 차단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외부와 단절된 채 독자적인 생태를 이루어온 섬은 외래종의 공격에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되었습니다.
외래종 침입이 초래한 연쇄적 생태 파괴
갈색나무뱀의 침입은 단순히 새 몇 종이 사라진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생태계는 여러 동물들이 먹이 사슬로 얽힌 복잡한 네트워크이기 때문입니다. 한 종이 멸종하면 먹이 사슬로 연결된 고리가 끊어져 연쇄적으로 다른 종들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괌에서는 이러한 생태계 붕괴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새들이 사라지자 곤충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곤충을 조절해 줄 상위 포식자가 없어지면서 섬 곳곳에 곤충 덫을 설치해야 했습니다. 붉은색 화학 물질의 냄새로 곤충을 유인해 통 안으로 들어가게 하는 덫이 숲속 곳곳에 눈에 띄게 되었습니다. 급속하게 늘어난 곤충들은 야자수까지 위협했고, 밀림 지역에서는 거미의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거미의 천적인 새가 줄면서 먹이 사슬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것입니다.
과일박쥐도 위기를 맞았습니다. 괌에서 파니히로 불리는 과일박쥐는 멸종 위기종이 되었는데, 어미가 직접 잡아먹히지 않아도 새끼가 갈색나무뱀에게 희생되면서 세대를 잇지 못했습니다. 어미 박쥐는 새끼가 무거워지면 나무에 두고 먹이를 구하러 가는데, 이때 새끼가 뱀의 먹이가 되었던 것입니다. 생태학자들은 새와 박쥐가 과실을 먹고 씨앗을 퍼뜨리는 종자 분산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숲의 재생까지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바다 생태계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괌 인근 바다에서는 가시왕관 불가사리라는 또 다른 외래종이 산호를 먹어 치우며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가시왕관 불가사리는 마리당 수백만 개의 알을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며, 입 밖으로 위를 꺼내 산호를 둘러싼 후 몸 밖에서 소화시킵니다. 문제는 가시왕관 불가사리의 유일한 천적인 소라고둥이 관광 기념품으로 무분별하게 채취되면서 천적이 바다에서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약 350여 종의 산호와 2천여 종의 열대어가 서식하는 괌의 바다는 해양 생태계의 보고였습니다. 하지만 산호가 사라지면 산호에 의지해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집니다. 우마탁 같은 어촌 지역에서는 어획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합니다. 한번 훼손된 산호숲 복구는 육지 숲의 복구만큼이나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외래종의 침입은 육지와 바다를 가리지 않고 괌 전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멸종 복원, 잃어버린 균형을 되찾기 위한 노력
괌 정부와 생태 전문가들은 무너진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2004년 미국 대통령이 갈색나무뱀 통제 법안에 서명했고,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1,800만 달러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었습니다. 뱀 포획팀은 괌 곳곳에 40만 개의 덫을 설치해 관리하고 있으며, 매년 6천 마리 이상의 뱀을 잡고 있습니다. 공항과 항구에서는 훈련된 탐색견이 갈색나무뱀이 다른 섬으로 퍼져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수색합니다.
해양 야생동물 자원국에서는 야생에서 사라진 괌무기 복원 작업이 한창입니다. 괌무기는 괌에서만 사는 토종 새로 코코새라고 불리며, 과거 원주민 차모로족의 주요 식량이었을 정도로 흔했습니다. 하지만 날지 못하는 새인 괌무기는 땅에 둥지를 지을 수밖에 없어 갈색나무뱀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었고, 8만 마리에 이르던 개체가 순식간에 야생에서 사라졌습니다.
1989년부터 시작한 멸종 조류 복원 프로그램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수잔 메디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1997년부터 괌무기 복원 작업에 주도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처음 1년에 25마리의 새끼를 얻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100마리로 400%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새끼를 훈련시킬 때는 새 모양을 흉내 낸 장갑을 끼고 핀셋을 이용해 사람의 손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하며, 새끼를 어미 새 옆에 두어 울음소리와 냄새를 맡게 해 학습 효과를 높입니다.
현재 괌에서 50km 떨어진 로타섬은 새의 천적인 뱀이 전혀 없어 새들의 낙원으로 꼽힙니다. 종 보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이곳에 괌무기를 여러 차례 방사해 야생에 적응시킨 후 다시 괌에 이주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방사 전에는 혈액 검사, 비연 검사, 시력 검사 등을 통해 최상의 건강 상태를 가진 개체만 선별합니다. 월트 디즈니 야생동물 보호 팀도 멸종 위기 생물 보존 사업을 지원하며 괌의 노력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미크로네시아 호반새와 까마귀 등 다른 토착 조류의 복원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생태 전문가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복원 프로그램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 티파니는 고등학교 때부터 4년째 복원 작업에 참여하며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괌 토착종의 멸종 위기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습니다. 괌 주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는 전문가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으며, 아이들에게도 멸종 위기 새를 알리고 보호 관리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괌의 사례는 외래종 침입이 생태계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그리고 한번 무너진 균형을 되찾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지 보여줍니다. 하나의 종이 사라지면 같은 종은 다시 태어나지 않습니다. 이것을 지키고 공존하는 일은 인류의 몫입니다. 괌은 지금 다시 새들의 낙원을 꿈꾸며, 침묵의 숲에 아름다운 새소리가 다시 울려 퍼질 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pPTDWvcH13c?si=7SXLYTUqq_cu4_fe